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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Nov 21. 2019

#8 Motherese란?

언어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1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는 마치 머나먼 행성에서 우주선을 타고 날아온 외계인 같다. 엄마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기에게 말을 걸면, 아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아기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엄마 입이 움직이네. 저 동그란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어. 엄마 눈도 커지네.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지?' 그 느낌은 아마도 우리가 아프리카 부족이 사는 어딘가에 하루아침에 뚝 떨어져, 그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질문들이 우리를 향해 쏟아질 때 느껴지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Motherese?
(an adult's imitation of the speech of a young child)



흔히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는 어른들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꼿꼿이 세운 허리가 돋보이는 세련된 커리어우먼도, 눈썹이 희무스름한 꽤 점잖아 보이시는 할아버지도 아이들 앞에만 서면 하나같이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거나 커지고, 한껏 다채로워진 억양에 말은 느리고 문장은 짧아진다. 한마디로 아기처럼 말을 다. 'Motherese'란 엄마가 자신의 아기에게 사용하는 말투라고 할 수 있다. 어원을 따져보면 엄마를 뜻하는 'mother'와 언어를 의미하는 접미사 '-ese'의 합성어이다. 요즘엔 부모를 의미하는 'parent'와 접미사 '-ese'가 합쳐져 'Parentese'라고도 한다.  'Motherese'나 'Parentese' 모두 다 아기에게 말을 거는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은 언어치료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서 'Motherese'에 대해 알아보자. 어떻게 하면 나의 사무적이고 덤덤한 말투를 엄마가 아기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사랑스러운 말투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Motherese'?
누가?  엄마(주양육자)가 아기에게
언제?  엄마와 아기가 함께 있는 모든 시간
어디서?  아기의 얼굴 가까이에 대고 마주 보면서
무엇을?  엄마의 얼굴(표정은 과장되게), 몸(리듬감 있는 제스처), 음성(높고 적당한 톤), 목소리(리듬감)
어떻게?  말에 리듬을 싣고 짧은 문장을 또박또박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모음을 길게 늘인다.
왜?  엄마의 사랑을 언어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아기의 이해를 돕고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Motherese'는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는 모든 시간 동안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 보면서 아기에게 엄마가 건네는 말이다. 엄마는 아기에게 과장되거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온갖 제스처를 동원하여, 목소리에는 리듬을 고 짧은 문장을 정확한 발음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말을 건넨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언어로 듬뿍 느끼며 엄마의 언어를 이해하고 엄마와 대화하기 위해 결국에는 그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나는 'Motherese'를 엄마가 아기에게 하는 모든 말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들마다 자신만스타일이 다르고 목소리나 말투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코미디언들이 아기를 흉내 내는 것과 같은, 지나치게 혀가 짧아지는 모습을 따라 하려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지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다. 엄마 나름대로 아주 조금만 변화를 준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엄마는 말이 너무 빠르고 한 문장에 포함된 단어의 수가 지나치게 많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말에 모음을 길게 연장해준다는 생각으로 말의 속도를 줄여주고, 문장은 전보문처럼 두세 개의 단어 정도만을 넣어 여러 번 반복한다는 생각으로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면 좋다. 또 어떤 엄마는 아기에게 말을 거는데도 지나치게 경직되고 사무적인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엄마의 표면적인 비언어적인 부분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 먼저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부터 시작해보자. 자신이 웃으면서 말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얼굴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해보자. 눈썹 모양이 어떻게 바뀌는지, 입꼬리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의 세부적인 얼굴 근육의 사용법을 알아두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런 엄마일수록 제스처나 다양한 몸짓들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말을 하면서 손이나 고개를 함께 움직여보자. 처음부터 자신에게 어색한 제스처나 몸짓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선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모든 엄마들의 'Motherese'가 어떤 교과서적인 모습일 필요는 없다.




나는 언어치료사이지만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성격이라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목소리는 솔톤보다는 저음이고, 성대가 약해 한 시간 동안 떠들고 나면 양님(?)이 오셔서 목소리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창 어린아이들만 만나는 치료 세팅에서의 언어치료는 나에게 큰 부담이었는데, 어머님들이 생각하시는 언어치료사의 어떤 이미지에 맞추려다 보니 평상시와 다른 목소리와 크기로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치료에 임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표면적인 것들이 치료에 중요한 것들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우리 아이와 대화하면서 단 한 번도 지나치게 목소리를 끌어올리고 과장된 몸짓을 사용하며 억지 포장된 모습으로 다가가 본 적이 없다. 그냥 나에게 가장 편안한 목소리로 자연스러운 표정과 함께 아이와 눈을 맞대고 상황에 맞는 말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엄마에게 딱 맞는 가장 자연스러운 'Motherese'를 찾으라는 이야기이다. 억지로 짓는 과장된 행동은 쉽게 지치기 쉽고,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언어치료는 잠깐 보여주기 식의 일회성이 아니다. 언어치료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어야 하고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장기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나에게 딱 맞는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말투에 약간의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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