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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an 11. 2020

#9 언어치료를 시작하기 전 엄마의 마음가짐.

부모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 6가지


한 가지.

꼭 말이 아니어도 우리 아이는 지금 엄마와 의사소통 중입니다. 언어치료의 목표를 반드시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말!!로 제한하지 마세요.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은 의사소통의 개념을 포함합니다. 아이의 언어치료에 대한 목표를 단편적인 목표로써 말로 표현하는 것으로만 설정하게 되면, 다양한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진전이 더디게 나타납니다. 치료 목표를 넓은 의미로써의 언어로 목표를 잡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우리 아이와 내가 대화할 수 있는 것 또는 우리 아이와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잡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이는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아이의 내면에 수많은 언어로 지금 엄마에게 표현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가 단지 말을 못 하기 때문에 겪어야 할 수많은  좌절의 경험을 가능하면 짧게 시간을 줄여줄 수 있게 도와주시는 역할은 바로 엄마가 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두 가지.

아이의 언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마세요. 그것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은 모두 다 버리고 말이라는 단점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르브로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 그림 단 하나만을 본 후 '난 르브로 박물관 다 봤어 이제 안 봐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외면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모나리자 그림 하나만으로 르브로 박물관을 모두 다 이해한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말을 잘하면 '똑똑할 것이다. 공부를 잘할 것이다'라는 인상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표면에 첫 번째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겪게 되는 수많은 편견들에 간혹 엄마인 여러분들이 제일 첫 번째로 아이에게 편견을 입혀주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리다고 해서 전체적인 발달이 느린 걸까요? 인지가 떨어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현재 아이가 말이 느리기 때문에 그것을 당장 해결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아이의 언어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이의 말보다는 마음을 더 어루만져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아이가 말이 잘 터지지 않는 것보다는 아이의 생활리듬을 안정시켜주는 것이 먼저인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아이의 언어에만 초점을 좁게 맞추지 마시고, 우리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 그리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세 가지.

지금 당장 언어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 즉 라포 형성이 먼저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어떤 개념이나 단어 하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엄마가 아이에게 신뢰가 회복된 상태여야 가능합니다.

언어치료사도 처음 아동이 치료실에 오면, 첫 회기부터 곧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를 충분히 관찰하면서, 아이에게 신뢰를 얻고 라포를 형성한 후에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엄마들에게 가정에서 지도해주시면 좋은 것들을 알려드리면, 항상 하시는 말씀들이 '우리 아이는 선생님 말을 더 잘 들어요. 또는 선생님이랑 하니까 가능한 거예요' 등의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순히 치료사의 역량이 훌륭해서 가능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가 엄마의 지시에 어떠한 것들도 따르지 않고 거부만을 하거나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가 무너진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치료활동과 방법들을 사용하더라도 아이의 입을 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언어치료의 첫 번째는 바로 관계의 회복입니다. 언어치료를 시작하시기 앞서 지금 우리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가 어떤지를 먼저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언어치료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네 가지.

절대 따라 말하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런 리앙스도 풍기지 마세요. 언어라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스스로 조작해서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따라 말하는 것으로 수십 개 혹은 백여 개의 말들을 유도하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그게 전부일까요?

언어치료의 목표는 우리 아이를 따라 말하기를 잘하는 앵무새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언어를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받을 때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따라 말해봐'라는 말입니다.

말이 늦은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받는 연령은 흔히 2-3세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자아형성을 위한 정서발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로, 흔히 왕을 모신다고 표현하죠. 뭐든지 자신의 뜻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만 가정의 평화가 지켜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아이에게 엄마가 자신에게 '따라 해 봐'라고 명령을 합니다. 이 집에서 명령을 내려야 하는 건 자신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과연 이런 시기의 아이가 엄마의 말을 잘 따라 하려고 할까요?

언어발달을 한다는 전제는 언어발달만 단독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체발달, 정서발달, 신경계 발달 등 많은 것들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치료를 할 때에도 언어발달 외에도 다양한 발달들도 함께 고려해서 언어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다섯 가지.

아이들은 발달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발달 순서를 거치며 언어발달을 합니다. 엄마들이 제게 많이 질문하셨던 것 중에 하나가, 언어치료를 시작한 지 한두 달 된 아이였는데요,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한두 개인 아이에게 갑자기 '엄마 주세요'와 같이 문장으로 말을 못 한다고 치료효과가 없는 건지 다른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 건지 여쭤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이는 현재의 언어 수준에서는 당연히 '엄마 주세요'라고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어렵게 따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아이의 언어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는 정상 언어발달이라 발달 순서를 거쳐 언어를 습득하기 때문입니다. '엄마 주세요'와 같은 문장 발화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 수준에 맞는 적당한 이해 어휘능력이 쌓여야 하고, 표현할 수 있는 어휘의 수가 최소 50개 이상이 된 후, 단어와 단어를 붙여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 후에야 아이는 스스로 '엄마 주세요'와 같은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학업도 마찬가지죠. 아이에게 맞는 맞춤 교육이란,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한 단계 정도 높아진 단계에서의 학업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합니다. 언어 또한 똑같습니다. 아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언어능력을 고려해서 치료 목료를 선정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 맞춤 언어치료 목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섯 가지.

마지막은 가장 어려운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절대 절대 절대,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칠 때 화를 내지 마세요. 아이는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언어 자극을 주려고 열심히 아이랑 놀아줍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목소리로 풍부한 표정과 다양한 언어들로 열심히 자극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장난감에만 관심이 있고 엄마의 질문에는 반응이 없습니다. 한두 번은 엄마가 참고 아이의 반응을 끌어내려 부단히 노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원하는 반응을 끝까지 들려주지 않습니다. 결국 엄마는 답답함을 넘어 화가 올라오기 시작하죠. 그게 한 시간 두 시간 계속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심지어 떼를 쓰기도 한다면, 결국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맙니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볼게요. 오늘따라 엄마가 잘 웃어주고, 내가 하는 말에 뭐든지 반응해줍니다. 엄마랑 재밌게 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화를 냅니다. 이게 한번 두 번, 하루 이틀 계속 쌓인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가 엄마와의 언어놀이를 즐거워할까요? 아이와 언어놀이를 하면서 절대 무언가 결과를 만드려고 하지 마세요. 언어치료의 주체는 엄마가 아니라 바로 아이 자신입니다. 내가 원하는 말을 들으려고 언어치료를 하지 마세요. 그것보다는 아이가 품고 있는 언어라는 씨앗에 지금 나는 열심히 물을 뿌려주고, 햇빛도 쬐어주고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만족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으세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내가 했던 말들을 아이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결과를 억지로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언어치료라는 것은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품고 있는 언어라는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아이 스스로 언어라는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계속 물을 주고, 햇빛을 주고,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마치 농부의 삶처럼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때에 따라 퇴비도 주지만, 열매를 맺거나 꽃을 피우는 것은 농부가 하는 일이 아닌 땅에 심겨진 씨앗이 스스로 하는 일입니다. 우리 아이의 언어의 꽃을 피우는 것도 절대 엄마인 우리가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아이 스스로 피워낼 수 있도록 엄마가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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