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유 엄마 Apr 03. 2020

우리 아이의 언어와 관련한 발달과업

신체발달/인지발달/정서발달

정상 언어발달과 함께 발달해야 하는 발달과업

아기들은 태어나면서 만 2세까지 마치 애벌레가 한 마리의 나비로 태어나는 것과 같은 큰 변화를 겪는다. 몸무게는 처음 태어났을 때보다 3배 이상, 키도 훌쩍 큰다. 혼자 힘으로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 제가 안고 있어도 축 늘어지기만 해서 한 손으론 목을 가눠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두 해가 지나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어다니기 바쁘다. 빽빽 울어대기만 하던 예전과는 다르게 말로 어느 정도 소통도 가능해진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바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뇌에서 일어난다. 

아기는 태어나면서 뇌 속에 2000억 개 정도의 뉴런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뉴런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바로 시냅스이다. 이건 무려 30조 이상이 된다. 그런데 이 시냅스로는 겨우 먹고 잠자는 일상생활 정도의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아기가 자라고 말로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기까지 필요한 시냅스는 30조의 20배가 되어야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한창 왕성하게 만들어지던 시냅스는 이제 자주 사용하는 시냅스들만 남기고 사라진다. 이걸 가지치기라고 표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로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 아기의 뇌 속에서 시냅스들을 강화시켜주고 사라지지 않게 해 준다. 

아이가 '재잘재잘'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엄마와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냅스가 강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말을 알려준다는 것은 풍부한 언어 자극들이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제공이 되고, 뇌 속에서는 말을 하기 위한 경로들 즉 말과 관련된 시냅스들을 서로 연결하고 또 연결하는 것을 계속 반복한 수많은 작업들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말을 한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발달 과업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거쳐야 할 발달과업의 세 가지의 큰 숲은 바로  신체발달, 인지발달, 마지막으로 정서발달로 나눠진다.

첫 번째의 큰 숲은 신체발달이다. 

신체발달 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바로 뇌의 발달이다.  출생 시 아기의 뇌는 성인의 25%이지만, 만 2세가 되면 성인 뇌의 75% 정도로 무거워진다. 그 이유는 수천억 개의 뇌세포들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들이 무수히 생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이 시기에 아기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포함하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시냅스 형성을 돕고 결과적으로 뇌 발달을 촉진하게 된다. 

다음은 운동발달이다. 아이가 누워만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뒤집고, 기고 서다가 곧 걷게 된다. 이러한 운동발달은 아기의 인지발달과 관계가 깊다. 누워 있던 아기가 앉을 수 있고, 또 서있게 되면서 아기의 시야가 확장되고, 흥미로운 물건들을 발견하여 다양한 탐색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다양한 오감 자극의 제공으로 뇌에서는 서로 다른 영역의 뉴런들이 연결되며 뇌 발달의 촉진도 일어난다. 그중 뒤집기*는 아기의 운동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이다. 뒤집기는 운동발달의 첫 번째 단계일 뿐만 아니라 나중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같은 소근육 발달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를 탐색하면서 혀를 내밀어도 보고 입안에서 굴려도 보고, 입술로 푸레질도 하고 입술을 터트려 발성을 내면서 구강 기관의 감각들을 훈련하고,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보면서 소근육도 발달시킨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호흡 발성 공명 조음 기관 등의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한다. 이때 말을 관장하는 근육들은 아주 세밀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앞서 말한 신체발달과 운동발달을 통해 우리 아이는 말을 하기 위한 근육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의 큰 숲은 인지발달이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몸의 기관들과 근육들의 성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바로 인지적인 발달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중에서 언어와 관련된 인지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나무는 바로 인과관계의 이해이다. 생후 2개월의 아기도 학습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울면, 엄마는 우유를 주거나 달래준다. 또 아기가 웃으면 엄마도 따라 웃는다. 이처럼 일상의 모든 경험에서 아기는 인과관계를 경험하며, 즉 원인에 따른 결과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아기들은 사물의 특성을 배우고 어떤 행동의 대한 결과를 알게 된다. 인과관계의 개념은 이후에 문제 해결 능력이나 예측하는 능력,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게 되는 기초가 된다. 

두 번째 나무는 범주적 지각 능력이다. 이 능력은 말소리를 지각하고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b], [p]의 음소 사이의 경계, 즉 /ㅂ/, /ㅍ/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지각하는 능력이다. 이를 통해 말소리를 인식하게 되고, 모국어의 소리 패턴을 학습하고 단어의 의미를 표상화하여 드디어 첫 단어=첫 낱말을 산출하게 된다. 

보통 18개월 전후, 표현 어휘가 50개 정도가 되는 시기를 어휘 폭발기라고 한다. 아이가 말할 수 있는 어휘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음운 인식능력이 두 돌을 전후하여 발달하게 된다.

인지발달의 세 번째 나무인 음운 인식능력은 읽기의 기초가 되는 능력 중 하나이다. 음운인식 능력이란 말소리를 식별하는 능력으로 같은 소리로 시작되는 단어와 다른 소리로 시작되는 단어를 인식하는 능력, 그리고 단어를 구성하는 음소를 세거나 단어를 구성하는 소리들을 합성하거나 분절하면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음운 인식능력은 학령기의 초기 해독 능력과 읽기 성취의 강력한 예측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발달의 네 번째 나무는 공동 주의하기 능력이다. 아기는 엄마에게만 집중되었던 주의하기에서 시선이 확장하여 주변의 사물이나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강아지가 지나가는 것을 엄마와 아기가 함께 보고 엄마가 ‘멍멍이’라고 말했을 때 두 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공동 주의하기라고 한다. 이런 공동 주의는 사물의 이름을 명명하는 기회를 갖울 수 있기 때문에 언어적인 단계로 발달시켜주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나무는 대상 영속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4개월 이전의 아기들은 엄마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 줄 알고 울어버린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 대상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8개월 정도가 되면 반쯤 가려진 장난감을 찾아낼 수 있고, 돌 이후가 되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대상이 존재한다는 개념을 깨닫게 된다. 이를 대상 영속성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를 습득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아이들이 어떻게 해서 짧은 시기에 많은 어휘들을 습득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개념은 바로 빠르게 연결하기 능력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단어들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어휘 폭발기 시기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아이들이 처음 보는 사물과 새로운 단어를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인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나무는 바로 가장 중요한 모방하기 능력이다. 말하기에 있어 모방하기 능력은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모방하기는 비언어적인 것과 언어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비언어적인 모방하기는 다양한 '베이비 사인'과 '제스처'이다. 손을 흔들며 안녕하고 인사하거나 두 손을 모아 주세요라고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들이 제스처이다. 제스처가 빨리 그리고 다양하게 나타날수록 언어발달이 빠르고 말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아이들이 하는 놀이 중 하나가 바로 상징놀이인데, 다양한 제스처들이 나타나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행동을 따라 하면서 전화기를 귀에 대고 옹알이를 한다거나 행주로 식탁을 닦는 등의 상징 행동을 보인다. 처음에는 간단한 행동 모방이었던 상징 행동들은 점차 발달하여 다양한 상징놀이로 변화하는데 이러한 상징 행동들은 언어발달의 기초가 된다. 

또 다른 하나가 언어적인 모방하기이다 언어적인 모방하기 능력은 청각 기억능력과 관계가 있는 따라 말하기 능력이다. 아이들은 말을 배울 때 어른이 말하는 것들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면서 말을 기억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그 말을 떠올려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말을 배운다. 이때 아이의 청각 기억능력이 좋을수록 따라 말할 수 있는 언어가 길어지기 때문에 언어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언어발달을 위한 마지막 세 번째의 큰 숲은 바로 정서발달이다. 

정서발달 중에서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바로 애착형성이다. 애착이란 아기가 양육자와 떨어지지 않고 가까이 있으려는 마음을 말한다. 엄마와 아기의 관계가 친밀하고 안정적인 경우에는 아기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한 경우에는 아기의 인격형성과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는 엄마와의 애착이 안정적일 때 엄마가 언제나 그곳에 있다는 안심이 생기면 열정적으로 외부세계를 탐색하지만,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기는 외부세계를 탐색하는데 불안을 보이며 이것은 언어발달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애착장애로 진단받은 아동 중에는 다른 장애가 없어도 인지발달이나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엄마와 아기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기가 보내는 신호들에 즉각적이고 일관적으로 반응할 때 그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한 달 두 달 그리고 몇 년을 거쳐 형성되는 것이다. 간혹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된 아기라도 엄마가 부모교육 등을 통해 일관적이고 적극적으로 아기에게 반응을 해주면 다시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단어들이 떠올라서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과정들을 거치며 그 과정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고 난 후 아이 스스로 만들어낸 완성작이 바로 언어이다.


우리 아이의 언어의 집을 튼튼하게 지으려면 먼저 땅속에 나무로 기둥을 박고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무너지지 않는 집이 완성된다. 조금 느리지만 말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 아이들도 자신들의 내면에 나무를 심으며 아주 열심히 기초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이의 언어의 집이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게 지어지도록 엄마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먼저 아이를 알아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