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가정 문해 능력(family literacy)을 키우는 방법
[우리 아이에게 '책'이라는 장난감을 소개하는 방법]
책 읽기는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책 읽기는 아이의 눈에 초점이 잡히기 전부터 아주 어린 나이에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책을 접하는 시기는 어리면 어릴수록 좋지만, 어떻게 책을 접하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가 계속 책을 좋아하게 될 수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책을 접하는 시기보다는 책을 접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아이에게 '책'을 소개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나. 0-12개월, 돌 전의 아이에게 책을 줄 때는 찢어질 수 있는 얇은 종이책보다는 부들부들하고 바스락 소리가 나는 헝겊책이 좋아요. 구강기의 시기가 지나간 아이에게는 두꺼운 하드보드지 책을 제공해줍니다. 이때에는 책의 내용을 알려준다는 개념보다는 책을 어떻게 펼치는지, 책을 펼쳐 무엇을 하는지, 페이지를 한 장 한 장씩 넘기는 방법 등을 소개해준다는 개념으로 가볍게 책을 보여주세요.
둘. 아이와 책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자세가 좋아요. 6개월 이전에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시기에는 아이와 함께 엄마가 옆에 누워 팔을 쭉 펴서 책을 두 사람의 얼굴 가운데에 위치하게 펼쳐서 보여주는 자세가 좋아요. 돌 전후의 앉아있을 수 있는 아이는 부모의 앞에 아이를 앉히고 함께 책을 마주 보는 자세가 좋아요. 이때 아이의 귀에 대고 엄마가 편안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마음이 안정됩니다.
셋. 두 돌 전의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의 글자를 똑같이 읽어주기보다는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해서 그림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아요.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나 동작들의 소리들을 들려주어 재미있고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의 세계를 경험하게 합니다. 또한 그림에 나오는 물건의 이름을 알려주거나 색깔, 모양 등의 다양한 명사 어휘에 노출시켜 줍니다.
단,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에게 엄마의 말을 따라 하도록 강요하는 것'입니다. '책 읽기'는 말 그대로 읽기, 즉 이해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어휘들을 들려주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시키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히 '책 읽기'의 기능을 완수한 것입니다.
넷. 단순히 책을 읽어준다는 것보다는 '책'이라는 장난감을 사용해서 대화를 이끌어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꼭 다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특정 페이지를 선호하면, 그 페이지를 함께 보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이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야지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에 나와있는 모든 글자를 꼭 다 읽어주어야한 다는라든지,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든지 등의 강박관념을 내려놓으세요. 책 또한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장난감이 되어야 합니다.
다섯. 세돌 전후의 아이와 책을 볼 때에는 그림을 보며 다양한 의문사 질문을 통해 아이의 말을 이끌어내 주세요. 단, 지나치게 아이의 대답을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한두 번 질문했을 때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곧바로 아이가 해야 할 말을 엄마가 대신해 주세요. 아이는 엄마가 책을 읽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섯. 평소에 부모도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아이들은 자신의 책 이외에도 부모가 읽는 책에도 관심을 보이며 세상에 다양한 책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의 동화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셔도 좋고, 어른들이 보는 소설책이나 전문서적, 영어책 등을 읽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보는 책들의 그림이나 글자 모양과 크기들이 서로 다른 것들을 보며, 새로운 책들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 일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시각적인 자극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매체를 가급적이면 늦게 노출해주세요. 아이들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들에 빨리 자주 노출될수록, 책에 흥미를 빨리 잃게 되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종이책이 줄 수 있는 정서를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해주고 싶다면, 책 보다 자극적인 매체들은 가능한 한 느리게 제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아이의 삶에 한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고, 책 보다 자극적인 다양한 매체들이 들어와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 그때 아이에게 자유를 주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