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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n 30. 2020

우리 아이에게 '책'이라는 장난감을 소개해주세요.

일상생활에서 가정 문해 능력(family literacy)을 키우는 방법

아기가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난 뒤에는 엄마든 아빠든 '트림'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안고 온 집안을 걸어 다니며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아이의 등을 두드려준다. 아기가 모유나 우유를 먹으며 함께 삼킨 공기를 입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작업인 '트림'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이것을 제 때 하지 못하면 더부룩한 배 때문에 칭얼거리기도 하고, 공기가 배출되면서 자칫 토를 게워내기라도 할 때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기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작은 것이라도 부모는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게 세상에 태어난 아기에게 부모가 알려주어야 하는 것들은 사소한 것들부터 어려운 일들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알려주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몸에 익혀가며 습관화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는 평소에 물을 잘 마시지 않아 진노랑의 소변을 자주 보았는데, 내가 '물 마셔야지'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먼저 물을 찾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틈만나면 아이의 입에 빨대컵을 습관적으로 물려주었다. 그것을 몇 년을 하니 이제는 사레가 들리거나 목이 마르면, 곧바로 달려가 식탁 위에 있는 물을 알아서 마신다. 물을 마시는 작은 습관 이외에도 아이들은 빠르면 두 돌을 전후하여 배변훈련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아이가 배변 신호를 느끼고 바지를 내려 변기에 앉는 동작처럼 아주 작은 행동부터 부모가 가르쳐주어야 한다.


흔히 '아이들은 스스로 혼자 내버려 두면 알아서들 잘 큰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것은 세돌은 훨씬 지나서 엄마의 손을 타지 않게 되었을 때에 나 가능한 말인 것 같다. 세 살 이전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혼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를 세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도 여러 번의 실수를 거쳐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는 과정에도 생각보다 아주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책을 맨 앞장부터 펼치고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넘기는 아주 작은 일련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책 읽기'의 습관이 만들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워만 있던 아이가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이때 아주 재미있는 책을 쥐어준다고 해서 아이가 곧바로 한 장 한 장씩 넘기며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것은 아니다. 입으로 무엇이든 탐색하는 구강기의 아이가 세상을 탐험하는 방법대로 아이들은 크건 작건 엄마가 준 책을 곧바로 입에 물고 빨아댄다. 책을 물고 빠는 것은 아이가 책을 탐색하는 과정 중 하나로 당연한 행동이다. 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이 책을 물고 빨아서 나름의 방법으로 처음으로 책과 인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책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방해하지 않아야 아이는 책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처음으로 선물해주는 책은 아무렇게나 물고 빨 수 있는 헝겊책 종류가 좋다. 아이의 빠는 욕구가 충족되고 탐색기간이 끝나면, 이제 엄마가 아이에게 책의 기능을 알려주고 읽는 방법을 소개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는 책을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만나고 책이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읽는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



[우리 아이에게 '책'이라는 장난감을 소개하는 방법]

책 읽기는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책 읽기는 아이의 눈에 초점이 잡히기 전부터 아주 어린 나이에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책을 접하는 시기는 어리면 어릴수록 좋지만, 어떻게 책을 접하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가 계속 책을 좋아하게 될 수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책을 접하는 시기보다는 책을 접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아이에게 '책'을 소개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나. 0-12개월, 돌 전의 아이에게 책을 줄 때는 찢어질 수 있는 얇은 종이책보다는 부들부들하고 바스락 소리가 나는 헝겊책이 좋아요. 구강기의 시기가 지나간 아이에게는 두꺼운 하드보드지 책을 제공해줍니다. 이때에는 책의 내용을 알려준다는 개념보다는 책을 어떻게 펼치는지, 책을 펼쳐 무엇을 하는지, 페이지를 한 장 한 장씩 넘기는 방법 등을 소개해준다는 개념으로 가볍게 책을 보여주세요.  

둘. 아이와 책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자세가 좋아요. 6개월 이전에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시기에는 아이와 함께 엄마가 옆에 누워 팔을 쭉 펴서 책을 두 사람의 얼굴 가운데에 위치하게 펼쳐서 보여주는 자세가 좋아요. 돌 전후의 앉아있을 수 있는 아이는 부모의 앞에 아이를 앉히고 함께 책을 마주 보는 자세가 좋아요. 이때 아이의 귀에 대고 엄마가 편안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마음이 안정됩니다.

셋. 두 돌 전의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의 글자를 똑같이 읽어주기보다는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해서 그림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아요.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나 동작들의 소리들을 들려주어 재미있고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의 세계를 경험하게 합니다. 또한 그림에 나오는 물건의 이름을 알려주거나 색깔, 모양 등의 다양한 명사 어휘에 노출시켜 줍니다.
단,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에게 엄마의 말을 따라 하도록 강요하는 것'입니다. '책 읽기'는 말 그대로 읽기, 즉 이해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어휘들을 들려주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시키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히 '책 읽기'의 기능을 완수한 것입니다.

넷. 단순히 책을 읽어준다는 것보다는 '책'이라는 장난감을 사용해서 대화를 이끌어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꼭 다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특정 페이지를 선호하면, 그 페이지를 함께 보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이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야지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에 나와있는 모든 글자를 꼭 다 읽어주어야한 다는라든지,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든지 등의 강박관념을 내려놓으세요. 책 또한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장난감이 되어야 합니다.

다섯. 세돌 전후의 아이와 책을 볼 때에는 그림을 보며 다양한 의문사 질문을 통해 아이의 말을 이끌어내 주세요. 단, 지나치게 아이의 대답을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한두 번 질문했을 때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곧바로 아이가 해야 할 말을 엄마가 대신해 주세요. 아이는 엄마가 책을 읽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섯. 평소에 부모도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아이들은 자신의 책 이외에도 부모가 읽는 책에도 관심을 보이며 세상에 다양한 책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의 동화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셔도 좋고, 어른들이 보는 소설책이나 전문서적, 영어책 등을 읽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보는 책들의 그림이나 글자 모양과 크기들이 서로 다른 것들을 보며, 새로운 책들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 일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시각적인 자극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매체를 가급적이면 늦게 노출해주세요. 아이들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들에 빨리 자주 노출될수록, 책에 흥미를 빨리 잃게 되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종이책이 줄 수 있는 정서를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해주고 싶다면, 책 보다 자극적인 매체들은 가능한 한 느리게 제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아이의 삶에 한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고, 책 보다 자극적인 다양한 매체들이 들어와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 그때 아이에게 자유를 주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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