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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l 02. 2020

'후루루따 후따까' 도깨비 말을 아시나요?

우리 아이의 음운 발달과정 이해하기

우리 아이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이해 언어발달을 위한 1년여의 '침묵의 시기'가 존재한다. 표현 언어발달과 이해 언어발달은 동시에 발달하는 과정이지만 표현 언어가 나타나기 이전에 반드시 이해 언어발달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통 두 돌을 전후하여 아이들은 엄마가 사용하는 모국어의 자음과 모음을 음운으로 발달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음운 인식능력'이란?
 읽기의 기초가 되는 능력 중 하나로, 말소리를 식별하는 능력을 말한다.
같은 소리로 시작되는 단어와 다른 소리로 시작되는 단어를 인식하는 능력, 그리고 단어를 구성하는 음소를 세거나 단어를 구성하는 소리들을 합성하거나 분절하면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음운 인식능력은 학령기의 초기 해독 능력과 읽기 성취의 강력한 예측 요인이 된다.


음운인식능력의 기초가 되는 요소 중 또 다른 하나는 '범주적 지각 능력'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말소리를 지각하고 구별할 수 있는 기초능력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b/, /p/의 음소 사이의 경계, 즉 'ㅂ'소리와 'ㅍ'소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지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통해 각 음소들을 인식하게 되고, 모국어의 소리 패턴을 학습하면서 단어의 의미를 표상화하여 드디어 '첫 단어'를 산출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만 2세를 전후하여 음운인식의 신호를 보이기 시작해서 음운 발달과정을 거치며 단어로 놀이를 하고 각운과 두운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음운 인식 수준이 읽기 학습에서의 성공을 예측하기 때문에 음운인식의 발달은 구어와 문어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즉, 음운인식능력은 음운 발달과정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며 문해 능력의 기초가 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읽기를 배우기 이전의 아동에게 나타나는 음운인식의 차이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읽기 기술을 예측하기도 한다는 연구가 있다(Rayner et al., 2001). 또한 읽기에 문제를 보이는 난독증 아동의 경우에도  정상아동에 비해 음운 과제의 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Lyytiner et al., 2001).  아이들이 보이는 어휘 습득 능력은 읽기 성취도와도 높은 상관을 보이는데, 음운인식은 읽기의 초기 단계에서, 그리고 어휘능력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중요한 예측 요인이 된다. 이렇듯, 음운인식능력은 아동의 어휘능력, 읽기 능력 등 언어발달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들이라면 한 번쯤은 도깨비 말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2-3세의 아이들에게서 자기가 알고 있는 말들을 뒤죽박죽 섞어놓은, 어딘가 익숙하지만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도깨비 말이 나타난다. 이는 음운인식능력이 발달하면서 자음과 모음을 쪼개기도 하고, 붙이기도 하며 말소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음운인식 놀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음운인식 놀이'는  아이들이 자신의 말소리 안에 각운과 두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음과 모음들의 소리를 자기 마음대로 길게 나열도 해보고, 이곳저곳에 붙여보는 등 말소리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머릿속에서 가지고 노는 나름의 고급 스킬이 필요한 놀이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도깨비 말을 하며 즐거워한다면, 아이와 함께 '재밌는 놀이'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깨비 말 또한 음운 발달과정의 하나이며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말소리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도깨비 말이 고착화될까 봐 염려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것은 어느 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만 세 살인 우리 아이도 두 돌 전후에 도깨비 말이 시작되어 지금은 듣도 보도 못한 현란한 도깨비 말들 선사하고 있다. 필자가 언어재활사이기 때문에 아이가 머릿속에서 말소리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가지고 노는 것들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깨비 말에도 나름의 발달 순서가 존재하는 것 같다. 옹알이가 단순한 모음 발성 옹알이에서 점차 복잡한 자모음의 복합 옹알이로 발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깨비 말을 잘 들어보면, 어느 날은 모음과 자음들을 마구 섞어 의미 없이 중얼거리고 또 어떤 날은 자기가 말하려고 하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기 전에 잠시 머릿속에서 나름의 규칙을 적용해서 맨 첫소리를 똑같이 맞춰서 바꿔 말한다든지 아니면 받침소리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다양한 소리들이 교차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자음과 모음의 이름이나 글자를 알지 못하는 아이가 머릿속에 들어있는 음운 체계를 자신만의 규칙들을 적용하여 이리저리 굴리며 가지고 노는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이자 음운 발달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현재 엄마 아빠가 알 수 없는 도깨비 말에 흠뻑 빠져 즐거워하고 있다면, 한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음과 모음을 학습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미리 부모가 알고 있다면 아이의 놀이를 방해하는 실수를 겪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아이의 도깨비 말을 마음껏 격려하며 우리가족만이 아는 비밀 놀이를 즐겨본다면 깔깔깔 박장대소하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후루루따후따까?"

"호로로따호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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