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유 엄마 Jul 09. 2020

부모가 알아야 할 언어발달검사의 모든 것_01

이럴 때는 언어발달검사가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우리 아이가 정상 범주 안에서 언어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부모는 항상 궁금해하지만, 집에서 아이의 언어발달을 정확하게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약, 말이라도 느리면 우리 아이가 언어치료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말이 느린 것인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보아도 괜찮은 것인지 부모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형제자매들 아니면 또래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관찰하며 자신의 아이가 어느 정도 느린 것인지를 가늠해본다.


아이의 언어발달을 관찰하며 부모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현재 보이고 있는 현상이 '정상적인 발달과정 중의 하나'인 것인지, 아니면 '언어발달장애를 알려주는 위험신호'인지를 구분하는 것일 것이다.



정상적인 언어발달 과정에서도 언어발달지연처럼 보이는 특징들이 몇 가지 있다.

1. 옹알이가 갑자기 멈췄어요.
-> 신체, 인지 등  다른 발달에 문제가 없는 경우, 부모가 아이의 옹알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단순히 터트리는 울음이나 옹알이 발성에도 아이들은 많은 욕구들을 포함하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욕구들이 무시당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욕구를 표현하던 것들을 멈출 수 있다. 만약 한두 달 정도 부모가 적극적인 반응을 일관적으로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옹알이가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셔야 한다.

2. 첫 단어가 출현한 뒤, 말이 빠르게 늘지 않아요.
-> 엄마들이 착각하기 쉬운 언어발달과정 중 하나는, 아이가 첫 단어를 사용하면 곧바로 술술술 다른 단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첫 단어가 출현하고 난 후 곧바로 어휘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어휘 폭발기'에 접어들지 않는다.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을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어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어휘 폭발기'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은 첫 단어 출현 후 일주일에 한 개 정도씩 새로운 단어들을 학습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이전에 배웠던 단어들을 까먹는다거나 새로 배운 단어와 헷갈려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이것은 단어를 처음 학습할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발달과정 중 하나이다. 이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아이의 어휘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3. 문장이 길어지면 문법을 자꾸 틀리고 말을 자꾸 더듬는 것 같아요.
->만 2-3세가 되면 아이들은 한 두 단어로만  말을 하다가 점점 더 길게 의사표현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서 문장이 출현했다는 것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단어 수준의 언어능력에 비해 월등히 높은 언어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단어와 단어를 붙여서 사용하면 될 것 같은 단순한 조합들도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엄마' 뒤에 '물 밥' 등과 같은 '명사'를 붙였다가 '해, 줘'와 같은 '동사'를 조합하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문장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준비되지 못하여 과부하가 될 때 다양한 문법 오류들과 발음 오류, 말 더듬는 현상이 관찰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정상발달의 과정 중 하나로, 이때에는 문장의 '형태'가 맞는지 틀렸는지보다는 문장의 '의미'에 집중하여 대화를 이어가 주는 것이 좋다.




다음의 경우는 '언어발달장애를 알려주는 위험신호'임으로 부모가 좀 더 주의 깊게 아이의 언어발달을 관찰할 필요성이 있으며, 반드시 조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 관습적인 제스처나 말소리 모방하기가 나타나지 않아요.
->관습적인 제스처의 사용은 돌 전의 아이들에게서 많이 관찰되는 능력으로, 의미 있는 단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말을 대신하여 사용하는 언어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말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은 듣기와 말하기를 통한 언어 습득에 기초가 되는 능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언어발달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에게서 제스처의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며, 모방하기 능력이 지연된다고 하였다. 만약, 우리 아이가 돌 이전에 '안녕', '주세요' 등의 관습적인 제스처의 사용이 다양하게 나타나지 않고, '엄마', '빠빠'등과 같은 말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언어발달장애를 알려주는 위험신호일 수 있다.

2. 지시 따르기가 되지 않아요.
-> 지시 따르기는 '물 주세요.'와 같이 한 가지 단순한 지시를 따르는 것에서 점점 복잡한 두세 가지의 지시 따르기 수행('거실에 가서 책 가지고 오세요')으로 발달해간다. 지시 따르기 수행능력은 아이들이 보유한 이해 어휘를 체크해보는 것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이해 언어능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과제이다. 만약 두 돌이 넘었는데도 엄마의 말을 듣고 간단한 지시 따르기 수행이 되지 않는 등 또래보다 현저하게 지시 따르기 수행 능력이 느리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3.' 어휘 폭발기'가 나타나지 않아요.
-> 보통 24개월 전후에 90% 이상의 아이들에게서 '어휘 폭발기'가 관찰된다. '어휘 폭발기'란 갑작스럽고 폭발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단어를 습득하기 시작하는 시기를 말한다(Bates et al., 1987). 만 2세가 지난 후에도 '어휘 폭발기'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주의 깊게 아이의 언어발달을 지켜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반드시 '어휘 폭발기'를 거쳐 충분한 어휘능력을 보유한 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문장을 산출하게 되기 때문에 '어휘 폭발기'의 시기가 늦어질수록 아이의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내가 언어재활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자신의 아이가 당장 언어발달검사를 받아보아야 하는 것인지, 언어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말이 느린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다.

'돌이 되었는데도 아-아- 발성만 한다는 아이, 두 돌이 가까워지는데도 아직 한마디도 못한다는 아이, 할 수 있는 단어들이 몇 개 정도는 있지만 문장으로 길게 말을 못 한다는 아이', 상담사례들은 너무도 다양하다.

내가 그분들에게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것이 있다면 하나, 언어 이외에 신체, 인지, 정서 발달은 정상인지 둘, 이해 언어능력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부모의 양육태도, 이 세 가지이다. 만약 아이가 언어 외에 발달이 모두 정상이고, 이해 언어능력 수준(이해 어휘 보유량, 지시 따르기 수행능력)도 또래와 비슷한 수준이며, 부모 중 한 분이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가정에서의 언어지도 방법을 알려드린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부모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아이의 언어발달에 많은 성과를 가져오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한 '위험신호'들과 함께 아래의 경우들에 우리 아이가 해당이 된다면 반드시 언어발달검사를 진행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아야 한다.



반드시 언어발달검사가 필요한 경우

- 언어 외에도 신체, 인지, 정사 발달의 지연이 동반되는 경우(조기중재 필수: 청각장애, 구개파열, 지적장애, 자폐, 발달장애 등)   
- 24개월이 지나도 이해언어능력이 또래아동보다 떨어지고 한두 단어 정도만 사용 가능하며 어휘 폭발기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언어발달장애)  
- 만 3세 이후에도 단순한 전보체 문장만 나타나는 경우(언어발달장애)  
- 만 3세 이후에도 발음 오류가 빈번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조음음운 장애)  
- 연령과 상관없이 말더듬이 단어 내에서 반복적이고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아이가 말더듬을 인지하여 위축되거나 부수행동이 동반되는 경우(유창성장애/말더듬)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가 필요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