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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l 19. 2020

생각하는 인간 & 놀이하는 인간

호모사피언스(Homo Sapiens)+호모루덴스(Homo Ludens)

아이는 놀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언어 또한 아이의 놀이와 함께 성장한다.

언어 이전에 나타나는 상징 행동은 아이가 표현하는 '언어'에 포함된다. 단순한 상징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어야 그것들을 의미하는 상징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말을 하기 이전의 아이들은 상징 행동을 통해 놀이를 시작하는 데, 이러한 상징 행동은 어떤 사물이나 행동을 다른 사물이나 행동으로 상징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김영태, 2002).


[연령별 상징 행동(김영태, 2002 참고]
 
# 탐험적인 놀이(9-10개월): 물건에 합당한 기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탐험하는 자세를 보인다.
# 전 상징기적 행동(11-13개월): 물건에 대한 관습적인 사용(예: 전화기를 들어 귀에 가져간다).
# 자동적 상징 행동(14-15개월):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하는 상징놀이(예: 빈 병을 들어마시는 흉내)
# 단순 상징 행동(16-17개월): 자신의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진정한 상징 행동(예: 인형에게 우유 먹이는 행동, 신문을 읽는 흉내).
# 단순 상징 행동 조합(18-19개월): 한 가지 단순한 상징 행동을 둘 이상으로 반복(예: 인형에게 우유를 먹이고, 자신도 우유를 먹는 흉내, 주스를 엄마, 인형, 강아지에게 차례로 주는 흉내).
# 복합 단순 행동 조합(20-23개월): 연속적인 일련의 행동 속에 두 가지 이상의 상징 행동(예: 국자로 냄비를 젖고, 접시에 따른 뒤 인형에게 떠먹임).
# 물건 대치 상징 행동(24-26개월): 관습적인 물건 대신 다른 물건으로 대치하여 상징 행동(예: 블록을 다리미로 사용, 빗을 비누로 사용).
# 대행자 놀이(24-35개월): 다른 사람의 역할을 가장(예: 우는 소리를 내며 인형이 우는 것처럼 가장, 엄마의 구두를 신으며, "엄마 나갔다 올게"라고 말함).
# 두 가지 사회적 역할놀이(36-59개월): 두 개 이상의 인형이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예: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를 진료하는 역할).
# 복합적인 사회적 역할놀이(60-72개월): 한 인형이 두 가지 이상의 사회적 역할(에: 의사 인형이 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집에서는 아빠 역할을 함).





영아기의 의사소통에서는 성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김명순, 1999). 그 이유는 영아기의 모든 감각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기로 제대로 협응이 되지 않는 상태이며, 감각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언어학자인 비고츠키(1978)는 근접 발달영역 이론(ZPD: 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을 주장하며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위한 비계(Scaffolding)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비계(Scaffolding)'란, 건축공사를 할 때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을 말하는데 건축현장에서 재료를 운반하거나 작업을 위한 발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동이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하도록 유능한 성인이나 또래가 도움을 제공하는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주는 것이다. 즉, 부모가 아이의 옹알이에 반응해주거나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준다거나 하는 것이 언어의 근접 발달영역에서의 비계 설정이 되는 것이다. 



영아의 언어와 놀이
영아기에 나타나는 언어와 놀이는 두 가지 모두 영아의 표현 수단이며 의사소통의 기능을 갖는다. 언어와 놀이의 발달 순서는 모든 아이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Fenson, 1984; Fenson & Schell, 1986). 또한 언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동은 상징놀이를 더 많이 하며, 상징놀이를 통해 언어발달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였다(Tamis-LeMonda & Bornstein, 1994).


보통 2세 전까지는 엄마가 아이의 주요한 놀이 파트너가 되며, 상상놀이는 엄마의 주도에 이뤄진다. 1-3세 영아가 혼자 놀이를 할 때와 엄마와 함께 놀이를 할 때를 비교한 결과, 엄마가 아이의 놀이에 참여하였을 때 영아들은 혼자 놀 때보다 2배 이상의 상상놀이를 할 수 있고, 엄마가 아이의 상상놀이를 도와줄 때 놀이 주제가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며, 놀이의 지속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된다(Fiese, 1990: Haight & Miller, 1993; Slade, 1987).


Zukow(1990)와 Fogel(1997)에서는 영아기의 아이가 엄마와 놀이를 하면서 그 맥락에서 사용되는 사물이나 행동과 관련한 언어를 듣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엄마와 같은 사물을 보고 이야기를 하며 언어와 놀이에서 상징적인 표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배운다고 하였다.


1세 영아의 언어와 놀이의 관계를 연구한 김명순, 성지현(2002)에서는 영아가 놀이를 할 때 엄마의 지도에 따라 영아의 놀이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였다. 영아와의 놀이 시 엄마가 사물과 행동의 이름을 언어로 말하고, 지지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반응적으로 비계 설정을 적극적으로 할 때 영아의 언어와 놀이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영아의 언어와 놀이의 발달은 엄마의 언어 사용과 놀이에 참여하는 적극성과 관련이 높고, 1세 영아의 상징적인 표상 능력이 언어와 놀이에 반영되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자, 놀이를 통해 삶을 유희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놀이를 통해 삶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영아기의 놀이는 언어를 습득하기에 최적의 상황을 제공해준다.

보통 부모들이 아이에게 언어 자극을 준다고 하였을 때, 사뭇 긴장한 부모는 아이에게 언어를 쏟아붓기 위해 상황을 구조화해서 딱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 oo야, 따라 해 봐, 뭐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언어를 놀이 상황에서 학습한다. 유대관계가 있는 타인과의 놀이를 통해 사물의 이름을 듣고,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말소리를 익히고 그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가정에서 아이에게 언어를 지도할 때에는 반드시 놀이 상황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 아이에게만 놀이 상황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놀이 상황이 되는 진정한 '놀이'상황 말이다. 말을 하기 이전의 아이들일수록 엄마의 표정, 웃음소리,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와 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느껴야 아이도 부모와의 놀이가 즐거움으로 느껴진다. 즐겁고 편안한 감정을 동반한 언어의 기운들이 아이의 귓속으로 들어가 사물과 언어를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어린 연령의 아이일수록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경우에는 아이의 연령에서 나타나는 상징 행동의 발달 순서를 참고해서 아이에게 상징 행동을 유도하는 놀이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모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놀이는 아이의 언어를 자극시켜주는 최고의 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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