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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l 31. 2020

언어의 결에 리듬을 담아

보통의 언어에 멜로디 얹기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색깔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푸르른 '초록'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와 함께 있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스르륵 열어주는 초록빛 열쇠는 바로 '노래'이다.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노래를 들으면 몸을 흔들흔들 리듬을 타거나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여 나름의 박자를 맞추고 거기에 더 흥이 오르면  박수를 치며 흥겨움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아이들을 춤추게 하는 신나는 노랫소리 안에는 멜로디 뿐만 아니라 '언어'도 가득 들어있다. 그것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거나 따라하기 좋은 단어들만 쏙쏙 골라서 들어가 있고,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불러도 지겨운 건 부모들일 뿐 아이들은 오히려 전날보다 더 신나게 '단순한  반복'에서 오는 행복을 만끽한다. 아이들은 정말 노래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가 부모에게 제일 먼저 소개해주는 놀이는 어떤 특별한 것들이 아닌 '함께 아이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감각 중 하나가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 능력이다. 아이들은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안정을 찾는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울 때마다 태교 때 들려주었던 노래를 들려주니 금세 울음을 그쳤다고 하거나, 뱃속에 있을 때 읽어주었던 책을 다른 책들보다 유난히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된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얼굴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찾아내는 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감각 중 하나가 청각능력이다. 아이들은 청각능력에 의지해 뿌연 안개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움직이거나 손발을 뻗으며 엄마를 찾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낯선 세상에서 익숙한 엄마의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나침반이 곧 청각능력이다.  이렇듯 청각능력은 아이들에게 세상과 연결해주는 영향력있는 정보들을 제공해주며, 언어와도 연결해주는 아주 중요한 통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부모교육에서 청각 능력을 활용하여 언어를 자극시켜주는 '노래 함께 부르기'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부모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노래의 루틴을 만들어가며 아이의 일상을 채워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말소리를 귀로 들으며 다양한 단어에 노출된다. 아이들은 예상되는 일련의 사건 안에서 단어의 의미를 점차 이해하게 되고 더듬더듬 엄마의 말소리를 따라 해 보면서 그 단어를 자신의 언어로 받아들인다.


노래를 사용하여 부모가 보다 유익하게 아이의 언어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엄연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옹알이 단계의 아이들은 노랫말이 정해져 있는 동요를 똑같이 불러주는 것보다는 익숙한 멜로디에 부모가 자신만의 노래로 개사해서 불러주는 것이 좋다. 노래 가사는 쉽고 짧은 문장을 계속적으로 반복해 가는 것이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면 아이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팔팔~쭈욱 쭈욱, 다리 다리 쭈욱 쭈욱.'이라고 노래를 불러주거나 밥때가 되면, '맘맘맘, 맘마 맘마 먹~자'라고 개사를 해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다. 일상을 노래로 만들어가는 것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어떤 상황이 되었든지 그 순간에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멜로디를 붙여서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 될 때마다 똑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만들어진 노래가 들려온다면 아이들은 상황과 말소리를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노래가 들려올 때마다 아이들은 엄마의 노랫소리에 주의를 선택해서 기울일 수 있는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언어의 시작은 먼저 말소리로부터 아이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 출발점이기 때문에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아이가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멜로디를 입힌 언어는 가장 오래도록 아이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


노래는 언어 이전의 아이들에게 비언어적인 언어(제스쳐)를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말을 할 수 없는 단계에서도 노랫말을 들으며 엄마가 보여주는 손동작이나 몸짓을 따라 할 수 있다. 엄마의 손동작을 보며 따라 하는 행동이 바로 '제스처'이다. 말로 언어를 표현하기 전에 등장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관습적인 행동인 '제스처'이다. 친구를 보며 '안녕'하며 손을 흔들거나, 날아가는 나비를 보며 두 팔을 팔랑팔랑 흔들며 나비를 흉내 내는 몸짓이 바로 제스처이다. 말을 배우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제스처가 다양하고 많을수록 그리고 그 시기가 빠를수록 아이들의 표현 언어능력이 좋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제스쳐'를 아이가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노래'를 부를 때 함께 나타나는 '율동'을 활용하는 것이다. 말이 아직 터지지 않은 아이들은 엄마가 노래를 부르며 함께 율동을 보여줄 때 노랫말에 등장하는 단어를 율동이라는 시각적인 단서를 통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아이가 따라하는 율동의 노랫말은 아이의 이해언어능력을 반영한다. 만일 아이가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 쳐' 라는 노래를 부르며  '손뼉 쳐'의 부분에서 스스로 손뼉을 짝짝 친다면, 아이는 '손뼉 쳐'라는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래는 아무런 준비물이 없어도 그리고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도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노래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노랫말을 익살스럽고 과장되게 들려주면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매번 즐거워한다. 아이들도 자신이 알고 있는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말소리가 나오면 반가운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노래에는 아이의 언어 수준별로 제시할 수 있는 노래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삐약삐약 병아리, 오리는 꽥꽥, 짤랑짤랑 으쓱으쓱' 등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마음껏 들려줄 수 있는 노래에서부터, '안녕 안녕 친구들, 나처럼 해봐요, 둥글게 둥글게, 뽀뽀뽀 친구'와 같이 친구들과 함께 상호작용 놀이를 시도해볼 수 있는 노래들이나, 아빠들의 애창곡 '아빠 힘내세요'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까지 수 만 가지의 노래들이 있다.

아직은 어린아이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모를 때 부모와 아이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 방법은 바로 우리아이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것'이다.



[노래를 통한 유익한 언어 자극법]

1 단계: 아이에게 일상 속에서 반복해서 노래를 들려준다. 아이가 노래에 익숙해지면, 노래 가사와 율동을 연결시켜 반복해준다. 처음 시작하는 노래는 단어가 10개 미만인 단순한 노래나 부모가 직접 만든 간단한 노래가 좋다.

2 단계: 노래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를 주고받듯이(turn taking) 노래 또한 서로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노래를 함께 부르다가 서로 한 번씩 번갈아가며 한 소절 한 소절을 차례로 부르는 활동을 적극 활용해보자. 처음부터 무작정 노래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참여하기 좋은 타이밍이나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 오면 아이를 쳐다보며 기대하는 표정으로 아이를 기다려주어 스스로 노래를 부르거나 율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이가 자신의 차례를 알아차리지 못할 경우에는 손짓으로 아이의 차례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3 단계: 마지막 단계는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단, 노래 부르는 활동은 부모도 아이도 즐거운 하나의 놀이가 되어야 한다. 언제나 아이가 기분 좋은 상태로 노래 부르기를 경험해야지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율동이나 노랫말 또한 정해져 있는 답은 없다. 엄마 아빠가 가장 편하고 재밌는 율동, 노랫말들로 채워주면 된다.




-Reference-
펀 서스먼(2017). 우리 아이 언어치료 부모 가이드(More Than Words), 하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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