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유 엄마 Aug 17. 2020

우리 아이의 슬기로운 발음 생활 3

[발음 편] 언어재활사가 알려주는 진짜 '발음' 이야기: 우리말 자음

우리말의 '자음' 바로 알기

우리말의 자음은 모두 19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말에 존재하는 19개의 자음은 목표 자음을 발음하기 위한 '발음 위치'와 '발음 방법'에 따라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김수진 & 신지영, 2007).


'발음 위치'란 목표 자음을 발음하기 위해 사용되는 발음(조음) 기관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발음 방법'은 목표 자음을 발음하기 위해서 조음 기관을 움직여 발음하는 방법이다. 자음을 발음하기 위해 '발음 위치'와 '발음 방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같은 것이다.

이는 우리말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수 있게 된다.

 김지형(2007)의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활용한 한국어 자모 및 발음 교육 방안'을 살펴보면 우리말의 흥미로운 제자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말 자음 분류(김수진& 신지영(2007); 김지형(2007)]

우리말의 자음은 발음 위치 별로 양순음, 치경음, 경구개음, 연구개음, 성문음의 위치에서 만들어지며, 발음 방법 별로는 파열음, 마찰음, 파찰음, 비음, 설측음으로 분류할 수 있다.


* 발음 위치에 따른 자음 분류

- 양순음(입술소리): 우리말의 자음 중 /ㅁ,ㅂ, ㅃ, ㅍ/에 해당하는 양순음은 두 입술을 사용하여 발음하는 자음으로 구강의 압력에 따라 양순음을 구별하게 된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살펴보면, 양순음은 입의 모양을 본떠 'ㅁ'을 기본자로 삼았고, 소리의 특성에 따라 기본자에 획수를 더하여 'ㅂ'과 'ㅍ'을 만들었다고 한다.


- 치경음: 치경음은 우리말의 자음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7개가 해당된다(/ㄷ, ㄸ, ㅌ, ㅅ, ㅆ, ㄴ, ㄹ/). '치경'은 앞니와 입천장 중 딱딱한 부분인 경구개의 사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구강 안의 아래 발음 기관인 혀와 위 발음 기관인 잇몸을 사용하여 발음한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에서는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떠 'ㄴ'을 기본자로 삼았으며, 여기에 가획을 하여 'ㄷ,ㅌ'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유음에 해당하는 'ㄹ'는 초성(음절의 첫소리)에서는 혀를 많이 굴리는 탄설음으로, 종성(음절의 끝소리)에서는 혓날이 치경 부분에 닿는 설측음으로 발음된다.


- 경구개음: 파찰음에 해당하는 자음으로 /ㅈ, ㅉ, ㅊ/가 해당하며, 아래 발음 기관인 혀가 입천장의 경구개(입천장을 혀로 쓸었을 때 딱딱한 부분에 해당)에 닿아 발음하며 혓날을 경구개 앞쪽에 대고 소리 내면서 약하게 바람소리를 내도록 유도할 수 있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에서는 경구개음을 이의 모양을 본떠 'ㅅ'을 기본자로 삼고, 가획자 'ㅈ'와 'ㅊ'를 만들었다고 하였는데, 현대 음성학에서는 'ㅅ'은 치조 마찰음에 해당하며 'ㅈ,ㅊ'는 경구개 파찰음에 해당된다고 한다.


- 연구개음: 연구개음 'ㄱ,ㄲ,ㅋ'는 경구개에서 바로 뒷부분에 이어지는 부드러운 부분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실현되는 자음으로 혀의 뒷부분을 입천장(연구개)에 닿게 하여 소리를 낸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에서는 평음 'ㄱ'은 설근(혀뿌리)이 목구멍을 막고 있는 모양을 상형화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개음은 가글링을 하거나 코 고는 소리를 낼 때 혀의 위치를 유추해 볼 수 있다.


- 성문음: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성문음은 'ㅎ'이 유일하다. 발성기관이기도 한 성대가 발음 기관의 역할을 하며, 기류를 내보내는 소리이기 때문에 마찰음에 해당하는 조음 방법을 사용한다. 하품을 할 때 단모음 'ㅏ'를 불여 발성하도록 하여 성문음을 유도하기도 한다.




말소리는 '인간의 발음 기관을 통해 만들어지는 언어학적 의미를 가진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말소리를 위해서 필요한 발음 기관은 크게 성대(larynx)와 혀, 입천장(치경, 경구개, 연구개, 구개수) 입술 등이다. 다양한 발음 기관을 통해 말소리를 내려면 발성하기 위한 공기가 필요한데, 폐에서 생성된 공기는 성대를 지나면서 발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발성 단계를 거친 공기는 구개수(목젖)를 통해 비강과 구강(입천장)으로 흐르게 되는데, 이때 발음 기관인 혀와 입술 등의 움직임을 통해 공기 흐름에 방해를 받으며 자음 소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우리가 말소리를 산출하기까지는 다양한 발음 기관과 미세한 근육을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가 엄마를 보며 '엄마'라는 첫 단어를 내뱉기까지는 이렇게 많은 발음 기관들과 동작들의 협응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기적이란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평범했던 일상들이 특별해지고, 무덤덤했던 하루의 일과들이 점점 더 소중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언어재활사로써 아이의 발음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분명히 어제만 해도 'ㅈ'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똑 부러지게 발음하는 것을 보며 놀라움과 대견함을 동시에 만끽한다.


우리 아이의 '발음'이 자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아이의 말소리를 개월 수에 따라 영상에 담아 저장해 보도록 하자. 그리고 3개월 혹은 반년이 흐른 뒤에 이전에 찍어두었던 영상들을 한꺼번에 돌려보아이의 말소리에 집중해보면 우리 아이의 발음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Reference-
김수진 & 신지영(2007). 조음음운 장애, 서울: 시그마프레스.
김지형(2007).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활용한 한국어 자모 및 발음 교육 방안, 국어국문학, 147, 국어국문학회, 221-258쪽.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와 함께하는 언어놀이(12-14개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