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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Aug 04. 2020

우리아이의 기질과 언어발달

기질에 따라 언어 자극법이 달라지는 이유

어떤 아이들은 돌도 되기도 전에 첫 단어를 툭 내뱉더니 그 뒤로 술술술 말을 쏟아내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두 돌이 다돼서야 가까스로 '엄마'를 내뱉기도 한다. 보통 18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 표현 어휘의 수는 평균 50개 정도가 되지만, 아직 한 마디도 못하는 아이부터 200개가 넘는 단어를 말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모습이 관찰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휘를 습득하는 데 개인차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어떤 이유들 때문에 언어발달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나타나는 초기 어휘 발달의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초기 어휘 발달의 개인차

영아기의 초기 어휘 발달 과정에서 개인차가 나타나는 원인들에는 출생순위, 문화 차이, 언어스타일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장유경 & 이근영, 2006). 다양한 연구들에서 초기 어휘 발달의 개인차에 대한 원인을 외적인 변인과 내적인 변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 외적인 변인에는 성인의 언어 입력 양과 다양한 어휘의 사용(장유경 외, 2003), 복문의 사용, 언어적 상호작용의 유형(이지연, 이근영, 장유경, 2004),  부모의 민감한 언어적 반응(이지연, 장유경, 2005)등이 초기 어휘 발달 습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반면, 내적인 변인으로는 영아의 기질(Bloom, 1993), 애착, 문제 행동, 양육 태도(모인선 & 김희연, 2005; 원영미 외, 2004) 및 인지, 정서발달(조혜진 & 이기숙, 2004) 등이 영아기의 초기 어휘 습득과의 상관성을 밝히고 있다.

# 기질과 언어발달을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인 Bloom(1993)은 언어와 정서는 모두 동일한 인지적 자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만일 아동이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면, 불안한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서요인에 보다 많은 자원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이로 인해 언어자원으로 사용되어야 할 자원이 부족해지고, 어휘 습득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정서 요인은 기질의 하위 요소들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였다.

# 잘 웃고 행복한 영아 시기를 보낸 아이들은 타인과 상호작용을 빈번하게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으며, 언어를 빨리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Dixon & Smith, 2000).

 # 표현 어휘와 아동의 기분(감정)에 유의한 상관성이 관찰되었는데, 아동에게 유쾌한 기분이 많을수록 명사, 형용사, 대명사 등을 더 많이 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유쾌한 정서를 가진 영아들은 타인에게 쉽게 접근이 가능하며, 다른 사람들도 아동에게 더 많이 접근하게 되므로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기 때문에 표현 어휘도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언어 스타일 중 참조적인 스타일과 표현적인 스타일이 언어발달에 보다 더 긍정적이었다(장유경 & 이근영, 2006).




이렇듯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나는 기질은 언어발달에 분명한 변인 중 하나가 된다. 부모인 우리 또한 성격과 기질에 따라 각자의 언어스타일이 다르게 나타난다. 

아이의 언어를 자극시켜  때 부모의 언어스타일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 되지만, 우리 아이가 어떤 기질로 태어나 어떤 언어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유쾌한 정서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어쩌면 부모의 언어스타일이나 언어 입력의 양등 외적인 변인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유쾌한 정서를 가진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자극들이 즐겁고 부모 외의 타인과도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동기와 기회가 많기 때문에 유쾌한 아이들이 말이 느릴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내향적인 기질을 타고난 아이들은 외적인 변인이 언어발달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되기도 한다.


내향적인 아이를 위한 언어 자극법

내향적인 아이들은 언어능력을 정상적으로 잘 갖추고 태어났지만, 개인의 성향으로 인해 언어를 잘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언어 입력의 양만 무작정 늘린다고해서 곧바로 '아웃풋(Output)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가 더 민감하게 아이를 대해주어야 한다.


# 비언어적 표현에 신경 쓰기
: 내향적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 외의 다른 요소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엄마의 표정, 목소리, 말투, 제스처 등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다. 이 아이들은 열 마디의 말보다 엄마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단 한 번의 미소에 더 잘 반응한다.

# 충분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 이 아이들은 변화와 낯선 자극들이 전혀 즐겁지 않다. 새로운 자극들이 들어오면 그것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아이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해야지'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가 상대방을 충분히 관찰한 뒤 관심을 보이면 누구인지 알려주며 아이에게 말을 건네도록 한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때에도 충분한 관찰이 끝난 뒤 아이가 고개를 돌리거나 움직임을 보이면 그 후에 천천히 말을 건넨다.

# 상황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기
: 자극이 즐겁지 않은 아이들은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순간마다 긴장도가 높아진다. 이런 아이들의 불안함을 줄여주기 위해서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놓이기 전에 쉽고 간단한 말로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준비시켜 주는 것이다.

# 혼자 하는 놀이시간에 대화를 시도하기
: 내향적인 아이들은 겉으로만 본다면 마냥 순하고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놀이에 몰입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에게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단, 아이가 혼자서 놀이에 집중하였을 때 놀이의 주도권을 가로채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와 같은 공간에 앉아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를 지켜보며 아이의 행동이나 아이가 해야 할 말을 대신 말해주거나 놀이의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한 두 번 의문사를 사용해서 간단한 질문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 책 읽기 활동
: 내향적인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아의 시기부터 부모와 책을 읽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좋다. 두 돌 전후의 아이들과는 책 읽기 활동이 끝난 뒤 아이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그동안 쌓인 아이의 언어를 입 밖으로 꺼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Reference-

장유경 & 이근영(2006). 기질과 초기 어휘 습득의 관계, 아동 학회지, 27(6), 한국아동학회, pp263-276.
이지연, 이근영, 장유경(2004). 어머니의 책 읽기 상호작용 유형이 영아의 초기 어휘 발달에 미치는 영향: 한국 심리 학회지: 발달, 17(1), pp131-146.
이지연, 장유경(2005). 영아 초기 어휘 발달의 특성: 8-18개월 영아의 단기 종단 연구. 한국 심리 학회지: 발달, 158(3), pp105-123.
조혜진, 이기숙(2004). 유아의 사회, 정서발달에 미치는 가족 특성, 보육 경험 및 기질 변인 분석, 유아교육연구, 24, pp263-284.
Bloom, L. (1993). The transition from infancy to language : Acquiring the power of expression. Cambridge, Englang : Cambridge University Press.
Dixson, W., & Smith, P. H.(1997). Temperamental predictors of linguistic style during multiword acquisition. 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 20, pp9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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