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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Aug 09. 2020

엄마에게 아이란.

사실은 여러분이 아이를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린 건가요?"


사실 부모님들은 이미 답을 알고 계신다.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의 원인을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직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우리 아이는 또래 아이보다 말이 느린 것이 맞다. 말이 느린 것은 맞지만 정도의 차이가 문제인 것이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린 것이 그저 단순히 말이 조금 느리다가도 이내 또래 아이들을 따라잡을 정도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인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 것인지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 시점에서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리다는 것이다. 무작정 아이가 말이 트이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도움이 우리 아이에게 가장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가정에서 아이의 언어능력을 확인하는 방법]

1. 현재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엄마의 지시사항(한 가지 이상)을 듣고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가? 하나 또는 두 가지 이상의 지시사항을 듣고 여러 상황에서 적절히 수행한다면 아이는 충분한 이해 어휘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아이의 지시 따르기 수행능력이 정확히 엄마의 말만을 듣고도 그것을 이해하여 나타난 행동인지를 판단해본다.
예를 들면 'OO을 가져올래?', '눈이 어디에 있지?'와 같이 간단한 지시를 말로만 듣고 지시 따르기가 가능한지를 확인하여 아이가 이해하고 있는 어휘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3. 표현 어휘의 수를 체크해본다.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어휘의 수가 50개 전후라면, 현재 아이는 단어들을 조합하기 위한 준비 기간일 수 있다. 이때에는 표현 어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어휘 자극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긴 문장이 아닌 전보문 형태(두 단어 조합 수준의 문장)의  짧은 문장으로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가 표현하지 못하는 새로운 어휘일 경우에는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주면 좋다.

4. 두 단어 조합의 문장(명사+명사)이 나타나는가?  
예를 들어, '이거 주세요'와 같은 문장은 '이(지시대명사)+것(의존명사)+주(동사)+세요(종결어미)와 같이 생각보다 길고 어려운 문장이다. 아이가 전보문 형태의 '엄마+까까'와 같이 2개의 명사를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이렇게 전보문 형태의 문장이 출현한다는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문장 표현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이다.


[가정에서의 언어지도 방법]

첫 번째, 아이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단어 수준(의성어, 의태어, 한 두 단어 수준의 짧은 문장 등)의 다양한 어휘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준다. 현재 아이의 언어능력이 만 1세 수준이라면 언어치료의 목표는 문장 출현 준비를 위한 수용 어휘 및 표현 어휘의 확장이 될 수 있다. 그림책을 함께 볼 때에는 글밥을 읽어주거나 일방적인 질문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함께 그림을 보면서 그림에 나오는 어휘들을 이야기하거나 두 단어 조합 수준의 짧은 문장을 들려주는 방법이 좋다. 너무 길고 복잡한 문장은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일상생활에서의 자연스러운 역할 놀이를 활용한다. 다양한 상징놀이를 조합하여 역할 놀이를 할 때에 아이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준다.  '완벽한 말'을 끄집어내기보다는 전반적인 의사소통(제스처, 상징 행동, 의성어 의태어, 말 등)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는 것으로 역할 놀이를 이끌어주는 것이 좋다.  

세 번째, 아이의 현재 언어 수준을 부모가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가정에서도 적절한 언어지도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아이의 어휘 리스트를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다. 아이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고 있는 '수용 어휘'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표현 어휘'를 한번 정리해보고, 지시 따르기 수행도 어느 정도 가능한지 등을 파악해본 후 아이의 현재 수준에서 도움이 될 적절한 언어의 디딤돌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 6개월 이상 가정에서 집중적으로 언어 자극을 제공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언어능력이  또래 아동과 1년 반 혹은 2년 이상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면 전문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만약 두 돌이 된 아이가 할 수 있는 단어가 10개 미만이며, 어휘 폭발기도 나타나지 않았거나 세 돌이 지난 아이가 단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려 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내가 아이를 키운 것이 아니라 시간이 아이를 자라게 한 것이고, 아이만 자란 것이 아니라 엄마가 된 나도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는 내가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는데, 안 자겠다고 버티던 아이가 스스륵 잠이 들고나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이를 의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새근새근 들려오는 아이의 숨소리는 언제나 나를 안도하게 만든다.

아이는 엄마에게 존재 자체가 의미가 된다. 들려오는 작은 숨소리도 의지가 되고, 마주댄 따듯한 체온은 작은 위로가 된다. 내 삶에 아이가 없었던 적이 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엄마에게 아이는 어느 순간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다.


뛰어다니며 자신의 흥을 주체 못 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화를 내는 것은 아이가 혹시라도 다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이가 다치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엄마의 마음은 애간장이 탄다. 그나마 다치거나 아픈 것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는 아주 다행스러운 사건 중 하나가 되지만, 아이가 말이 느리다는 것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몇 안 되는 행운에 매달리는 것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현재의 문제로 인해 아이와 부모 중 누군가가 바뀌어야 한다면 그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여야 한다. 세상의 전부이기도 한 부모가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현재 아이의 언어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아이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그림출처: by 키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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