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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Aug 23. 2020

우리 아이의 슬기로운 발음 생활 4

[발음 편] 언어재활사가 알려주는 진짜 '발음' 이야기: 자음 발달 순서

언어에도 연령별로 나타나는 발달 순서가 있듯이 발음에도 발달 순서가 존재한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출현하는, 즉 아이가 발음할 수 있는 자음들이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말 자음의 발달 순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아동의 자음 발달 연구들을 요약해보면, 연구마다 습득 연령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음소의 습득 순서는 비슷한 순서로 발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보통 /ㅁ,ㄴ,ㅇ/에 해당하는 비음 소리들과 파열음에 속하는 입술소리(양순음), 치경음, 연구개음에 해당하는 자음 소리 /ㅂ,ㅃ,ㅍ, ㄷ,ㄸ,ㅌ,ㄱ,ㄲ, ㅋ/가 먼저 발달하고, 그다음으로 파찰음에 해당하는 /ㅈ,ㅉ,ㅊ/가 발달한다. 그리고 후기에 유음/ㄹ/와 마찰음/ㅅ,ㅆ/가 발달한다(김민정 & 배소영, 2005).


우리말 자음은 음절과 어절의 위치에 따라서도 발달 순서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초성에서 먼저 발달한 뒤에 종성에서 출현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유음/ㄹ/는 종성에서 먼저 발달한 뒤에 나중에 초성에서 발달한다. 홍진희 & 배소영(2002)의 2-5세 아동의 종성 발달 연구에서 대부분의 아동은 3세부터 종성에서 비음/ㅁ,ㄴ,ㅇ/과 유음/ㄹ/을 산출할 수 있으며, 4세부터 파열음/ㄱ,ㄷ,ㅂ/을 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령별 우리말 자음의 발달 순서(김영태, 1996)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11: 입술소리 /ㅍ/와 비음 소리/ㅁ,ㅇ/을 95-100% 발음할 수 있다.
입술소리 /ㅂ,ㅃ/와 치경음/ㄴ,ㄷ,ㄸ,ㅌ/, 연구개음/ㄱ,ㄲ,ㅋ/, 성문음 /ㅎ/를 75-94% 발음할 수 있다.
경구개음 /ㅈ,ㅉ,ㅊ/를 50-75% 발음할 수 있다.

*3;0-3;11: 입술소리 /ㅂ,ㅃ/와 치경음/ㄸ,ㅌ/를 95-100% 발음할 수 있다.                          
경구개음/ㅈ,ㅉ,ㅊ/와 마찰음/ㅆ/를 75-94% 발음할 수 있다.
마찰음/ㅅ/를 50-74% 발음할 수 있다.

*4;0-4;11: 치경음/ㄴ,ㄷ/와 연구개음/ㄲ/를 95-100% 발음할 수 있다.
마찰음/ㅅ/를 75-94% 발음할 수 있다.

*5;0-5;11: 연구개음 /ㄱ,ㅋ/와 경구개음/ㅈ,ㅉ/를 95-100% 발음할 수 있다.

*6;0-6;11: 마찰음 /ㅅ/를 95-100% 발음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대부분의 만 2세 아동에게서 두 입술을 붙였다가 터트리는 입술소리 /ㅍ/소리와 비강을 울려서 내는 /ㅁ, ㅇ/소리가 나타나고, 만 3세가 되면, 입술소리 중 /ㅂ,ㅃ/와 혀를 윗니 뒷부분에 대었다가 터뜨리는 치경음 /ㄸ, ㅌ/소리를 발음할 수 있게 된다. 만 4세가 되면, 치경음 소리 /ㄴ, ㄷ/ 그리고 혀의 가운데 부분을 입천장(연구개)에 올려 소리 내는 /ㄲ/소리를 발음하게 된다. 만 5세가 되면, 연구개음 /ㄱ, ㅋ/, 파찰음인 /ㅈ, ㅉ/소리를 발음하게 되며, 만 6세가 되면 바람소리가 나는 마찰음 /ㅅ/가 나타난다. 유음 /ㄹ/은 위의 표에서는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다른 연구를 살펴볼 때 유음도 마찰음보다는 느리지만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김민정 & 배소영. 2005).


발음도 언어발달과 함께 자라기 때문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발음 오류 현상들이 있다. 예를 들어 두 돌 된 아이가 '자동차'를 '다동타'로 발음한다거나, '사탕'을 '타탕'으로 발음하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상적인 발음 오류이다. 왜냐하면 이제 24개월이 된 아이들은 입술소리와 비음 소리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자음 소리들이 계속적으로 자라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 4세인 아이가 입술소리나 치경음, 연구개 소리들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높고 의사소통에 방해가 될 정도로 발음 오류를 나타내면 전문가에게 발음을 평가받는 것이 좋다. 특히 발음 교정(조음 치료)은 발음의 위치가 어디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인지 그리고 목표 단어를 발음하기 위한 방법 등을 아이에게 설명하며 정확한 발음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고, 반복적인 릴(drill) 연습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아동의 발음을 지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올해로 만 3세가 된 규하는 지금은 누구나 아이의 말을 듣고 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음이 좋은 편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던 그리고 지금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경구개음인 파찰음 소리 /ㅈ,ㅊ/를 사용하는 빈도가 유독 높았는데 두 돌 때에는 이 'ㅈ'소리 때문에 아이의 말소리를 이해하는 데 꽤나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자아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던 그 시기에 자신의 말을 엄마가 이해했는지를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던 그 시절에는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꽤나 긴장해서 들어야 했던 도 있었다(문장의 어미까지도 정확하게 맞춰야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로 내가 알아듣지 못했던 단어의 첫소리는 'ㅈ'소리였었는데 왜 그때에는 빨리 알아채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세 돌을 넘긴 지금은 'ㅈ'계열의 발음이 안정되어서 아이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은 없어졌지만, 마찰음 소리인 'ㅅ'계열의 소리를 'ㄷ'과 'ㅅ'의 중간 소리로 발음하고 있는 것만 빼면 성인의 발음 소리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발음은 개인마다 다른 발달 양상을 보이며 자라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완벽하게 똑같은 순서대로 말소리가 발달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순서의 발음 패턴을 따르고 있다.

가끔 만 5세도 되지 않은 아이가 'ㅅ'이나 'ㄹ'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마찰음과 유음 소리는 발음 방법이 다른 자음 소리에 비해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발음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만 6세가 되어서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요즘은 전반적으로 이보다는 더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아이의 전반적인 발음 패턴을 부모가 알고 있으면, 아이의 발음을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

김민정 & 배소영(2005). '아동용 조음 검사'를 이용한 연령별 자음 정확도와 우리말 자음의 습득연령, 음성과학, 12(2), pp139-149.
김수진 & 신지영(2007). 조음음운 장애, 서울: 시그마프레스.
김영태(1996). 그림 자음 검사를 이용한 취학 전 아동의 자음 정확도 연구, 언어청각장애연구, 1, pp7-33.
홍진희 & 배소영(2002). 2세부터 5세 아동의 종성 발달에 관한 연구, 언어청각장애연구, 4, pp29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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