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아들의 작업실 방문기
늦은 나이에 결혼한 편인 나에게는 30개월 된 아들과 7개월 된 딸이 있다.
보통 작가들의 경우 야밤 또는 심야에 작업의 능률이 많이 오르곤 한다.
그래서 보통의 작가들이 밤에 작업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린 나는 하루 종일 육아에 지쳐있을 아내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되도록이면 7시에는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작업 스케줄을 짜는 편이다.
그래서 종종 작업을 할만하면 퇴근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곤 한다.
사방이 조용한 밤에 작업을 하는 여유는 당분간 거의 힘들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첫 작업의 색상을 결정하느라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주문해 놓은 크리스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조합을 해 놓고 며칠 동안 두고 보기도 한다.
Super Luxury Artwork를 표방하는 지라 조금의 어색한 조합 또는 배색도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내 기준이다.) 그래서 방치해 놓고 결정을 미루어 놓던 중이었다.
지난 일요일, 아내는 둘째를 재워놓고 집 정리를 해야겠으니 첫째를 데리고 놀러 나가 달라고 했다.
모처럼 둘만 외출하게 되었다. 사실 단둘만의 외출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기저귀를 떼어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놀이터에 들러 그네를 잠깐 타고 작업실에 들렸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내가 하는 작업들을 보고 자라서 아주 익숙한 편이다.
벽에 붙여놓은 테스트용 타일들을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혼자서도 잘 논다.
반짝이는 것을 유난히도 좋아한다. 환경의 영향이 분명하다.
지금도 작업실에 도착하면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자기가 좋아하는 타일들을 떼어서 모아놓고 블록 쌓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선 크리스털 차트를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색상의 크리스털을 찾아 손으로 짚으며 중얼거리기도 한다.
어제는 아이랑 도착하자마자 바로 테이블 위에 있던 타일들을 치웠다.
테두리 부분의 색상을 변경하느라 이렇게 작업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던 타일들은 다른 테이블의 가장자리에 올려놓았다.
물론 아이가 잘 가지 않는 의자도 없던 작업용 책상이었다.
미용실에 5시에 예약해 놓아 나가기 직전 화장실에 잠깐 들어간 틈에 갑자기 차라락 차라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보니 아이가 눈높이보다 높은 책상을 까치발을 하고 타일들 위에 정렬된 고정되지 않은 크리스털들을 손으로 쓸어내고 있었다.
아마도 크리스털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재밌었던 듯했다.
차라락~차라락~
그 결과... 배열은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다.
아... 아직 100% 결정된 것도 아니었는데...
사진을 찍어 놓았으나 실제 색상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다.
실제로 보면서 느낌을 보아가며 색상을 비교해야 해서 시간이 걸리고 지루하지만 나름 재밌는 작업이다.
이런 불상사만 없다면 말이다.
결국.... 미용실 예약시간이 다되어 치우지도 못하고 숙대 앞으로 가야 했다.
요즘은 서울역 고가가 폐쇄되어 온 동네가 차가 막힌다. 그래서 항상 서둘러야 한다.
아들은 미용실에 가자고 하면 이모들이 사탕을 원 없이 주기 때문에 좋아라 한다.
계산과 사인까지 직접 한 후 이모들한테 인사까지 완벽히 하고 귀가.
이젠 옆에 누가 없어도 카시트에 얌전히 앉아 있는다.
그래서 둘이서도 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자주 이런 일이 있겠지.
빨리 커서 둘이 스키장을 다닐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방이겠지.
이렇게 럭셔리 아티스트 권창희의 새해 첫 연휴가 지나갔다.
나는 애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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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 權 昌 熙 Changhee Kwon Chenn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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