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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이사하기

LUCENT STUDIO 이사하다.

by 권창희

2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났다.

오래전에 이사했어야 하는데 귀찮음을 핑계로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1년을 더 지냈다.

사실 작업실 겸 사무실이 사는 집도 아닌데 너무 호사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래서 옮기기로 했다.


먼저 새 작업실을 위한 조건을 설정했다.

1. 잠을 자지 않으니 사무실형도 좋다.

2. 지금보다 싼 임대료

3. 물을 쓸 수 있어야 한다.

4.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임대료가 싸면 주차가 곤란할 수 있다.)

5. 가능한 넓은 공간


그런데 3번은 1번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일반 사무실 형태의 경우 물을 공동으로 써야 하는데 그럴 경우 상당히 폐를 끼칠 수가 있다.

결국 원룸형 빌라를 찾아보기로 했다.

계약 기간이 한 달 이상 남아 있었고, 설과 연휴가 겹쳐 차일피일 미루던 중 집 앞 부동산에 들려 사무실을 몇 군데를 돌아보았다. 사무실형은 아무래도 작업 조건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근처의 원룸을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본 원룸이 맘에 들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충족했다.

한눈에 보아도 허름하고 넓었다.

아래의 사진은 그나마 봐줄 만한 사진들이다.

IMG_4782.JPG 싸구려 장판이 깔린 바닥과 락스로 샤워한 화장실. 그리고 안습인 두개의 형광등.
IMG_4783.JPG 집주인이 새로 깔은 거라고 끝까지 우기던 정말 더러웠던 싸구려 장판바닥
IMG_4784.JPG 싱크대를 보수하면서 길이가 짧아져 간신히 옆으로 올려져있는 가스렌지와 녹이 슬고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배관.


이전 세입자는 분명 살림집이었을 텐데 이 상태로 살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도배는 새로 해서 깨끗했다. 하지만 정말 싼 휴지 같은 벽지였다.

약간의 노동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계약!

그럼 이제 이전 작업실 철수와 현 작업실의 보수를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

짐싸기

영구 포장이사를 예약해 놓았지만 충격에 예민한 짐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포장하기로 했다.

IMG_4662.JPG 짐싸기전 상태
IMG_4801.JPG 짐싸기 시작

새로 이사 가는 곳이 수납공간이 거의 없어 재활용할 수 있는 폴딩 박스와 플라스틱 접이 박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폴딩 박스는 접어 놓을 수 있고, 쌓아놓으면 수납장 역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튼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의 이동이었다.

충격과 흠집에 매우 민감해 12개의 작품을 포장하는데만 3일이 걸렸다. 포장뿐만 아니라 이동도 큰 문제여서 1톤 트럭 두대를 예약하였다. 한대는 오로지 12개의 작품만 옮기면 된다. 사실 작품 때문에 포장이사를 결정했다.

LSP_6922.jpg 새 작업실에 고이 모셔진 작품들

세 여자를 뺀 나머지 작품들은 이사한지 2주가 되어가는데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이벤트가 있으면 풀게 될까?

당분간은 고이 모셔 놓기로 했다.


입주 전 작업은 사진이 없지만 다음과 같다.

1. 바닥 청소 (손걸레질 두 번, 밀대형 걸레로 세 번)

2. 모서리 쫄대와 배관, 그리고 현관문과 다용도실 문의 도색(두 번)

3. 다용도실 청소

4. 창틀에 쌓인 먼지와 곰팡이 제거

5. 화장실 곰팡이 제거 등

냄새가 심한 작업들은 입주 전 마쳐야 했다.

그래서 낮엔 현 작업실에서 작업, 밤엔 이전 작업실에 짐을 포장하고 정리했다.


조명은 입주 후 교체하기로 했다.

IMG_4808.JPG


IMG_4810.JPG

가장 먼저 한일은 짐들을 풀기 위해선 벽에 걸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수납공간이 거의 없으므로 걸릴 것들은 걸어야 정리할 짐이 줄어든다.

다행히 액자 레일이 그전의 두 벽에 설치되었던 것이 길이 재단 필요 없이 하나의 벽에 딱 들어맞았다.

맞춘 듯이 1센티미터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세 아이들을 걸어 놓으니 내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며칠간은 정리 작업만 하면 되었다.

주문한 조명은 오는 대로 설치하면 된다.

IMG_4814.JPG 이 벽은 1800 책상 두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길이다.

이전 조명의 위치가 작업 시 등 뒤에 있기 때문에 현관등의 배선을 빼서 벽 쪽에 3500K T5 LED 등을 4개를 연결했다.

세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듯한 느낌이다.

이전의 스튜디오는 가운데 아이가 제일 이뻐 보였는데 현재의 조명 환경에서는 세 번째 아이가 가장 화사해 보인다. 확실히 조명 여건에 따라 분위기가 천지차이가 난다.

LSP_6919.jpg

원래는 전원을 중간 스위치를 달아서 콘센트에 연결하려 했으나 현관등이 너무 흉물스러워 떼어버리고 직접 연결했다.

LSP_6914.jpg

메인등은 레일 등으로 교체했다.

사진 작업이 많음으로 조명의 위치와 방향을 옮길 수 있도록 레일등을 달았다.

15W 3500K 할로겐형 LED 4를 확산형과 집중형, 각 2개씩 설치하고 35W의 LED를 설치해 촬영할 때 쓸 수 있게 했다.

LSP_6917.jpg

기존에 쓰던 촬영용 조명을 최소한으로 설치해도 촬영 작업이 가능해졌다.

형광등이 필요할 경우도 있어 기존의 형광등과 같은 백색의 레일등용 형광등도 구입했다.

평소엔 떼어놓고 필요할 때 간단히 끼우면 된다.

이렇게 해놓으니 이제 좀 스튜디오 같아졌다.

조명 교체 비용은 모두 합해 약 20만 원 정도와 나의 노동.

IMG_4870.JPG

바닥의 소재가 약해 카펫을 깔았더니 작업용 책상을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바퀴를 달았다. 이제 작업 중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 책상도 각도 조절되는 책상들이 너무 비싸 시판되는 가장 저렴한 책상을 구입해 상판을 교체하여 제작한 것이다.


LSP_6920.jpg

폴딩 박스는 이렇게 물건을 담아 놓고 남는 폴딩 박스를 접어버리면 덮개로 쓸 수 있고 보관도 용이하다.

꽤나 쓸모 있지만 가격이 싸지 않다. 이 사이즈가 가장 큰 것인데 26000원 정도 된다.


이렇게 해서 스튜디오 이전 작업이 끝났다. 사업장 주소지 변경도 마쳤으니 완전히 끝났다.

약 2주 정도 걸렸다.

유지비용은 이전의 1/3로 줄었으나 작업 여건은 훨씬 좋아졌다.

LSP_6919.jpg
LSP_6895.jpg
LSP_6912.jpg
LSP_6917.jpg


이렇게 루슨트 스튜디오 제2기가 출범하였습니다.


자~ 이제 또 작업을 열심히~!!



작품 및 기타 문의는 이메일로 해주세요.
권창희 權 昌 熙 Changhee Kwon Chenny K
chennythecaesar@gmail.com
Instagram ID : chenny_artist
www.facebook.com/LucentStudio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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