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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Mar 03. 2016

스튜디오 이사하기

LUCENT STUDIO 이사하다.

2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났다. 

오래전에 이사했어야 하는데 귀찮음을 핑계로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1년을 더 지냈다. 

사실 작업실 겸 사무실이 사는 집도 아닌데 너무 호사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래서 옮기기로 했다. 


먼저 새 작업실을 위한 조건을 설정했다.

1. 잠을 자지 않으니 사무실형도 좋다.

2. 지금보다 싼 임대료

3. 물을 쓸 수 있어야 한다.

4.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임대료가 싸면 주차가 곤란할 수 있다.)

5. 가능한 넓은 공간


그런데 3번은 1번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일반 사무실 형태의 경우 물을 공동으로 써야 하는데 그럴 경우 상당히 폐를 끼칠 수가 있다. 

결국 원룸형 빌라를 찾아보기로 했다. 

계약 기간이 한 달 이상 남아 있었고, 설과 연휴가 겹쳐 차일피일 미루던 중 집 앞 부동산에 들려 사무실을 몇 군데를 돌아보았다.  사무실형은 아무래도 작업 조건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근처의 원룸을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본 원룸이 맘에 들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충족했다. 

한눈에 보아도 허름하고 넓었다. 

아래의 사진은 그나마 봐줄 만한 사진들이다. 

싸구려 장판이 깔린 바닥과 락스로 샤워한 화장실. 그리고 안습인 두개의 형광등.
집주인이 새로 깔은 거라고 끝까지 우기던 정말 더러웠던 싸구려 장판바닥
싱크대를 보수하면서 길이가 짧아져 간신히 옆으로 올려져있는 가스렌지와 녹이 슬고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배관.


이전 세입자는 분명 살림집이었을 텐데 이 상태로 살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도배는 새로 해서 깨끗했다. 하지만 정말 싼 휴지 같은 벽지였다. 

약간의 노동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계약!

그럼 이제 이전 작업실 철수와 현 작업실의 보수를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 

짐싸기

영구 포장이사를 예약해 놓았지만 충격에 예민한 짐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포장하기로 했다.

짐싸기전 상태
짐싸기 시작

새로 이사 가는 곳이 수납공간이 거의 없어 재활용할 수 있는 폴딩 박스와 플라스틱 접이 박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폴딩 박스는 접어 놓을 수 있고, 쌓아놓으면 수납장 역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튼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의 이동이었다. 

충격과 흠집에 매우 민감해 12개의 작품을 포장하는데만 3일이 걸렸다. 포장뿐만 아니라 이동도 큰 문제여서 1톤 트럭 두대를 예약하였다. 한대는 오로지 12개의 작품만 옮기면 된다. 사실 작품 때문에 포장이사를 결정했다.

새 작업실에 고이 모셔진 작품들

세 여자를 뺀 나머지 작품들은 이사한지 2주가 되어가는데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이벤트가 있으면 풀게 될까?

당분간은 고이 모셔 놓기로 했다. 


입주 전 작업은 사진이 없지만 다음과 같다. 

1. 바닥 청소 (손걸레질 두 번, 밀대형 걸레로 세 번)

2. 모서리 쫄대와 배관, 그리고 현관문과 다용도실 문의 도색(두 번)

3. 다용도실 청소 

4. 창틀에 쌓인 먼지와 곰팡이 제거

5. 화장실 곰팡이 제거 등 

냄새가 심한 작업들은 입주 전 마쳐야 했다. 

그래서 낮엔 현 작업실에서 작업, 밤엔 이전 작업실에 짐을 포장하고 정리했다. 


조명은 입주 후 교체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일은 짐들을 풀기 위해선 벽에 걸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수납공간이 거의 없으므로 걸릴 것들은 걸어야 정리할 짐이 줄어든다. 

다행히 액자 레일이 그전의 두 벽에 설치되었던 것이 길이 재단 필요 없이 하나의 벽에 딱 들어맞았다. 

맞춘 듯이 1센티미터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세 아이들을 걸어 놓으니 내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며칠간은 정리 작업만 하면 되었다. 

주문한 조명은 오는 대로 설치하면 된다. 

이 벽은 1800 책상 두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길이다. 

이전 조명의 위치가 작업 시 등 뒤에 있기 때문에 현관등의 배선을 빼서 벽 쪽에 3500K T5 LED 등을 4개를 연결했다. 

세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듯한 느낌이다. 

이전의 스튜디오는 가운데 아이가 제일 이뻐 보였는데 현재의 조명 환경에서는 세 번째 아이가 가장 화사해 보인다. 확실히 조명 여건에 따라 분위기가 천지차이가 난다. 

원래는 전원을 중간 스위치를 달아서 콘센트에 연결하려 했으나 현관등이 너무 흉물스러워 떼어버리고 직접 연결했다. 

메인등은 레일 등으로 교체했다. 

사진 작업이 많음으로 조명의 위치와 방향을 옮길 수 있도록 레일등을 달았다. 

15W 3500K 할로겐형 LED 4를 확산형과 집중형, 각 2개씩 설치하고 35W의 LED를 설치해 촬영할 때 쓸 수 있게 했다.

기존에 쓰던 촬영용 조명을 최소한으로 설치해도 촬영 작업이 가능해졌다. 

형광등이 필요할 경우도 있어 기존의 형광등과 같은 백색의 레일등용 형광등도 구입했다.  

평소엔 떼어놓고 필요할 때 간단히 끼우면 된다. 

이렇게 해놓으니 이제 좀 스튜디오 같아졌다. 

조명 교체 비용은 모두 합해 약 20만 원 정도와 나의 노동.

바닥의 소재가 약해 카펫을 깔았더니 작업용 책상을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바퀴를 달았다. 이제 작업 중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 책상도 각도 조절되는 책상들이 너무 비싸 시판되는 가장 저렴한 책상을 구입해 상판을 교체하여 제작한 것이다. 


폴딩 박스는 이렇게 물건을 담아 놓고 남는 폴딩 박스를 접어버리면 덮개로 쓸 수 있고 보관도 용이하다. 

꽤나 쓸모 있지만 가격이 싸지 않다. 이 사이즈가 가장 큰 것인데 26000원 정도 된다. 


이렇게 해서 스튜디오 이전 작업이 끝났다. 사업장 주소지 변경도 마쳤으니 완전히 끝났다. 

약 2주 정도 걸렸다. 

유지비용은 이전의 1/3로 줄었으나 작업 여건은 훨씬 좋아졌다. 


이렇게 루슨트 스튜디오 제2기가 출범하였습니다.


자~ 이제 또 작업을 열심히~!!



작품 및 기타 문의는 이메일로 해주세요.
권창희   權 昌 熙   Changhee Kwon  Chenny K
chennythecaesar@gmail.com
Instagram ID : chenny_artist

www.facebook.com/LucentStudio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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