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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Oct 22. 2015

첫 세 여자 이야기

리히텐슈타인의 그녀들, 내게로 오다. 

세 여인을 만들다. 

내가 만든 최초의 크리스털 아트는 리히텐슈타인의 세 여인이었다. 


크리스털 아트 브랜드를 론칭 했던 시절 장식품 이외의 창작물을 기획했다. 

크리스털이라는 소재의 특수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의 특징은 망점을 표현한 만화 스타일이다. 

각 망점을 크리스털로 대치하면 충분히 원화에 가까운 표현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망점과 크리스털의 1:1 표현은 불가능하다. 

아니 시간과 돈과 노력이 더 들어간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방식은 사양이다. 

내가 이 작업으로 확인하고자 한 것은 소재로서 크리스털의 표현능력이었다. 

어디까지가 가능한지 그 한계를 확인하고 싶었다. 단순히 스와로브스키라는 이름을 업어가서는 성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이 세 작품이다. 

                                     GIRL WITH HAIR RIBBON, HAPPY TEARS, CRYING GIRL


원화 그대로를 크리스털로 컨버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작업의 의도는 시도였다. 

하나는 원작의 색감을, 나머지 두 작품은 모노톤으로 그레이톤과 골드톤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첫 번째 작업은 베이스 패널의 작업이었다. 

크리스털 제품을 준비하면서 적용대상과 재질에 대한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칠 수 있었다. 

그 결과 가장 적당한 베이스는 금속이라는 판단을 했다. 

나는 그림이 주얼리처럼 보이길 원했다. 

그렇다면 크리스털이 놓이는 베이스가 다이아몬드를 감싼 금속 링의 역할을 해야 했다. 

어렵게 찾은 업체에서 작업을 진행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업체를 찾고 제작을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당시 론칭 한 브랜드의 1주년 쇼케이스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접 표면처리와 마감을 한 후에 작업을 진행했다. 


베이스 위에 첫 스톤을 올렸을 때 일종의 전율을 느꼈다.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정말 화려하고 재밌는 작업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방식이 엄청난 고행을 수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날 첫 스톤이 놓이던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두 가지 콘셉트가 현재 지금의 콘셉트이다. 

타일에 대한 막연한 생각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바로 이 순간에 결정했다. 

작업 기간은 약 두 달, 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먼저 포토샵을 이용해 모자이크 작업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1:1 사이즈 도면을 만들어냈다. 

베이스와 도면에 좌표를 마킹하고 크리스털을 놓기만 하면 스케치 작업이 끝난다. 

하지만 문제는 원하는 톤을 만들 만큼 색상이 다양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정말 그림 그리듯이 스케치를 해나가야 했다. 

원본과 도면을 보면서 겨우 네댓 가지의 색상을 가지고 표현해야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프라모델을 취미로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틈틈이 취미생활을 했다. 

주로 비행기를 만들었는데 키트를 그대로 만들지 않고 고증을 통해 원하는 기체로 변형을 하는 커스텀빌딩을 즐겨해서 하나를 만드는데 6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급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이중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적성이 맞는 일을 찾은 것이다. 


약 두 달이 걸려 작업을 완성했다. 

처음이라 마감, 광택, 고정 등의 모든 과정들에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병행해서 진행해야 했다. 

100%는 아니지만 첫 시도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녀들을 소개한다. 


CRYING GIRL

Quantity : 8,281 pcs   

Madewith SWAROVSKI crystals.





HAPPY TEARS

Quantity : 8,281 pcs   

Madewith SWAROVSKI crystals.



GIRL WITH HAIR RIBBON

Quantity : 8,281 pcs   

Madewith SWAROVSKI crystals.

이 작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진이 실물에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물론 내 사진 스킬이 전문가 수준이 못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스튜디오 촬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반지 하나를 찍는 것과 스톤이 수 천 개나 되는 작업물을 찍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실제로 여러 작가들이 이런 방식의 작품들의 촬영을 실패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사용된 크리스털의 속성(Flatback과 컷팅)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히 볼 때가 이 스톤들이 가장 아름답다. 



이 여인들은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확실하게 알려 주었다. 

내게는 운명의 세 여신 클로토, 라케시스 그리고 아트로포스인 것이다. 



럭셔리아트라는 말은 없다. 

난 럭셔리아트라는 장르를 만들고 싶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업들을 하는 것이 내 목표다. 


나는 럭셔리 아티스트다.  




작품 및 기타 문의는 이메일로 해주세요.


권창희   權 昌 熙   Changhee Kwon  Chenny K
chennythecaesar@gmail.com
Instagram ID : chenny_artist

www.facebook.com/LucentStudio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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