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 작가의 먹고사는 이야기 9
채식주의자의 고기요리 2
이전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이다.
엄밀히 말하면 흰 살 생선과 갑각류 정도만 먹을 수 있는 페스코테리언(pesco-vegetarian, pescotarian)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고기 좋아하는 아내를 만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요리가 취미인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육식 요리를 하고 있다.
남편이 되어 임신한 아내를 위해 스테이크를 굽게 되었고, 아빠가 되니 아이들을 위해 LA갈비를 굽고 갈비찜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고기를 만지거나 냄새를 맡는 것은 내게는 너무도 힘겨운 일이다.
얼마 전 백종원의 유튜브를 TV로 틀어 놓았는데 그때 나오던 갈비탕을 보던 아들이 "아빠 저거 먹어보고 싶다. 맛있겠다, 그치?"라는 것이다.
구운 고기 요리는 냄새가 그나마 참을 만 하지만 삶는 고기 요리는 냄새가 심해 그동안 나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맛있어 보인다는 말에 나는 이미 차에 탔고 갈비를 사러 가고 있었다.
다행히 갈비는 캐네디언 마트에서도 파니 굳이 한인 마트를 찾아서 40km를 이동할 필요는 없다.
고맙게도 나의 생애 첫 갈비탕을 아내와 아들이 아주 맛있게 먹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감자탕에 도전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고기 냄새를 싫어하는 나는 특히 치킨과 감자탕 냄새를 견디지 못한다.
어려서는 치킨집과 감자탕 집을 지날 때는 돌아서 갈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캐나다에서 감자탕을 만들고 있다.
둘째는 아직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지만 8살인 첫째는 밥을 말아먹기까지 했다.
어린 아들이 그렇게 잘 먹는 모습을 보자니 힘들게 냄새를 참은 보람이 있구나 싶다.
다음 주는 딸의 요구에 다시 갈비탕을 만들어야 한다.
갈비탕이 둘째의 최애 요리가 되었고 아침에도 갈비탕을 먹고 학교에 가겠다고 한다.
니들이 원한다면야...라고는 하지만 아빠는 아직도 고기 냄새가 너무 힘들다.
아, 아내와 아이들이 감자탕을 뜯을 때 난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캐나다 이민 5년 차 시각예술가 권창희입니다.
개인 작업과 입시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품 이야기와 아직도 낯선 나라 캐나다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