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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의 고기 요리 in Canada

캐나다 이민 작가의 먹고사는 이야기 5

by 권창희

나는 태생이 채식주의자다.

내가 기억하는 한 고기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어른들의 강요에 의해 입에 대어 본 적은 있지만 그런 순간들은 아직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실 완전 비건은 아니라서 비린내가 심하지 않은 흰 살 생선이나 갑각류 등은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즐기진 않지만 우유나 계란은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Vegan은 아니고 Pesco-vegetarian, 또는 Pescotarian이라고 할 수 있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군대에서 조차 나의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게 가장 힘든 것은 고기의 질감과 고기가 물에 끓는 냄새와 비린내이다.

심지어 어릴 땐 감자탕집과 치킨집이 있는 골목은 돌아서 다닐 정도였으며 특히 삼겹살 냄새와 고등어 냄새는 아직도 참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는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알아서 하는 편이었고 그것이 내가 요리를 즐기게 된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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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채식주의자들이 살기 좋은 곳이다.

어느 식당을 가든지 비건 메뉴가 있다.

어느 마트를 가던 대체육제품이 가득하다.

비건이라고 해서 이유를 묻거나 남자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해대지 않는다.

그래서 내겐 먹거리로 인한 이민생활의 불편함은 전혀 없다.

나가서 사 먹어도 편하고 없으면 만들어 먹으면 된다.

한국산 먹거리는 여기 캐나다에선 기본적으로 수입품이라 가격이 비싸다는 점과 몇몇 구하기 힘든 재료들이 있다는 것만 빼면 먹거리에 대한 문제는 없다.


IMG_5310.jpg 차돌박이 숙주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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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즐기는 채식주의자의 아내

내가 고기 요리를 하게 된 것은 아내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아내는 고기를 아주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식습관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았으며 나 역시 그녀의 식습관을 채식으로 바꾸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우린 서로의 식습관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것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부부가 되어, 살아나가기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리하여, 아내를 위해 스테이크를 처음 굽게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돈까쓰를 만들고 있다.


IMG_6956.jpg 버터구이 랍스터와 안심 스테이크


최근에 유튜브에 기버터 스테이크란 게 보이길래 레시피가 궁금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출연자가 만든 음식이기도 한데 같이 보던 와이프가 맛있을 거 같다 하여 마침 무쇠 팬이 있어서 이런 방식의 요리하기엔 안성맞춤이라 냉동실에 굴러 다니던 버터 덩어리를 사용하여 시도해보았다.

맛이 좋았으리라 짐작되지만 나는 알 길이 없고 아이들과 와이프 모두 잘 먹었기에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된다.



IMG_8198.jpg 기버터 스테이크와 바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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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를 위한 밥상

IMG_8204.jpg 샐러드, 버섯 토마토파스타, 스테이크

토마토파스타를 즐기는 사람이 내가 유일했는데 이 날은 거의 뺏겨버렸다.




캐나다 이민 4년 차 시각예술가 권창희입니다.

가끔은 작품 이야기로, 때론 낯선 나라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henny_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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