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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Aug 31. 2021

채식주의자의 고기 요리 in Canada

캐나다 이민 작가의 먹고사는 이야기 5

나는 태생이 채식주의자다. 

내가 기억하는 한 고기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어른들의 강요에 의해 입에 대어 본 적은 있지만 그런 순간들은 아직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실 완전 비건은 아니라서 비린내가 심하지 않은 흰 살 생선이나 갑각류 등은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즐기진 않지만 우유나 계란은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Vegan은 아니고 Pesco-vegetarian, 또는 Pescotarian이라고 할 수 있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군대에서 조차 나의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게 가장 힘든 것은 고기의 질감과 고기가 물에 끓는 냄새와 비린내이다. 

심지어 어릴 땐 감자탕집과 치킨집이 있는 골목은 돌아서 다닐 정도였으며 특히 삼겹살 냄새와 고등어 냄새는 아직도 참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는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알아서 하는 편이었고 그것이 내가 요리를 즐기게 된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캐나다는 채식주의자들이 살기 좋은 곳이다. 

어느 식당을 가든지 비건 메뉴가 있다. 

어느 마트를 가던 대체육제품이 가득하다. 

비건이라고 해서 이유를 묻거나 남자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해대지 않는다. 

그래서 내겐 먹거리로 인한 이민생활의 불편함은 전혀 없다. 

나가서 사 먹어도 편하고 없으면 만들어 먹으면 된다. 

한국산 먹거리는 여기 캐나다에선 기본적으로 수입품이라 가격이 비싸다는 점과 몇몇 구하기 힘든 재료들이 있다는 것만 빼면 먹거리에 대한 문제는 없다. 


차돌박이 숙주 말이


고기를 즐기는 채식주의자의 아내 

내가 고기 요리를 하게 된 것은 아내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아내는 고기를 아주 좋아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식습관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았으며 나 역시 그녀의 식습관을 채식으로 바꾸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우린 서로의 식습관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것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부부가 되어, 살아나가기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그리하여, 아내를 위해 스테이크를 처음 굽게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돈까쓰를 만들고 있다. 


버터구이 랍스터와 안심 스테이크


최근에 유튜브에 기버터 스테이크란 게 보이길래 레시피가 궁금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출연자가 만든 음식이기도 한데 같이 보던 와이프가 맛있을 거 같다 하여 마침 무쇠 팬이 있어서 이런 방식의 요리하기엔 안성맞춤이라 냉동실에 굴러 다니던 버터 덩어리를 사용하여 시도해보았다. 

맛이 좋았으리라 짐작되지만 나는 알 길이 없고 아이들과 와이프 모두 잘 먹었기에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된다. 



기버터 스테이크와 바게트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를 위한 밥상

샐러드, 버섯 토마토파스타, 스테이크

토마토파스타를 즐기는 사람이 내가 유일했는데 이 날은 거의 뺏겨버렸다. 




캐나다 이민 4년 차 시각예술가 권창희입니다.  

가끔은 작품 이야기로, 때론 낯선 나라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henny_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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