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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Aug 09. 2021

막국수와 감자 옹심이 in Canada

캐나다 이민 작가의 먹고 사는이야기 3

캐나다에서 보기 힘든 음식들

여기서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야 많겠지만 내 기준으로 몇 가지를 꼽자면 우뭇가사리 콩국, 막국수, 감자옹심이 등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다. 향토 음식이나 계절 음식, 그리고 한국식 회 등이 찾아보기 힘들 거 같다. 하지만 한인 농장에서 곤드레까지 팔기도 하니 없는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한식의 대부분은 이렇다 할 맛집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있을 건 다 있다. 

최근엔 캐나다인들의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져 한식 맛집을 찾는 글이 페이스북의 지역 커뮤니티 그룹에 올라오기도 한다. 


나름 성공적이었던 막국수

친한 대학 선배가 아주 유명한 막국수집을 한다. 

그 형이 원래 CF 감독 출신인데 아마도 감독 시절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듯하다. 

하지만 새벽부터 재료를 준비하고 수제 두부까지 직접 만들고 주방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음식장사는 그런 사람이 해야 하고 돈은 그런 사람들이 벌어야 한다. 


어느 여름 저녁의 막국수와 피자, 이게 조합이 묘하게 맞는다. 

나는 강원도 출신도 아니지만 채식을 하는 탓인지 강원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냉면보다는 막국수가 수제비보다는 감자옹심이가 더 생각난다. 

또 요즘의 매운 양념이 아닌 익힌 무채로 속을 넣은 메밀빙떡을 정말 좋아한다. 


빙떡과 메밀국수
담백함과 소박함의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캐나다엔 감자가 많이 나온다. 

코스트코에 가면 미국 감자, 캐나다 감자가 아주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슈퍼마켓에 비하면 정말 저렴하기 때문에 양이 많더라도 코스트코에서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감자의 종류도 많고 맛과 식감도 아주 달라서 가끔 잘못 사게 되면 태반이 썩어나가기도 한다. 

나는 감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먹기는 하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는 요즘은 저녁 한 끼 만을 먹기 때문에 제대로 된, 또는 먹고 싶은 것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식구 중에 나만 한 끼만을 먹고,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아내와 아이들은 세끼를 챙겨 먹는다.  

그래서 내가 학원에서 수업이 있는 날(취미생과 학생, 특히 북미 미대 입시생을 위한 미술실기를 가르치고 있다)을 제외하면 주로 저녁 식사는 내가 맡고 나머지 식사는 아내가 챙기고 있다. 


감자옹심이 만들기

그날의 메뉴는 대개 즉흥적으로 정해지는데 어느 날 유튜브에서 감자옹심이 맛집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수야 멸치와 다시마를 주로 해서 하면 되겠고 문제는 옹심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단 믹서로 갈아버리면 너무 잘게 부서져 건더기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거 같아 강판에 갈아 수분을 제거한 후에 동글게 뭉쳐 감자전분으로 겉을 코팅했다. 

그전엔 감자를 넣은 밀가루 수제비를 많이 먹었는데 밀가루 음식을 좀 줄여보고자 하던 참에 시도해 보게 되었다. 


어른들 몫은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 얼큰한 맛을 내주었다.



부모님이 특히 좋아하시던 음식이라 코로나로 캐나다에 오실 수 없는 부모님이 생각난다. 

사실 내 손맛의 대부분이 엄마에게 전수받은 것이라 음식 하는 방식과 속도와 맛도 비슷하다. 

때론 엄마의 레시피를 물어보기도 한다. 

한국음식이 아니라 엄마 음식이 그리운 날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이민 생활이란 예전의 그것처럼 연락하기 힘들다던가 특별히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아이들과 부모님과 영상통화도 수월하다. 

그래서 엄마의 음식을 만드는 일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100% 재현하지는 못하지만...



들깨가루를 첨가하면 담백함을 더할 수 있고, 아이들은 감자떡을 먹는 느낌이라며 아주 좋아했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또 내가 음식 만드는 것을 즐기다 보니 한국에서 먹던 맛에 대한 향수가 많은가 보다. 

한국에 살 땐 외국에 나가도 라면조차 챙겨나가지 않았었는데 나와 살다 보니 내 입맛을 더 챙기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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