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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Aug 13. 2021

초딩도시락 in Canada

캐나다 이민 작가의 먹고사는 이야기 4

캐나다 학교는 무상급식이 없다. 

캐나다 전체가 전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사는 브리티쉬 콜롬비아 주는 그렇다. 

사립학교 중 몇몇은 급식을 한다고는 하는데 아마도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는 듯하다. 

어쨌든 우리 아이들의 경우엔 도시락을 싸야 한다. 

한국 엄마들이 여기 와서 가장 당황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아침마다 점심 도시락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이건 예상에 없었다. 


둘째인 딸아이가 학교 가기 전엔 아내가 도시락을 준비했다. 

하지만 둘째가 학교를 다니고부터는 도시락을 내가 준비하고 아내는 딸아이의 등교를 돕는다. 

딸 가진 집은 다들 알겠지만 옷이며 신발이며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야 등교를 할 수 있다. 

덕분에 도시락 준비는 내 차지가 되었다. 

아들은 아무거나 주는 대로 입고 다니는데 말이지. 

도시락 싸고 남은 자투리들은 부부의 아침 식사가 된다

처음에는 김밥을 싸주었더니만 옆자리 친구가 냄새가 난다고 하여 먹지도 못하고 가져오는 일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영어도 못하는 6살 여자아이는 정말 당황했을 거다. 

그 이후로는 김밥이나 여타 음식에도 도시락용은 참기름이나 참깨를 쓰지 않는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학급마다 알레르기 경고가 있어서 해당되는 음식은 도시락에 포함할 수 없다. 

첫째 아이의 경우 첫 학급에 땅콩, 참깨, 달걀, 그리고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있어 정말 도시락에 쌀만한 것들이 없었을 때도 있었다.  지난 학기의 경우 둘 다 학급에 알레르기 경고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냄새나는 음식은 싸지 않는다. 

다양한 색감의 재료를 사용하여 화려하게 보이도록 한다. 

되도록이면 도구를 쓰지 않는 음식으로 한다. 

간식류는 캐네디언 아이들의 것과 비슷한 것으로 한다. 

야채와 과일을 골고루 한다. 

물론 그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도 있지만 위와 같은 몇 가지 원칙을 고려하여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시락은 두 개를 준비한다. 

간식과 점심이다. 

간식은 간단한 스낵과 야채와 과일이 주를 이루고 점심 도시락은 김밥 또는 빵 등으로 한다. 

아이들이 어려 주어진 점심시간에 식사를 못 마치는 경우가 많다. 

필수적인 야외활동 시간이 있어 때가 되면 무조건 애들은 교실 밖으로 내보낸다. 



아이고 어른이고 도시락을 먹을 때는 서로의 것을 비교하기도 하고 그것이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때론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아들의 도시락과 딸의 도시락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3학년이 되는 아들은 누가 뭐라던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싸 달라고 한다. 

오므라이스를 가장 좋아하는 데 수저도 있어야 하고 여기 아이들은 잘 쓰지 않는 보온 도시락에 가져가야 하는데도 싹싹 비워서 가지고 온다. 

하지만 이제 1학년이 되는 둘째는 여자아이라 그런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간식만큼은 친구들도 먹는 것이거나 달달한 것을 챙겨준다. 

하지만 충치 때문에 고생을 해서 최대한 적게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아예 빼기가 힘들다. 

간식용 과자나 젤리 팩이 마트에서 팔리기 때문에 그것을 간식으로 싸오는 아이들이 많아 그런 것들을 보면 이런저런 것들을 먹더라 하고 이야기하면 젤리 하나 정도는 싸줄 수밖에 없다. 

대신 오이나 토마토도 먹어야 한다는 약속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애들 학교 보내고 오면 8:40, 오후 2:20 이면 학교가 끝나기 때문에 2시에는 학교에 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샌드위치 하나씩 자기들이 알아서 싸간다고 하는데 언제 그날이 올까 싶다. 


영어 못하는 여자아이라 첫 학기가 정말 긴장되었는데 별 탈 없이 잘 마쳐주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9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한다. 

이번 학기엔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계획적으로 짜서,

아침에 최대한 손이 가지 않으며, 아이들이 남겨오지 않는 도시락을 목표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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