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이민 작가의먹고사는 이야기 2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기온이 46도를 기록하고 체감온도는 50도를 넘었다.
캐나다인들도 처음 겪는 더위에 난리가 났다.
보통 이곳의 여름은 햇볕은 아주 따갑고 강하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한 정도의 느낌이 정상이다.
습도가 많지 않아 한국의 여름처럼 끈적끈적한 느낌은 없는 쾌적한 여름에 더 가까웠다.
밤 9시가 되어도 밖이 환하기 때문에 집안의 온도가 40도를 넘어가면 밤새도록 거의 사우나 수준이다.
그래서 더욱 한국 음식이 생각나는 여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 국수는 아무래도 콩국수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내겐 양질의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최고의 여름음식인 셈이다.
한인 마트에 제품으로 나오는 콩국물을 써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드는 것엔 미치지 못하는 맛이었다. 그래서 하루 전에 물에 불려놓기만 하면 되니 주로 직접 해 먹는 편이다.
아마도 한국은 계절 음식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대표하는 제철 음식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렇게 제철음식에 열정을 쏟는 것이 아닐까?
콩국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뭇가사리 콩국이다.
서울에서도 자주 먹기 힘들지만 여기 캐나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느 날 그 우뭇가사리 콩국이 너무 먹고 싶어 져서 검색을 했다.
그래서 우무가 한천의 원료이고 Agar agar라는 해초의 분말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고 아마존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인마트들을 찾아 헤맸었는데 여기에선 비건용 젤리 만드는 용도로 서양에서는 사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또 하나를 배웠다. 그리고 만들었다.
우무묵을 만드는 일은 도토리묵보다 훨씬 쉬웠다.
굳는 시간도 아주 짧았다.
냉장고에서 몇 시간 만에 단단하게 굳은 우무묵을 꺼내어 채칼로 국수를 만들었다.
저녁도 이미 먹은 시간인 관계로 간단한 무침을 만들어 맛을 보았다.
비린내도 없고 식감도 아주 딱 맞게 되었다.
다음 날에 내가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자갈치 시장의 우뭇가사리 콩국을 어떤 맛인지 모르는 아내에게 맛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나도 오랜만에 담백하고 깔끔한 우뭇가사리 콩국을 감격스럽게 맛보았다.
더구나 친구 가족이 방문하여 함께 고국의 향수를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친구의 아내가 부산 출신이라 아주 행복해하였다.
콩국은 애피타이저, 메인디쉬는 푸팟퐁커리로 하였다.
이 날은 특히 올림픽 여자배구가 터키를 꺾은 날이라 더없이 즐거웠고 지인들과 함께 한국의 경기를 시청하니 더 좋았던 하루였다.
이렇게 캐나다 이민 작가의 하루가 또 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