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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Jul 07. 2024

무신론자가 캐나다에서 신학석사한 썰

캐나다 작가 아빠의 이민 이야기 1 

2017년 말쯤, 작업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밤이었다. 


그날따라 미세 먼지가 너무 심해서 마스크를 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 

그때 아이들의 나이가 5살 3살이었다. 

큰아이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을 배정받아 이듬해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그해는 미세먼지가 아주 심해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활동을 하기도 힘든 날이 많았다.

들어가기 힘든 유치원을 포기하고 캐나다로 갈까 하는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아이 유치원 배정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기억도 결정에 한 몫한 듯싶다. 

 

마침 캐나다에는 밴쿠버근교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과 고모가 있었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조기 유학을 한 조카들은 어린 사촌동생들이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학교들 들어가길 바랐다. 

두 나라의 학교를 모두 경험한 조카들은 캐나다 학교에서의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며 항상 말하곤 했다. 


아내와 얼마간의 의논을 한 후에 사촌 동생에게 전화를 해 캐나다를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고 동생은 학생비자로 들어오면 아이들이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배우자는 오픈 워크퍼밋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학사과정이나 기술전문학교는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캐나다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기독교대학이 있고 그 안에 한국어로 진행되는 대학원 과정이 있어 영어 점수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학교의 학생비자로 일단 캐나다에서 가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알아보기로 했다. 

와이프는 그렇게 원하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일단 내 결정대로 따르기로 했다. 


우리는 어차피 아이들을 캐나다에 조기 유학을 보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떨어져 사느니 미리 가서 아이들을 처음부터 같이 키워보기로 했다. 

일단 대학원 입학신청을 했고 비자가 승인되면 캐나다로 “가보기”로 결정했다.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비자가 2주 만에 승인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이거 가야 하는 거 같은데”라며 마음을 굳혔다. 


당시의 우리는 이민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었다. 

40대 후반의 가장이 영주권을 어떻게 신청하고 받는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나와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없었다. 


그냥 우리는 “일단 가보자”였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비자가 승인되고 작업실과 집의 짐을 정리해 미리 렌트한 캐나다의 집으로 이삿짐을 해운운송으로 보냈다.

작업실 짐 정리 중

그러고 나니 이게 과연 잘한 결정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살면서 남의 나라에 가서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고 작가로서 나의 현재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어서 어디 가서 하든 이보다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뭐 미술강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전망까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심각한 무신론자라는 것이었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은 모두 읽었을 정도의 팬이었으며 그의 많은 이론들에 절대적 지지를 하는 사람이다. 

과연 내가 그 안에서 기독교인들과 섞여 성경을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의문이 우리 부부의 가장 큰 문제였다. 

실낱같은 하나의 희망은 내가 인문학을 좋아하고 그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종교를 하나의 역사적, 문화적 결과물이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상황 아래, 이삿짐을 보낸 날이 2018년 3월, 대학원은 4월 초에 개강이었고, 비행기 티켓은 4월 5일이었다. 


이민을 결정한 지 3, 4개월 만에 출국을 하게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캐나다 이민 6년 차 시각예술가 권창희입니다.

개인 작업을 하며 입시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품 이야기와  아직도 낯선 나라 캐나다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henny_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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