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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Jul 13. 2024

무신론자가 캐나다에서 신학석사한 썰

캐나다 작가 아빠의 이민 이야기 2

2018년 4월 5일 캐나다에 입국했다. 

이미그레이션에서 입학허가서를 보여주고 3년짜리 비자를 받았다. 

내가 거주하게 될 지역은 밴쿠버 외곽의 Abbotsford라는 도시였다. 

겨울을 막 벗어날 즈음의 서부 캐나다는 거의 매일이 비가 오는 날이라 레인쿠버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참으로 낡은 집 한 채 앞에 다다랐다. 

거의 50년이 다된 낡은 집을 렌트를 하게 되었다. 

급하게 구한 거라 우선 아이들이 입학할 학교를 결정하고 그 근처의 렌트 가능한 집들을 찾게 되었고 캐나다는 9월에 학기가 시작하는 지라 4월이면 중간에 끼어 들어가게 되는 것인데 이 말은 이 시기에 렌트를 찾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약 일주일 정도 후에 첫 수업을 시작했다. 

내가 입학한 학교는 Trinity Western University와 Northwest Seminary & College가 운영하는 대학원 과정이며, 전공은 Master of Arts in Christian Studies(Korean)이었다. 

괄호 안의 Korean이라는 의미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두 번 다녔는데 첫 번째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하다 그만두었고 이후 홍대 광고홍보대학원에서 멀티미디어광고를 전공했다. 

논문을 미루다 기한을 넘겨 석사학위는 따지 못했으나 전 과목 A의 성적으로 수료했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두 번이나 대학원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석사학위를 못 딴 내가 캐나다에서 세 번째 대학원을 다니게 된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첫 번째의 날, 

모든 것이 아직 정말 낯설었던 캐나다에서 직접 운전해서 35분 정도 거리의 학교에서 첫 번째 수업을 참가하게 되었다. 

아 그보다 며칠 전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아닌 사전 미팅 같은 것을 했는데 우리 기수가 5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 한국에서 들어오지 못한 사람이 하나, 나랑 동갑인 영어 강사였던 친구가 하나, 전도사 두 명이었나?

여름학기에 들어가는 거라 학년의 마지막 학기인 셈이었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이고 뭐고 짧은 인사와 소개로 바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 


교수진은 한국인과 캐나다인들이 섞여 있으나 대부분 한국인 교수 즉 목사님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캐나다인 목사의 수업은 박사과정의 목사님이 통역을 맡아주셨다. (내가 교수님을 목사님이라 칭하는 이유는  그분들이 목사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하셨기 때문이다.)

정말 내겐 낯선 풍경의 적응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며 새 기수인지라 매시간 자기소개를 하고 수업을 시작해야 했다. 


갑자기 처음으로 자기소개를 하게 된 순간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기독교인척해야 하나? 아니면 성경책은 들춰본 적도 없다고 해야 하나?

난감한 순간이었다. 


자기소개에는 일종의 양식이 있었다. 

캐나다에 들어온 목적과 직업, 가족 상황, 그리고 출석하는 교회 등을 말해야 했다. 


"저는 유학 후 이민을 목적으로 캐나다에 왔습니다. 크리스털을 이용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교회에도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인문학적 관점에서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들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나 만이 기독교인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다자녀를 가진 가정의 경우 부모 한 사람만 학교를 다녀도 자녀들의 공립학교 무상교육이 지원되기 때문에 부모가 학생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동기 중 전도사 친구 하나는 애가 다섯이었다. 




캐나다 이민 6년 차 시각예술가 권창희입니다.

개인 작업을 하며 입시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품 이야기와  아직도 낯선 나라 캐나다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henny_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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