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stal Golden Rose by Kwon, Changhee
꽃은 가장 흔하면서도 화려한 소재이다.
꽃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가 꽃이다.
다양한 아름다운 모양과 화려한 색감은 많은 화가와 사진작가들의 소재가 되어왔다.
이미지 검색을 해도 정말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꽃을 좋아하거나 키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꽃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작가들이 대상이 되는 꽃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에 끌리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또 도전해보기로 했다.
많은 사진들과 작품들을 검색해 참고로 삼았고 누가 찍었는지도 모르는 사진들을 가져다 쓸 수는 없어 직접 찍어야 했다. 꽃을 찍는 작업은 대학교 때 사진 수업 과제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때마침 꽃을 사러 나간 날이 도매상들이 휴가를 떠난 주라 흰색 장미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화훼업 종사자들이 휴가를 맞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대여섯 군데를 돌아다녀서 약간의 색이 들어간 하얀 장미 두 송이를 살 수 있었다.
수십 장의 사진을 찍은 뒤 보정 작업을 거쳐 결정된 컷이다.
실제로는 흰색에 가까운 연한 노란색이지만 금색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중앙의 작은 꽃잎들이 겹친 부분이 제대로 표현될까 걱정되었지만 일단 모자이크 도면 작업을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타일아트 작업은 실패할 경우 부분적 수정이 가능하지만 그림 작업은 실패할 경우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시작 전에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한다.
도면과 원본사진을 비교해가며 이미지 숙지 작업을 한다. 크리스털의 배열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시작점을 찾는다. 이번엔 중앙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작업을 하다 보면 항상 잊어먹곤 하지만 생각나는 한 최대한의 기록작업을 하면서 진행한다.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기록은 필수의 작업이고 작품이 팔려나가면(물론, 흔한 일은 아니지만) 남는 건 기록뿐이다.
작업 내내 스틸컷과 동영상을 아이폰6와 니콘 D610으로 최대한 기록한다.
황금장미, Crystal Golden Rose
이미 콘셉트를 정했을 때부터 정해진 제목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다분히 전략적인 작업이다. 이전의 타일아트 작업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골드톤의 작업이다.
문제는 황금색의 표현이다.
어떤 색감의 황금톤이 가장 아름다울까? 노란색 감이 강해야 할까? 아니면 금속의 느낌이 강해야 할까?
물론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이다.
그래서 황금톤을 표현하는 나만의 배열을 만들어 내기로 했다.(크리스털은 혼합할 수 없음으로 배합이 아니라 배열이라고 하자.)
골드톤의 크리스털은 차가운 느낌의 색이 대부분이다. 반면 황금색은 노란색의 느낌이 강하게 나타나야 한다.
그래서 골드톤의 크리스털과 노란색 톤의 크리스털을 교차 배열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먼저 노란색톤의 크리스털로 스케치를 시작했다. 도면의 색상과 실제 작업에 필요한 크리스털의 색상이 1:1로 매치되면 정말 편한 작업이 되겠지만 그런 정도의 정밀한 도면 작업은 불가능하기에 순전히 감으로 매칭 시켜야 한다. 이 부분부터 작가의 감성이 투영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도면은 일종의 가이드 역할일 뿐이다.
실제 작업 시에는 참고는 하되 디테일은 내가 원하는 감성으로 잡아가면서 완성을 시킨다.
첫 스케치를 최대한 디테일하게 잡아야 두 번째 스케치 작업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시작점 부분의 작업이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 수백 개의 크리스털을 들어내고 다시 배열하는 작업은 일상이다.
다양한 색감이 들어가지 않는 모노톤의 작업은 기준 좌표 설정하는 것이 까다롭다. 도면에서 눈을 잠깐 돌리면 어느 부분을 작업하고 있었는지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진행 부분의 기준점을 항상 새로 잡아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1차 스케치, 옐로우 톤이 완료된 상태에서도 실사에 가까운 톤의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비스듬히 사선에서 보면 교차 배열을 알 수 있지만 정면에서 보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내가 말하기 전에 알아채는 사람도 없었다.
제작자인 나는 디테일을 신경 쓰지만 관람자는 전체적인 느낌을 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 혼자만의 빡센 노동이랄까?
여하튼 그게 이 작업의 본질이다.
두 번째의 골드톤의 스케치 작업은 수월하게 끝났지만 이후의 수정 작업에서 거의 반이상의 스톤을 들어내야 했다. 수정 작업만 해도 거의 2주 정도 걸렸다.
그리고 이틀 정도 그림을 덮어두었다가 다시 보면 안보이던 허점이나 실수들이 보인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고민과 세부 수정을 한 후 최종 완성을 결정했다.
완성 즈음 갑자기 이벤트가 하나 끼어들어 완성을 서둘렀지만 결국 참가는 불발됐다.
고정작업에만도 거의 열흘 이상이 걸리는 작업을 5일 만에 마쳐야 했다.
덕분에 엄청난 근육통에 한동안 고생해야 했다.
최종 작업 직전까지 고민해야 했지만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가졌다고 생각된다.
약 석 달 간의 작업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Crystal Golden Rose
1100 X 850 mm
21,250 pcs of SWAROVSKI crystals
Making of Crystal Golden Rose
장비와 공간의 부족함으로 정면샷을 찍기 힘들어 항상 사진 작업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조만간 전시를 하게 되면 제대로 된 정면샷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 작업 만큼 망설임이 많았던 작업은 처음이다. 시작부터 완성까지 고민이 거듭된 작업이었다.
스스로 감동을 받지 못하면 관람자는 더욱 그럴 것이기 때문에 망설임이 없을 수 없다.
내가 지향하는 슈퍼 럭셔리 아트는 말 그대로 가슴 철렁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철학보다는 표현에 집중한다.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아트워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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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 權 昌 熙 Changhee Kwon Chenn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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