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만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그게 그렇게 재밌어?"이다. 축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를 두고 아내는 그게 뭐가 그리 좋냐며 신기해하면서 물어왔었다. 물론 아내도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때는 목이 쉬어라 국가대표팀을 응원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축구에 대한 아내의 관심도였다. 주말이면 늦은 밤마다 해외축구를 챙겨보는 나를 보며, 아내는 도대체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니고 생판 남인 외국인들 여럿이서 공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게 밤을 셀 정도로 재미있는지 항상 의문인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나도 좀 가르쳐 줘 봐, 축구."
그 말인즉슨 정식적으로 축구의 룰이나 상식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인데, 아내가 월드컵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지, 머릿속으로 행복한 상상들이 펼쳐졌다. 주말이면 캔맥주를 사다가 TV 앞에 앉아 함께 축구를 보는 그림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일단 중간에 이탈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알기 쉽게 축구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축구를 보다 쉽고 간단하게 이해하는 것을 골자로 이름하여 "아내를 위한 알쓸축잡"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던, 이른바 도쿄대첩이라 불리는 경기에서 처음 축구를 접한 나는 그 영향으로 교내 축구부에 들어갔다. 이후 엘리트 코스를 밟지는 않았지만 계속 축구와 함께였다. 고등학생 때는 대한축구협회 3급 심판 자격증을 땄으며 학창 시절 내내 친구들에게 축구 박사, 우리 동네 퍼거슨이란 말도 들었다. 사실 내 축구 실력은 열정에 비해서 재능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아무튼 아내에게 제일 먼저 알려 줄 첫 번째 알쓸축잡은 바로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이다. 뭐니 뭐니 해도 국뽕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없다. 특히 입문자에게 있어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 소위 국뽕은 축구를 스포츠 이상의 무언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다.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일 것 같아?" 나는 말했다. "글쎄, 박지성이랑 손흥민 같은 선수들은 해외에서도 유명하지 않나? 예전에 월드컵에서 4강도 갔었잖아." 아내는 그렇게 대답했다.
아내의 말마따나 우리나라 축구는 세계적인 선수를 여럿 배출했고,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준결승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나는 처음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아내가 어려워하지 않게 간단히 몇 가지만 알려주었다.
"우리나라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가장 최근 대회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8회 연속으로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는데, 이건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기록이고 세계적으로도 6위에 해당하는 대단한 성과야. 그리고 비록 FIFA라고 일컬어지는 국제 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는 아니지만, 올림픽에서는 남자팀이 세계 최초로 9회 연속으로 본선에 진출했어. 이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지." 그러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요즘은 월드컵보다도 더 중요한 대회로 여겨지는 게 유럽 축구 클럽들끼리 맞붙는 최상위 리그인 "UEFA 챔피언스리그"인데, 거기서 아시아 대륙에서는 유일하게 결승 무대를 밟은 세 번의 기록 모두 한국인이 갖고 있어. 박지성이 두 번, 손흥민이 한 번이지."
아내는 "아, 그래? 대단하네"라면서 모범 답안 같은 리액션을 내보였지만, 다소 영혼이 없는 눈빛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차근차근 알아가다 보면 조금씩 축구에 정을 붙이게 되겠지. 그런 희망으로 오늘도 나는 아내에게 알려줄 흥미로운 축구 이야기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