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축구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박지성이나 손흥민 같은 국내 선수가 대부분이다. 정말 몇 안되지만 아내가 해외 선수를 아는 경우는 오롯이 내 영향 때문이다. 나는 게임을 거의 안 하지만(요즘은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이며 심지어는 스마트폰에 그 흔한 모바일 게임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다) 예전에 만든 게임 아이디를 보면 포르투갈의 축구선수인 호날두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아내도 호날두의 이름은 외우고 있었다.
2019년 호날두의 소속팀 유벤투스가 방한했을 때 K리그 올스타와의 경기에서 호날두가 단 일 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아서 "노쇼 사건"이 터졌고 그로 인해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호날두의 이름이 마치 터부시되는 듯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호날두는 우리나라에서 우리 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나도 호날두의 오랜 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건" 이후로 호날두에게 실망해 예전만큼 응원하지는 않는다.
한가한 주말 오후에 나는 여느 때처럼 유튜브로 이스타 TV라는 축구 전문 채널을 보고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던 진행자들의 입에서 호나우두의 이름이 나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 이름에 흥분한 내가 혼잣말로 "호나우두가 최고였지, 나는 호나우두 때문에 축구에 입문한 거나 다름없어"라고 말하자, 옆에서 SNS를 들여다보던 아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호나우두? 호날두 아니었어? 아, 호나울두였나?"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빵 터져서 호나울두는 무슨 호두랑 율무차를 섞어서 만든 사람이냐고 말했다. 지금이야 전 세계적으로 호날두가 더 유명하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접했을 당시에는 최고의 축구선수는 다름 아닌 호나우두였다.
사실 그 두 사람은 Ronaldo로 이름의 스펠링이 똑같다. 먼저 선수 생활을 했고 우리나라에선 호나우두로 불리는 선수가 브라질 출신이고, 나중에 선수로 데뷔한 이가 포르투갈의 호날두다. 당연하게도 아내는 그걸 몰라서 헷갈린 것이다.
인터넷 사전이나 유튜브 등을 뒤져서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하면 좀 더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애당초 간단히 알려주고자 했던 취지에도 벗어나고 아내 또한 너무 디테일한 설명을 듣다 보면 흥미를 잃어버릴지 모르기에 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둘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스펠링으로 봤을 땐 이름이 똑같아서 보통 영어권 발음으로 두 선수 다 로날도라고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가 툭 튀어나오고 지금은 뒤룩뒤룩 살이 찐 브라질 선수를 호나우두라고 말하고, 얼마 전 우리나라에 와서 문제를 일으킨 선수를 호날두라고 해. 예전 내 게임 아이디랑 관련된 선수는 후자인 호날두야."
내 나름대로 훌륭한 설명이었다고 흡족해했지만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여전히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눈빛이었다.
"다른 사람인 건 알겠는데, 왜 같은 이름을 다르게 불러? 영어권에서는 똑같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에는 똑같이 호나우두로 불리다가 나중에 가서는 둘 다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들이지만 브라질의 포르투갈어는 "ㄹ"자를 우로 발음한다고 하니 최대한 구분 지으려고 그런 것 같아."
나는 언어학자나 통역가는 아니었므로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생략했다. 아무튼, 그제야 아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궁금한 게 없냐며 달려들었지만 그 정도로도 머리가 아프다며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설명은 거기서 마치기로 했다.
참고로 우리에게 호나우두나 호날두만큼 익숙한 이름인 호나우지뉴(또는 호나우딩요라고 불리는 선수) 또한 사실 본명은 호나우두다. Ronaldinho라는 이름은 한국어로 작은 호나우두라는 뜻으로 풀네임이 호나우두 지아시스 모레이라이다. 다만 브라질 동료 중에 호나우두가 있었기 때문에 작은 호나우두라는 의미의 호나우지뉴로 불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