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결혼한지도 4년이 다 되어간다. 연애와 결혼 생활을 합치면 우리가 만난 지도 어언 10년. 여전히 애틋하고 함께 있으면 무얼 해도 즐거운 아내와 나는 법적 부부이기에 앞서 n년차 연인이고, 취미를 공유하는 가장 친한 친구이며 진정한 소울메이트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에겐 아이가 없다.
잠깐, 여기서 꼭 '그런데'라는 말을 넣어야 하나? 지금 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다고 해서 그게 일반적인 결혼 생활의 결격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
주변 지인이나 회사 동료 혹은 처음 보는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올 때가 있다. 양가 부모님들도 조심스러워 묻지 않는 그런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대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꼭 낳아야 하나요?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대답한다. 아직이라는 말이 뭔가 여지를 남기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그렇다고 딱 잘라서 안 낳을 거라고 말했다가는 더 귀찮게 물고 늘어질게 뻔해서 여지를 남기는 편이 낫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에게 딩크족이냐고 묻는다. 물론 현상황에서 제삼자가 바라봤을 때 우리의 모습이 그런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데, 그런 사람들은 대게 답정너 스타일이다. "나중에 후회한다." "그래도 하나는 낳아야 해." 이미 내 말에 반격할 기회만 엿보는 이들한테 주절주절 설명하고 떠들어 봤자 내 입만 아프지.
세상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종족 번식의 본능에 입각한다면 부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순리겠지만, 그런 심오한 주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나중에 후회한다는 둥 다 때가 있다는 둥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가 그리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걸까? 또 어떻게 그렇게 남의 인생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가 있는 걸까?
나 역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임을 알기에, 당장 "나는 딩크족이에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나중에 우리 부부도 아이를 원할 때가 온다면 그때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테니.
한 가지 분명한 건, 나중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만약에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그것은 지금의 행복이어야 한다. 나중에, 한참 뒤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한 투자 같은 게 아니다. 우리의 행복은 늘 지금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