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는 연인일 때부터 쭉 해오던 일종의 애정 루틴 같은 것들이 있다. 운동선수가 시합 전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듯, 그것은 우리 둘 사이에 항상 애정이 넘치도록 하기 위한 나름의 장치들이다.
어딜 가든 꼭 서로의 손을 잡는다.
나와 아내는손을 잡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걸을 때 마음에 평온을 얻는다. 축제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손만 잘 잡고 있으면 군중 속에 섞여도 길을 잃거나 넘어질 일이 없다.(아담한체구의 아내는 사람들과 부딪혀 곧잘 넘어지곤 했다) 또한 치과 같은 두려운 장소로 향할 때도 아내의 손을 잡고 가면 어릴 적 엄마 손을 잡은 것처럼 든든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애할 때는 전화도 자주 하고 카톡도 많이 하지만 결혼하고 같이 살게 되면 서로 필요한 용건이 있을 때만 연락을 주고받는다. 어차피 집에 가면 보게 될 테니. 내 주변 친구들만 봐도 그런 것 같다. 나와 아내는 연애 때처럼 수시로 전화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우리는 연애하듯 살기로 했으니 연락의 패턴도 크게 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와 아내는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연애할 때처럼 핸드폰으로 티키타카를 즐긴다.
생리 현상을 참는다.
그렇다고 억지로 방귀를 참고 입 밖으로 나오려는 트림을 꾹 눌러 삼킨다는 건 아니다. 다만, 조금 떨어져 들리지 않는 곳에서 해결하고 오는식이다. 같이 사는 사이에서 편안함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우리는 미묘한 선을 넘어 모든 것이 허물어져버리는 건원치 않는다. 그래서 방귀나 트림 같은 생리 현상이 나올 것 같으면베란다에 나가서 해결한다든지 방에 들어가서 해결한다. 이렇게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해도 연애 감정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평소에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편하고 티키타카도 잘 맞는 부부이지만, 그런 날들 안에서 우리만의특별함을 잃지 않기 위해이렇게나마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