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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Oct 19. 2022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 아내?

지금 이 시점



나는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억지로 내 생각을 주입하거나 설득하려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가치관의 문제를 떠나 자기의 그릇된 생각이 정답인 양 당당히 떠드는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한다. 며칠 전에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띄엄띄엄 연락을 해오던 친구와 우연히 만나 길에서 잠깐 얘기를 나누던 중 친구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와이프가 아침밥도 안 차려줘?"
순간 나는 내 두 귀를 의심했다. 반가 만남에 찬물을 끼얹는 물음이었다.

일의 발단은 이러하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날씬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나를 신기해하던 친구가 그 비결을 물었고, 나는 점심 저녁 두 끼를 과식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 친구가 놀라며 물어온 것이다. 와이프가 아침밥도 안 차려주냐고, 자기 와이프는 아침에도 진수성찬을 차려준다면서.

나는 끌어 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누르며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맞벌이야. 하물며 맞벌이가 아니어도 내가 먹고 싶음 내가 차려먹지 누굴 시키냐? 아내가 아침을 꼭 차려야 한다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법이?"

내가 정색하며 대꾸하자 당황한 친구는 바로
꼬리를 내리며 수습하려고 애썼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덧붙였다.

"너네 집은 뭐 그렇게 한다니까 나도 더는 남의 집 일에 끼어들지 않을 게. 근데 그건 알아둬라. 나중에 너도 너 닮은 딸 낳아서 네 딸이 독박 살림에 독박 육아 당해도 아무 할 말 없다는 ."

몇 분 뒤 나는 그 자리를 파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친구와 헤어졌다. 극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그런 썩어빠진 생각을 가진 녀석과는 당분간 반가운 재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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