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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Oct 14. 2022

우는 남편과 웃는 아내

하나의 시점



오전 6시쯤이었다. 어렴풋이 들리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혹시나 해서 침대 옆을 살펴보니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들리는 작은 소에 이끌려 거실로 나와 보니 부엌에서 아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내가 이른 아침부터 부엌을 바쁘게 돌아다닌 그날은 다름 아닌 내 생일이었다. 아침잠이 많아서 항상 출근 마다 잠과 사투를 벌이는 아내가 평소보다 한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내 생일상을 차리고 있던 것이다.

언제 그렇게 준비를 했는지,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미역국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불고기와 고등어구이 등이 식탁 위에 한 상 차려져 있었다.

"이게 다 뭐야?"

내가 놀라 물으니 아내는 활짝 으면서 식탁에 앉으라는 말답을 대신했다. 잠에서 덜 깬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식탁 앞에 앉았다. 미역국을 한 술 뜨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났다. 얼마나 오래 끓인 건지 국물 맛이 깊었기 때문이다. 자기도 출근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아침잠도 많으면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했다니. 너무 고마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미안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당황해하며 갑자기 왜 우냐고 물었다.

"너무 고마운데, 또 미안해서. 정말 고생 많았어."

아내는 오히려 내가 잘 먹어줘서 고맙다며 미소 지었다. 밥 먹다 우는 남편과 그 모습을 보고 웃는 아내라니. 돌이켜보면 정말 특이한 광경이었다. 아무튼 아내가 정성 들여 차려준 생일상 덕분에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하루 보다. 다가오는 아내의 생일 때는 내가 그 보답을 확실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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