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에 아내와 집 앞 편의점에 갔다. 소파에 기대앉아 TV를 보다가 누구랄 것 없이 동시에 아이스크림을 외쳤기 때문이다.
편의점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는 이가 보였다. 최근 들어서 집 앞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서고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그날도 우리를 보며 반갑게 인사해주는 야간 근무자에게 나와 아내는 꾸벅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야간에 근무를 서면 피곤하고 활력이 떨어질 법도 한데 항상 밝게 인사해주는 그 마음이 우리는 너무 고마웠다.둘이서 먹을 아이스크림을 사고 나서 나는 아내에게 작게 물었다.
"우리 저분 커피 하나 사드릴까?" "좋아. 그러자."
우리는 편의점 진열대에서 커피 하나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단,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혹시라도 우리의 진심을 불쾌해하거나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커피를 건넸다.
처음에 그는 몇 번 정중히 거절하더니 결국커피를 받아주었다. 솔직히 그의 기분이 어땠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 행동이 경솔했다고 볼 수도 있기에 여전히 옳은 행동을 한 건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다만 그 야간 근무자처럼 친절한 사람들이 마음 편히 호의를 베푸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었다. 손님들이 그의 친절함을 악용해서 갑질을 하거나 그 친절함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거들먹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베푼 작은 성의를 보고, 그가 "아 내가 그래도 친절하게 하니 손님들도 기분이 좋긴 하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고 스스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런 내 마음이 주제넘은 생각이 아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