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은 믿음의 대상이 아닌 해석의 도구,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에 관하여
우리는 일상 속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출근을 어떤 방법으로 할까. 오늘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을까 아니면 나가서 먹을까. 퇴근후에는 무엇을 할까? 이러한 선택 속에서 우리는 확률이라는 개념을 자주 활용한다. 그리고 대부분 확률이 높은 쪽, 가능성이 커보이는 쪽을 선택한다. 그런데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게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탈 때는 항상 안전벨트를 매야한다. 왜 그럴까? 확률 기반으로 생각해보자. 교통사고로 인한 생존 확률은 99%라고 한다. 그렇다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99%는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니 굳이 불편하게 안매도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확률이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한 번 실패했을 때의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가이다. 발생할 확률이 1%라도 그게 현실이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한다. 1%가 100%가 되는 것이다. 99% 살 수 있다는 확률이 방패가 될 수는 없다.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에서는 확률이 아닌 가능성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 즉, 단순히 확률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리스크는 확률이 아닌 결과로 다가온다. 어떤 선택이 90%의 성공 확률이라도 나머지 10% 가능성의 실패가 치명적이라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생의 방향을 좌우할 결정은 더욱 그러하다. 퇴사 후 창업을 하는경우, 70%는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파산할 확률이 30%라면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치다. 확률이 높은 쪽으로만 선택을 하게 되면 51%도 100%가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종종 "설마 그런 일은 안생기겠지"라는 생각으로 리스크를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1%의 가능성도 반복되면 언젠가 현실이 된다. 따라서 교통사고 생존확률이 99%니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은 성립되지 않는다. 안전벨트를 매는 건 단지 확률 때문이 아니라 그 한 번의 리스크를 시스템적으로 제거하려는 행동인 것이다.
그렇다고 인생의 모든 선택에 있어 이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 리스크에 대비해야하고 어떤 경우는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해야할까? 혹은 이 두 경우가 아니더라도 성공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승부수를 강행할 때도 있다. 각가의 사고방식은 어떤 맥락에서 사용해야하는지 생각해보자.
먼저 확률 기반 최적화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전략은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함으로써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방식이다. 시랲하더라도 치명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치명적이지 않아야한다. 연습 경기나 비용이 적은 프로젝트 등 실패해도 감당가능한 수준일 때, 또는 반복적이고 회복 가능한 상황에서 장기 기대값을 극대화하는 상황일 때가 해당한다. 수많은 판에서 평균적으로 이기는 게임이나 주식투자와 같은 상황이 해당된다. 혹은 시간이 부족할때도 해당된다. 시간이 부족해서 모든 리스크를 검토할 시간이 없고 신속하게 판단해야 할때 유리할 수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MVP(최소기능제품)만 만들고 빠르게 시장 반응을 보는 경우, 시험 공부할 때 공부할 시간이 없어 전범위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보다는 출제 확률이 높은 챕터에 집중하는 방식 등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리스크는 작고 기회비용이 큰 경우, 빠르고 효율적인 선택이 유리할 때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리스크 회피 전략은 글 초반에 언급했던 것과 같이 작은 실패 가능성까지 제거하는 전략이다. 한번 실패하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1%의 가능성도 제거해야한다. 예를 들어, 생사를 다투는 수술, 고액 투자, 인생을 건 선택 등이 해당되며 불확실성 자체가 커서 예측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나 실패에 대한 복구가 어려울 때도 적용할 수 있다. 비행기 사고 확률이 낮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이므로 항공사에서 매뉴얼대로 사소한 점검도 모두 하는 것, 수능 1점차로 대학이 바뀌는 상황에서 출제 가능성이 낮은 챕터라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준비하는 상황 등이 해당된다. 이처럼 작은 가능성이 큰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상황에 적절하다.
승부수는 성공 가능성이 낮아도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엄청나면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인드이다. 이와 같은 전략이 적절한 상황은 이미 질 가능성이 높고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을때, 실패해도 잃을게 없는 상황일때 등에 해당한다. 현실에서의 승부수는 잃을게 없는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기술로 업계 질서를 뒤흔드는 전략이 해당되며, 취준생이 유튜브를 시도하는 것도 해당된다.
성공은 단 하나의 사고 방식에서 오는 것이 아닌 어떤 사고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리스크가 큰데 작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반대로 생각해버리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진다. 바둑과 같은 전략게임에 비유하면 이는 형세판단에 해당된다. 사실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보다 형세판단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형세판단은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게 되는 데, 이 정보라는 것이 불완전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고 편향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금 이형세는 어떠한가를 판단해야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인생에서는 미래, 타인의 생각, 시장의 흐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에 대한 해석의 깊이, 정황 간의 연결성, 과거 경험의 맥락화가 형세 판단의 정확성을 결정한다.
확률은 단지 숫자일 뿐이다.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결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 가능성을 1%라도 없애야한다. 진짜 전략은 확률을 믿는 것이 아니라 형세를 읽고, 그 형세에 맞는 전략을 유연하게 고르는 힘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