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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철학감상

AI GPT5, 무기에 필요한 건 단단함일까

사카모토데이즈와 AI가 던진 질문

by 장철원

요즘 하루가 다르게 최신 AI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만해도 GPT5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신기술에 들떠있다. 이제는 가히 특이점 시대에 살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를 보면 새로운 AI 기능을 시연하거나, 이전 버전과의 차이를 설명하며 최신 툴의 장점을 소개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다들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은 전사처럼 들떠있는 모습이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며 만화 "사카모토데이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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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데이즈는 킬러를 주제로 한 현대 액션물이다. 현대를 배경으로하며 킬러라는 직업이 양지로 나온, 쉽게 말해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윅의 만화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실제로 작가는 존윅 시리즈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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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활용해서 임무를 수행한다. 작중에는 '나구모'와 '가쿠'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나구모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유연하게 바꿔 쓰는 타입이고, 가쿠는 무거운 철퇴를 이용한 전투 스타일을 보여준다. 둘은 중요한 상황에서 맞서 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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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가 무거운 철퇴로 나구모를 내려친다. 그러자 나구모는 자신의 무기로 이를 막는데, 그의 무기에 금이 간다. 그 때 가쿠는 이렇게 말한다.

"무기에 필요한건 견고함과 무게지?"

하지만 곧이어 나구모가 반격하며 이렇게 대답한다.

"죽이는데 필요한건 거짓말이지"

이 짧은 대사속에, 두 사람의 사고방식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쿠의 대사 "무기에 필요한건 견고함과 무게지?"는 무슨 뜻일까? 가쿠는 무기의 조건에 집중한다. 무기는 단단하고 강해야한다는그의 말은 도구의 물리적 성능 자체에 초점을 맞춘 기술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마치 AI 커뮤니티에서 누구는 지피티가 낫다, 누구는 제미나이가 빠르다, 누구는 클로드가 자연스럽다고 끝없이 비교하는 모습과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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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구모의 "죽이는데 필요한건 거짓말이지"는 어떨까. 그는 무기의 조건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집중한다. 그의 대사는 상황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하며, 도구는 단지 수단일 뿐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본질은 툴이 아니라 성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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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오래도록 머리속에 남았다. 가쿠는 무기의 스펙을 이야기한 반면, 나구모는 최종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쿠는 도구가 강하면 이긴다고 믿는 사람이고, 나구모는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무기의 견고함만 따지자면 가쿠의 철퇴가 우위다.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무기의 견고함을 겨루기 위함이 아니다. 결국 그들은 킬러이므로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게 최종 목표가 된다. 나구모는 중요한게 무엇인지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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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기술 발전 속도는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기술의 우위는 결국 순간에 불과하다. 챗지피티가 아무리 정확하다고 한들 그것으로 내가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도구에 집착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도구를 갈아타느라 방향을 잃는다. 반면, 도구를 활용하는 사람은 목적에 집중하므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어떤 LLM이 나은지, 어떤 툴이 빠른지, 어떤 프롬프트가 더 좋은지,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만 좆고 있다. 마치 철퇴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경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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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견고한 도구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도구의 성능보다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닐까?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구일까 아니면 의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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