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윅'과 '발레리나'가 던지는 자유의지의 역설
나는 영화 존윅 시리즈를 좋아한다.
1,2,3,4편 모두 재밌게 보았고, 특히 2편은 몇번이나 돌려보았는지 모른다.
2편의 무대 중 하나가 이탈리아 로마인데,
작년에 로마로 여행을 갔을 때,
존윅 촬영장소였던 곳들은 나에게 더 특별히 느껴졌다.
그러던 중 존윅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발레리나'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에서는 존윅 세계관을 공유하되,
어렸을때 아버지를 잃은 여자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이런 저런 일을 겪는 내용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자유의지,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스포주의
"It's up to you."
"그건 너에게 달려있어."
발레리나에서는 위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존윅도 주인공에게 저 대사를 하는데 저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이브나, 존윅이나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처럼보이지만 사실은 선택이 강제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존윅은 킬러의 세계를 떠나 아내와 편안하게 살고 싶었지만,
킬러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고,
결국 존윅은 킬러로써의 삶을 이어간다.
이브도 아버지를 잃은 탓에,
복수심에 휩싸여 '그 마을'로 들어간다.
그들은 과연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선택 당한 것일까.
"It's up to you."
"그건 너에게 달려있어."
이 말을 보고 있으면, 겉으로 보기에는 나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나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택이라는 압박이 느껴지는 말일 수도 있다.
선택의 자유를 얻기도 하지만 선택의 무게도 함께 떠안게 된다.
존윅은 킬러의 세계를 떠나고 싶어했고, 그만둘수 있었다.
발레리나의 주인공 이브도 아버지의 복수를 갚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은 스스로 감당했어야했다.
이를 실생활에서도 비유하자면,
"회사 그만두고 싶어? 그럼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이제 없어"
이런 느낌인데,
이건 선택일까 아니면 선택처럼 보이는 구속일까?
이쯤에서 자유의지와 결정론을 이야기해보자.
결정론에 의하면 내가 내린 결정은 결국 환경, 유전자, 과거의 경험 등
수많은 과거의 원인들이 쌓인 결과다.
내가 대학원이나 회사를 그만뒀던 것도,
내 성격이나 경험, 그동안의 감정이 누적된 결과 일수있다.
나는 스스로가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결정론에 의하면 나는 결국 그렇게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인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고 과거를 회상하며,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까?라고 생각해봤지만,
그떄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
선택이란 내면의 필연성에 이끌려 한 행동일지도.
이번엔 자유의지쪽을 생각해보자.
철학자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을 자유조차 없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즉, 우리는 살면서 선택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결국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마치 RPG 게임을 하면서 선택창이 뜨면
플레이어는 어느쪽이든 선택을 해야하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지는 없는 것이다.
존윅은 킬러들이 즐비한 세계관속에서도 최강자로 꼽힌다.
왠만한 킬러들은 존윅한테 싸움을 거는 것 자체를 자살행위로 생각할 정도다.
누구보다 강한 존윅이 자유를 원하지만,
하이테이블이라는 세계의 질서, 규칙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최강자 존윅이 내리는 선택조자 구조 안에서의 최선이지 완전한 자유라고는 할 수 없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국가, 자본, 제도, 문화, 언어, 시간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완전한 자유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완전한 자유가 불가능한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수만가지 제약속에서 내가 한 선택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내가 한 선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곧 내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
비록 나 혼자 세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나다운 선택을 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선택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스스로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른다면 나름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