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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철학감상

우리는 모두 욕망이라는 엔진으로 살아간다

영화 미세리코르디아 감상평

by 장철원

개봉한지 한 달이 지나 이젠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곳도 거의 없던 차에, 운좋게 코엑스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을 찾았다. 보는 분들도 별로 없어서 가장 작은 상영관에서 관람하게 되었는데, 코엑스 메가박스에 그토록 작은 관이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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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도시에서 빵집을 운영하던 주인공 제레미가 자신의 빵 기술 스승이었던 시골의 빵집 아저씨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단순해보이는 설정 뒤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는 대체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심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엔딩에서 모든 사건들이 정리되면서 이해가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엔딩 크레딧이 뜨는 순간 내 머리속은 "이 영화는 진짜 뭐지?" 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내내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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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키워드


영화는 표면적으로 살인, 자비, 동성애, 욕망 등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미세리코르디아는 자비라는 뜻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욕망'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욕망을 가진자와 욕망을 갖지 않은자. 그들 중 욕망이 없는 자는 사망하고, 이야기는 욕망을 가진 자들 위주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욕망이 없는 자가 죽는다는 설정은 아마도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의 이약리로 갈등을 만들기 위한 장치인 것 같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욕망 중 성욕을 대표적으로 다루는데, 특히 동성애에 주목한다.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동성간의 사랑을 택한 이유는 아마도 남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숨기고 싶은 욕망의 은유로 보인다.




어긋나는 역망


영화에서 재밌는 점은 욕망의 방향이 모두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삼각관계를 너머 사각, 오각관계가 되어버리는 복잡한 구조.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욕망의 방향이 서로 일치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계속 진행된다는 점이다. 바로 욕망의 비대칭성이다.




아마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영화에서 말하는 욕망이 없는자가 죽은 다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조용하게 일상의 평화를 지키는 역하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조금더 극적으로 표현해서 욕망이 없는 사람이 살아있기만한 할 뿐 죽은거나 다름없다는 것을 메타포로 읽힌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존재감이 없는, 마치 온라인게임에서 말하는 NPC처럼 투명한 느낌을 준다.




반면, 욕망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거나 에너지로 승화시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들은 좌절하면서도 계속 움직이고, 관게를 만들어낸다. 마치 영화 속 캐릭터들 처럼 말이다.



욕망의 비대칭성이 만드는 역동성


현실에서도 욕망의 방향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욕망의 비대칭성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상호작용으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면 자신의 욕망의 좌절이나 욕망의 불일치가 사회를 정체 시킬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사회를 굴러가게 만든다.




오히려 모든 욕망이 충족된다면 정지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욕망이 좌절되면 기존 욕망이 다른 대상으로 향하면서 새로운 관계, 새로운 시도, 새로운 창조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속 주인공 제레미가 욕망했던 장피에르가 사망하자, 그의 욕망이 다른 곳으로 향한 것처럼 말이다.



가면 뒤의 진실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진짜 욕망을 숨기면서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은말한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가면 뒤의 욕망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욕망은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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