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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Jun 07. 2020

자리가 정해진 사람은 없다.

물건의 용도는 누가 정하는가

다림질 할 때 사용할 분무기를 사러 다이소에 갔다. 다림질을 할꺼니까, 세탁, 청소 쪽 섹션에서 분무기를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분께 물어보려했으나, 마침 손님들이 많은 때라 그 마저도 타이밍 잡기 힘들었다. 


"조금만 더 찾아보자."


다시한번 세탁, 청소 섹션을 꼼꼼하게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분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카운터까지 가서 직원분께 물어보았다.


"분무기 어디있나요?"

"25번 가시면 찾을 수 있으세요~"


나는 "25번이 어디지?"라는 생각으로 세탁쪽을 보았는데, 세탁은 2번이었다. 즉, 25번이면 2번과는 한참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인데...정반대편을 보니 25번은 식물 섹션이었다. 




그렇다. 식물에 물을 주는데도 분무기가 쓰였던 것이다.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듯 했다.  내가 세탁코너에서 분무기를 찾았던 이유는, 다림질 - 분무기라는 연결고리로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식물 - 분무기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나 스스로 분무기는 다림질 할 때만 쓰는 것이라고 용도를 제한시켜버렸고 다른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분무기를 규정지은 것이다.




그럼 분무기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분무기의 뜻은 "액체를 뿜어내는 기구"라고 한다. 그 누구도 "분무기는 다림질 용이다" 혹은 "분무기는 꽃에 물을 주는 용도다"라고 규정지은 적이 없다.  분무기는 필요하다면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내 편협한 생각이 분무기의 용도를 다림질로 제한시켰던 것이다.




분무기 뿐 만이 아니다. 우리는 주위의 사물, 기술 등에 대해 규정짓고 제한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분무기를 다림질할때 쓰는 용도로 제한시킨 사람은 꽃에 물을 주는 사람을 본다면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분무기는다림질할때 쓰는건데, 꽃에 물을 줄때 쓰다니 ㅋㅋㅋ" 라는 식으로 말이다. 




심지어 사람에게 까지도 그 사람에게 특정 프레임을 씌우고 규정짓는다. 예를 들어, 철수의 직업은 요리사이고, 취미로 축구를 한다고 해보자. 누군가는 철수를 요리사로 규정하고, 어떤 사람은 축구선수로 규정한다. 철수를 요리사로 규정짓는사람은 철수가 축구하는 모습은 상상하지못하고, 반대로 축구선수로 규정하는 사람은 요리하는 모습을 생각하지 못한다. 생각만 못하면 다행이기라도 하다. 




철수를 평소에 요리사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면 반응은 어떨까? "철수는 요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축구도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야, 너는 요리사인데 왜 축구를 해? 요리사면 요리를 해야지"라며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규정 짓지 말자. 똑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서로다른 것을 떠올릴 수 있다. 누군가는 분무기를 보고 다리미를 떠올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분무기를 보고 식물을 떠올릴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규정 짓지 말자. 내가 본 모습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스스로를 규정 짓지 말자.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영국에서 낮에는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저녁에는 8부리그 축구선수로 활동하다가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한 제이미 바디는 이렇게 말했다.   


자리가 정해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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