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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Aug 05. 2020

GRE?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시험

살면서 본 영어시험 중 가장 악랄한 시험이었다.

석사과정 진학과 동시에 박사과정 준비를 시작했다. 박사과정은 해외대학을 생각했기에 나는 또다시 영어시험을 보게되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점수를 따는 것 이상으로 해외에서 살아야하므로 생존 수단이라고 생각하니 각오가 남달랐다. 준비할 시험은 GRE와 토플이었다. 이번엔 또 어떤 스타일의 시험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과거에 토익, 텝스를 본 경험이 있으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영어는 마치 내가 가는 인생 길목마다 버티고 서있는 중간보스와 같게 느껴졌다. 취업과 대학원 진학 중간 보스는 토익과 텝스, 그리고 유학을 가기 위한 중간보스는 GRE, 토플이다. 마치 내가 가는 길을 막고 "이 길을 지나가고 싶다면 나를 넘어봐라"라고 말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준비해야할 시험이 두 개이므로, 토플과 GRE 중 어느쪽을 먼저 준비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유학 관련 커뮤니티를 보니 GRE를 먼저 끝내라는 말이 좀 더 많은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난이도는 GRE가 토플보다 높아보였다. 음...보통 쉬운 걸 먼저 하라고 하지 않나? GRE가 더 어려운데 먼저 끝낼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GRE공부를 시작했다. 이건 말이 안되는 시험이었다. 적어도 토익이나 텝스에서 다루는 단어는 실생활에서 어느 정도 사용하겠다 싶은 단어가 많았는데, GRE에서 쓰이는 단어는 죽기전까지 한번도 안쓸거라고 단언할 수 있는 단어들로만 채워진 느낌이었다. 이런 시험 무엇을 평가하고 영어실력에 어떤 의미가 있나 싶었다. 




잠시 GRE라는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 소개하면, GRE는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버벌(verbal), 수학(math), 라이팅(writing). 버벌은 다른 영어 시험에서의 읽기 영역과 같다고 생각하면 되고, 수학은 말그대로 수학이다. 라이팅은 실제로 영작문을 하는 것인데, 토플 라이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수학은 난이도가 꽤 쉬운 편이라 고득점 받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영어로 된 수학 용어를 잘 모른다면 문제를 몰라 틀릴 수 있으니 주의 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쉬운데 착각해서 함정에 빠지기 쉬운 문제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라이팅은 어렵지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 내가 이과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버벌, 수학은 각각 170점 만점인데 라이팅은 6점만점이고 0.5점 스케일이다. 라이팅이 워낙 어려워서 그런지 4.0만 되어도 고득점에 속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라이팅 점수가 3.0~3.5라고 알고 있다. GRE 점수를 말할 때는 160/170/3.5 이런식으로 섹션별로 구분해서 표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 되는 건 버벌 섹션이다.





대학원 학기 중에는 과제하고 시험보느라 GRE 공부할 틈이  었다. 물론 틈틈히 단어를 외우려고 시도했지만, 워낙 GRE 단어가 괴랄하고, 밑빠진 독에 물붓는 느낌이 강한 시험인데, 공부 간격의 텀까지 있으니 전혀 단어를 외웠다는 느낌, 채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방학이 되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GRE 학원에 등록했다. 워낙 어려운 시험이고 불안해서 GRE 학원을 다녔지만, 막상 배우는건 별로 없는 느낌이었다. 특히 버벌은 그랬다. 버벌은 단어 암기가 대부분인데, 학원수업은 대체로 단어의 어원을 설명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더군다나 학원이 더욱 의미없다고 느낀것은 중요하다고 했던 단어 중 실제 출제된 단어의 비율이 낮다는 것이었다. 물론 GRE 시험자체가 문제 은행식이라 누군가에게는 학원에서 배운 단어가 많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나같은 경우에는 그 반대였을 뿐이고. 




대학원 기간 중 두 번의 방학기간 동안 GRE 시험에만 매진했다. GRE 시험이 허탈했던 것은 내가 외웠던 단어가 시험에 나온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외운 단어들도 새로웠는데, 출제된 단어 역시 처음 보는 단어였다. 전혀 문제를 푼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문제를 푸는게 아니라 거의 감상하는 느낌...단어를 몰라서 풀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려운 시험에서 고득점 하신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누가 그랬다. "GRE는 끝내는 것"이라고.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GRE는 목표 달성해서 끝이 나는 시험이 아니고, 스스로 끝내는 시험이라는 것을. 나 역시 그랬다. 점수는 낮았지만 GRE 시험을 끝내기로 했다. 이 시험은 시간을 더 투자한다고 올라가는 시험이 아닌 것 같았다. 왜 GRE시험을 토플보다 먼저 준비하라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GRE 시험을 "끝"내고, 다음 단계인 토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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