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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Aug 10. 2020

토플 공부를 시작하다

점수 달성까지 가장 오래 걸렸던 시험

유학 지원서 작성까지는 방학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즉, 이번 년도에 유학 지원을 하려면 방학기간에 토플 커트라인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3달만에 점수를 내야하는 상황. 앞선 시험인 GRE는 괴랄한 시험이었지만 막상 커트라인이 없는 학교도 많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커트라인이 극악무도하게 높은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토플은 달랐다. 토플이라는 시험의 목적은 해외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냐없냐를 측정하는 시험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교에 토플 커트라인이 존재했다. 토플은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이렇게 4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있었는데, 각 영역은 30점 만점이고 총 120점 만점인 시험이었다. 학교별, 전공별로 토플 커트라인이 모두 다른데, 대체적으로 내가 지원하는 학과의 경우 대체적으로 주립대 80점, 사립대 100점 정도의 커트라인이 존재했다. 즉, 최소한 80점은 넘겨야 어느 학교든 최소 지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120점 만점이면 잘하면 100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근거없는 생각을 했는데, 이는 정말 안일한 생각이었다. 100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모른채 일단 토플 학원에 등록하고 다른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내 기본 실력을 점검하하기로 했다. 그리고 토플 시험에 등록했다. 토플 시험은 GRE시험과 비슷하게 응시료 부터 엄청났다. 한번 시험보는데 180달러...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20만원에 육박했다. 예상대로 첫 시험 결과는 처참했다. 긴 듣기 지문은 하나도 안들려서 멍때리다 문제는 찍기 일수고, 리딩은 읽기 벅차서 목구멍까지 뭔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말하기는 꿀먹은 벙어리, 쓰기는 하얀 백지장에 커서만 깜빡깜빡... 총 점수는 40점대였다...이 때의 느낌은 예전에 토익 400점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120점 만점인 시험인데, 100점은 고사하고 80점 받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첫 점수가 40점대면 대체 어떻게 점수를 올려야한단 말인가. 각 영역별로 받은 첫 인상은 다음과 같다.




토플 리스닝의 경우 토익, 텝스와는 다르게 지문의 길이가 매우 길었다. 듣기 내용도 학교에서 듣는 수업 내용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수업듣고 수업 내용에 대해 시험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수업 내용이면 전공 영역이 있을 것인데 이 점이 토플 시험이 어려웠던 이유다. 문학, 예술, 과학 등 분야에 상관없이 문제가 출제되니 행여 잘 모르는 분야가 지문으로 등장하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한국말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지문이 영어로 출제되는 것이다. 정말이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토익, 텝스 공부 경험이 있으니 조금은 들리지 않을까했는데, 여태까지 한 영어 공부가 무색할 정도로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토플 리딩은 듣기와 마찬가지로 다른 영어시험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길었다. 그리고 분야에 제한없이 전 분야 전공이 출제 대상이었다. 분야도 분야지만 토플 리딩은 지문 길이에서 오는 압박이 상당했고, 읽다가 지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나름 지문을 이해했다고 생각해도 문제 선지 또한 헷갈려 지문을 반복적으로 보게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문제-지문-문제-지문-...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다른 시험들은 시간이 부족해서 1초 1초가 소중했는데, 토플 리딩은 남아있는 시간과 문제들을 볼때마다 "이걸 언제 다푸냐"라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왔다. 게다가 문제를 종이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로 읽으니 눈도 아프고, 읽는 속도도 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토플 스피킹. 듣지도, 읽지도 못하는데 말하기가 될 리가 없다. 영어로 된 문장을 만드는것 자체가 어색했다. 시간을 무한대로 주고 만들라고 해도 벅찬데, 짧은 시간내에 답해야하는 스피킹은 도저히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태어나서 영어로 말을 해본적이 없으니 스스로 발음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었다. 이게 혼자 연습한다고 점수가 오를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토플 스피킹은 어렵게느껴졌고, 실제로 토플시험 마지막까지 점수가 전혀 오르지 않은 파트이기도 하다.




토플 라이팅. 뭔가를 써야할 것 같아서 쓰긴 쓰는데, 내가 뭐라고 쓰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그저 공간을 채운다는 느낌으로 썼다. 그래도 희망적인건 앞선 파트들 과는 달리, 이건 어느정도 패턴을 외워서 쓰면 어느 정도는 채울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플 글쓰기는 보통 주제를 주고 찬성 혹은 반대하면서 근거를 제시하는 형태인데 어느정도 문제형식 모아서 패턴화하면 될것 같다는 느낌이 막연하게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토플 라이팅은 영어 학원 덕을 가장 많이 본 파트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든 영역에 대해 물음표만 가득한 체, 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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