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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Aug 14. 2020

세 달 동안 달렸지만

토플 준비 세달은 턱없이 짧은 시간

토플에 주어진 시간이 두 달 밖에 없었으므로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했다. 하루를 총 새벽, 오전, 오후, 저녁, 밤으로 나누었을 때, 학원은 새벽반으로 다니고 나머지 시간에 공부하기로 했다. 코스 이름은 새벽반이었지만 리스닝, 리딩, 스피킹, 라이팅 4영역 모두 듣고 공부하러 학교 가면 점심 쯤이 되었다. 왔다갔다하는 이동 거리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강남이 아닌 종로 지점을 선택했다. 세 달만에 얼마나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새벽반 출근을 시작했다.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학원에 갔지만 막상 리스닝과 리딩은 학원 수업이 도움이 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리스닝 수업 형태는 지문을 들려주고, 중요하거나 어려운 구문을 여러 번 들려주면서 해석해준다. 그리고 문제를 읽고(?) 풀고 이유를 설명해준다. 음..이 정도면 혼자 독학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었다. 게다가 내 현재 상태는 영어문장 자체가 아예 안들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제 풀이가 크게 의미는 없었다. 논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들리냐 안들리냐의 문제였다. 리딩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지문을 읽고, 해석해주고, 문제풀고, 오답은 왜 오답인지 설명해준다. 이 정도면 혼자 독학하는게 낫지 싶었다.




그래도 스피킹과 라이팅은 학원 덕을 좀 봤다. 스피킹은 총 6문제로 구성되어있었는데, 1, 2번 같은 경우는 나같이 영어를 잘 못해도 어느정도 말을 할 수는 있었다. 학원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끼워맞출수 있는 패턴을 많이 알려주셔서 1, 2번을 대답하는데는 큰 문제 없었다. 하지만 1, 2번 만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건 어려웠다. 그 당시에는 스피킹에 워낙 자신이 없어서 1, 2번 이라도 대답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라이팅 수업이 가장 좋았다. 선생님은 주제별로 정리해 주셨고, 어떤 상황에서도 쓸 수 있도록 준비한 패턴을 문제에 끼워맞추는 연습을 시켜주셨다. 매일 연습하다보니 문제만 봐도 어떤 근거를 쓸지 금방 생각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중에 가장 스트레스 덜 받은 영역이 라이팅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참담한 성적에 유일하게 조금 나은 점수를 받은 영역이기도 하다.

 



문제는 체력. 새벽부터 일어나서 학원가서 수업듣는게 쉽지는 않았다. 힘들게 새벽에 학원으로 출근해도 멍때리는 시간이 길었고, 졸음은 얼마나 쏟아지는지...이는 새벽 수업을 하는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번은 리딩 선생님이 새벽에 출근하다가 쓰러지셔서 보충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양 쪽 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느낌이었을까. 학원 수업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점심 무렵이었는데, 밥을 먹고 책상에 앉으면 급격히 피로가 몰려온다. 가장 피로할때 공부를 시작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학원 수업을 듣고 학교로 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진 않았다. 학원 수업을 복습하는데, 영역이 4과목이다보니 개별적으로 투입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 공부 자체가 지루하게 느껴져서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렇게 방학 두 달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9월이 되고 대망의 토플 시험을 보았는데, 결과는 76점. 최초의 40점 보다는 올랐지만 최소 커트라인 80점에는 부족한 점수였다. 4점만 올리면 되니까 한번 더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졸업 논문도 걸려있는 시기라 더 이상 시험을 보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방학동한 영어만 공부한 탓에 다른 준비를 전혀 못했다. 아쉽지만 재학 중 유학 지원은 힘들 것 같다고 판단, 졸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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