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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Jul 29. 2020

우여곡절 끝에 토익, 텝스를 졸업했지만...

나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4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토익은 여전히 680점, 텝스는 여전히 580점을 오락가락했다. 거의 반포기상태로 공부했다. 이제 저 점수는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점수이다. 공부를 더한다고 해도 딱히 오를것 같지도 않았지만 공부를 안하자니 불안해서 책상에 앉아있는...그런 상태였다. 문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만약 내 점수가 오르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면 보완하지 않았을까싶다. 공부를 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잘못하고 있는건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잘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한건지, 만약 잘못하고 있으면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터널이 끝난다는 확신만 있어도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문제는 이 터널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었다. 만약 안끝나면 어떡하지? 내 영어점수의 한계가 이 점수라면 난 어떻게 취업해야하나...남들은 취업준비를 위해 봉사활동도 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한다는데, 나는 그 흔한 토익시험 커트라인 하나 맞추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럴 때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던가. 4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여느날 처럼 토익 점수를 확인하려고 홈페이지를 확인한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침내 앞자리가 7로 시작하는 점수였던 것이다. 토익 700점. 누군가에겐 하찮은 점수일지 몰라도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점수였다. 휴, 그래도 취업원서는 한번 써볼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과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영어는 항상 하기 싫은 공부였기 때문에 영어로 성취감을 느낀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토익 700점 받는데 거의 10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2학기 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으므로 점수를 좀 더 올릴 수도 있지않을까라는 희망도 생겼다. 아직도 내가 목표했던 점수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렇게 나는 대학시절 마지막 4학년 1학기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아무래도 학기 중에는 수업, 과제, 시험 때문에 영어에만 온종일 시간 투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방학이 되었으니 마음껏,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다. 답답했다. 그래도 문제를 풀면 조금이라도 안심이 되니 문제를 풀 뿐이었다. 그와중에 토익점수는 다시 680점대로 돌아갔고 텝스는 굳건히 580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학시절 마지막 여름방학을 영어와 함께 보냈고 두 달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8월말, 마지막 토익, 텝스 시험을 쳤다. 아무래도 4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 취업 원서접수 기간과 겹쳐 영어공부에만 집중하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8월 말에 보는 시험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토익, 텝스 시험을 치니 홀가분했다. 점수가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커트라인은 넘겼으니 회사나 대학원 지원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험 이후에 여러 회사 정보를 모으고,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도 써봤다. 평소 글쓴 경험이 적은 탓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도 어려웠다. 자소서에는 여러가지 경험들을 쓰라고 하는데 도무지 쓸 경험이 없었다. 자기소개서에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벌였던 사투 이야기를 적을 순 없으니 말이다. 




한창 자기소개서를 쓰던 중, 마지막 토익, 텝스 점수가 나왔다. 별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감흥없이 점수를 확인했지만 나는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거짓말처럼 토익 805점, 텝스 618점을 받은 것이다. 토익 700점을 넘겼을 때는 무척 기뻤었는데, 800점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냐면 나에게 나올 수 없는 점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현실을 인지하고 기쁨을 만끽했다. 마침내 목표하던, 꿈에 그리던, 토익 후기게시판에서나 보던 점수를 얻었던 것이다. 토익 12번, 텝스 10번을 본 후 얻은 결과였다.




목표했던 점수를 얻었지만, 영어실력 자체가 향상된 느낌은 아니었다. 문자그대로 점수를 땄을 뿐이었다. 나는 시험 성적이 오르면 내 자신이 성장한 것을 느낄 줄 알았다. 하지만 토익 680점 받았을 때나 800점 받았을 때나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내가 토익 800점 후기 게시판에 글을 쓴다고 했다면 쓸 말이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공부방법의 확신이 전혀 없었으니까. 아니면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토익은 상대평가 개념도 들어가 시험 당일 같이 시험보는 사람들에 따라 점수 변동이 있다고 알고 있다. 어쨌거나 목표하던 점수를 점수를 얻으니 취업원서를 쓸 때 한결 마음이 편했고, 합격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생겼다. 그렇게 정신없이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내 대학생활은 끝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내 대학생활 괴로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영어와 함께 대학을 졸업했다. 취업과 대학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공부를 더 하기로했다. 결과적으로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재밌는건 그렇게 열심히 취업준비하려고 토익시험을 봤건만 막상 진로는 대학원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텝스 시험을 봤지만 정작 텝스시험을 요구하지 않는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뭔가 웃겼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영어공부를 최선을 다해 공부해보았다는 경험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 경험은 앞으로 보게 될 괴물같은 영어시험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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