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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Jul 27. 2020

토익, 텝스, 고난의 정체기

토익 800, 텝스 600은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결국 목표 점수는 달성하지 못한채, 대학교 4학년이 되고 말았다. 토익을 준비한지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제는 토익과 텝스 시험이 한 달 스케쥴의 일부가 될만큼 익숙해졌다. 매달 두 시험에 응시하려니 응시료도 만만치 않았다. 시험을 계속 보는 만큼 점수라도 오르면 보람이라도 느낄 텐데, 점수는 항상 그 자리였다. 토익 680점대, 텝스 580점대. 텝스는 최소 커트라인은 넘겼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토익점수는 정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취업시즌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했을 때, 이제 볼 수 있는 시험은 얼마남지도 않았다. 조바심이 들었다.




4학년 1학기. 당시 기업들이 학교에 찾아와서 홍보하는 리쿠르팅이 한창이었고, 나는 친구와 함께 상담을 하러 갔다. 상담을 받다가 토익 이야기가 나왔는데, 토익 점수 별로 안 중요하다는 말과는 달리 나와 내 친구가 토익점수를 말하는 순간부터, 점수가 낮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내 친구만 바라보고 이야기했다.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정말 토익 700점이 넘지 않으면 취업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걱정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중 이었다. 시간이 없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공부를 계속했지만 기초가 워낙 부실한 탓에 점수가 나오지 않는것이었을까.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를 게을리한 대가를 지금 치르는 건가 싶었다. 수능을 본 직후, 영어에서 해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해방은 무슨...




가끔 위로를 받으려 토익 커뮤니티 카페에 들어가면 "한달만에 토익 800", "두달만에 토익 900"과 같은 글들이 어김없이 나를 반겼다. 비슷한 내용, 비슷한 제목의 글들이 수도없이 올라온다. 마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단기에 목표 점수 달성하고 토익졸업하고, 고생하는 사람이 나 혼자인것 처럼 느껴졌다. 이제 더 이상 후기 게시판의 글들은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나는 거의 1년 동안 토익, 텝스를 보고 있는데, 점수는 제자리. 이대로 취업원서는 써보지도 못하고 나의 4학년이 끝나는 건가 싶었다. 




점수가 안나오니 스스로의 영어 공부 학습법에 자신이 없었고, 공부법에 자신이 없으니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법은 안해본게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는 영어공부를 한게 아니라 시험 테크닉을 공부했던 것 같다. 무슨 기술을 쓰느냐보다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결국 처음에 조금씩 올랐던 점수도 내 순수 영어 실력이 상승해서 오른 것이 아닌, 시험 유형에 익숙해지면서 올랐던 점수 였던 것이다.




이와중에 단어는 외워도 외워도 끝이 없었다. 나름 텝스 단어 범위가 토익 단어를 포함하니 텝스 단어를 외우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 당시에는 텝스 전용 단어장이 없어서, 초록색 토플 단어장을 공부했었다. 나름 넓은 범위의 단어를 외운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토익, 텝스 둘다 해석되지 않았다.  막상 영어 단어를 외워도 실전에서 해석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데, 단어를 겉햩기로 외우니 분명히 본 단어인데 시험에서는 해석이 되는 단어는 별로 없었고 문제푸는 속도도 여전히 느렸다. 마지막 2지문 정도는 찍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내가 바라는건 900점 이상의 고득점이 아니었다. 나름 현실적인 커트라인이라고 생각했고, 노력하면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저 커트라인을 넘기고 싶었는데 이 커트라인을 넘기는 것조차 나에겐 너무나 벅차고 어려웠다. 처음에는 열심히 해보자는 각오로 시작했지만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와중 나보다 토익을 늦기 준비했던 친구들은 이미 점수를 따고 떠난지 오래다. 내 처지를 공감해 줄 사람도 없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이렇게 대학시절 마지막 방학, 4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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