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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Jul 22. 2020

첫번째 영어시험, 토익과의 만남

두 달만에 끝낼 수 있다는 후기를 보고, 나도 그럴 줄 알았다.

대학교 3학년,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나도 취업 준비를 위해 토익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 당시 취업을 위한 토익점수 커트라인은 문과 800점 이상, 이과 700점 이상이었다. 그리고 서류전형에서 영어점수로 손해보지 않으려면 커트라인점수+100점을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영어점수는 높으면 높을 수록 좋지만 내 영어실력을 알기에 고득점은 힘들어보였고, 나는 이과니까 토익 800점 정도 받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아직 토익을 한번도 보지 않은 상태라 점수에 대한 개념이 없는 시기였다.




사실 그 때까지 토익이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어떤 시험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나의 현재 실력 파악과 시험 유형도 파악할 겸, 무작정 시험에 응시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400점대. 음...이거 만점이 990점 아닌가? ㅜ 다른 수험생들 분위기는 어떤지 토익 커뮤니티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그 중 후기 게시판이 눈에 띄었는데, "두 달만에 토익 800점 받은 후기", "한 달만에 토익 900점 후기" 와 같은 글들이 많이 보였다. 심지어 "일주일 공부하고 토익 900점 후기"와 같은 놀라운 글들도 있었다. 그 때 나는 사람마다 영어 기본실력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잊은채, 짦은 기간동안 고득점 달성에 성공한 수많은 후기들을 보고, 안일하게도 "이거 조금만 공부하면 금방 점수 딸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토익 400점대에 해당하는 학습방법을 찾아보았는데, 영어의 기본이 안되있는 경우, 문법 공부를 하는게 좋다는 글을 보았다. 사실 나는 영어문법을 전혀 모르는 수준이었다. 나에겐 그저 딱딱한 공식처럼 느껴졌고, 어떻게 실전에 적용하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문법을 알아야한다고 하니, 공부를 하려고 일단 문법책을 펼쳤다. 책에는 1형식, 2형식, ..., 자동사, 타동사...언젠가 들어본적은 있어도 어디에 쓰는지 전혀 알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고 순식간에 졸음이 쏟아졌다.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싫어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본다한들 재밌을리가 없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문법 독학 시작과 동시에 영어를 포기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영어 학원에 다니기로 결심했는데, 그 때 간 영어학원이 내 인생 첫 학원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학원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가보지 않았으니 대화에 낄 수 없었고, 나에게 있어 학원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방문한 학원의 첫 모습은 굉장했다. 학원에는 팜플렛을 들고 어떤 수업을 들을지 고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직 영어공부는 시작도 안했지만 벌써부터 점수가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문법 수업을 듣게 되었고,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시험점수가 오를것 같았다. 그렇게 학원에서 배운 문법을 바탕으로 공부한 후 두번째 토익시험을 보게 되었다. 




두번째 토익시험을 보고 난 후,  느낌상 첫 번째 시험보다는 잘 본 느낌이었다. 첫번째는 시험에 대해 전혀 모르고 들어갔지만 두번째라서 나름 시험 유형에 익숙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원 수업도 들었겠다, 내심 기대를 했던 두번째 시험. 그러나 결과는 500점대였다. 사실상 첫 시험때랑 별반 달라진게 없었다. 그리고 문법 수업만 들었지, 여전히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학원에서 한두달 수업듣는다고 문법 마스터가 될리가 없지.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저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순간에는 이해가 된다고 착각했지만 내용을 스스로 소화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문법을 배우기만했지 적용하지는 못하는 단계였다.




토익 후기 게시판 속 사람들처럼, 나도 두 달 공부해서 800점 찍고 얼른 토익 졸업하고 싶었는데, 이런 추세라면 800점까지 한참걸리겠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젠 적어도 800점이 나에겐 절대 쉬운 점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깨닳았다. 그리고 두번째 토익시험을 본 후부터는 진지하게 공부했다. 그 때부터 거의 매달 토익시험을 보았는데, 점수는 정말 조금씩 올랐다. 그나마 오르던 점수도 600점대가 되자 정체되기에 이르렀다. 갈길이 먼데 정체기가 너무 빨리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 실력을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800점이 목표니 700점 정도는 금방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금방 넘을 거라고 생각했던 토익 700점이 벽처럼 느껴졌다. 후기 게시판에서 본 "두달만에 토익 800점 받고 졸업하기"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살면서 영어공부를 진지하게 해본적이 없는터라,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몰랐다.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해석하고, 듣기를 했지만 허공에 삽질하는 기분이었다. 전혀 실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공부방법 자체도 틀린 부분이 많았다. 초보자의 경우, 문제푸는 속도보다는  문장 한문장을 정확히 해석하고 한문제를 풀더라도 맞은건 왜 맞았는지, 틀린건 왜틀렸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그저 문제를 많이 푸는 데만 집중했다. 마음이 급했다. 마음은 토익 800에 가있는데, 현실은 600에 있었다. 조바심이 났다. 오답체크도 제대로 안하고, 정답만 맞췄으면 스스로 안다고 착각하고 넘겨버렸다. 한 문제라도 더 풀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름 문제는 많이 풀었지만, 실상 제대로 이해한 문제는 별로 없었다. 이런 잘못된 방법으로 매달 토익시험을 본다고 한들 점수가 오를리 만무하다.내 점수는 항상 600점대에 머물러있었다.




특히 리스닝이 문제였다. 다른사람들은 리딩보다 리스닝점수가 높다고 하는데, 나는 도무지 리스닝이 되지 않았다. 문제를 듣다가 조금만 안들리는 구간이 나오면 그 뒤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듣는 시간이 긴 파트 3, 4에서 많이 틀렸었다. 그나마 짧은 파트2는 짧은 찰나를 놓치면 문제가 끝나버려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리스닝이 더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리딩이 잘되는 것도 아니었다. 둘다 점수가 안나오는데 리스닝이 더 안나올 뿐이었다. 보통 점수가 낮으면 시험을 망쳤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건 시험을 망친 수준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못했고 못한 만큼 점수로 나왔을 뿐이었다.




이렇게 토익 600점대에서 허우적거리며 대학교 3학년이 끝날무렵, 

두번째 영어시험, 텝스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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