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의 생각
광고의 역할은 무엇인가? 물건을 많이 파는 걸까? 어떤 광고가 좋은 광고인가?
나는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과연 이 질문들에 대한 본질적인 대답을 찾을 수 있을까? 타깃을 논하지 않고, 마케팅을 논하지 않고, 좋은 광고를 논할 수는 없을까?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좋은 광고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을지.
광고를 의인화해 보자. 만약 얼굴도 없는 아저씨가 당신에게 불쑥 찾아와서, 타이어 4개 묶음에 $200에 팝니다. 바겐세일.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마세요. 그러면 우리는 "이 아저씨는 인사도 없이 뭔 잡소리야?"라고 생각하며 재꾼다. 그러니까... 뭐랄까...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거다. 시스템 된 것이라고 느끼니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다
그럼, 광고는 최대한 사람다워야 한다. 사람답게 말해야 하고 사람답게 들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고, 그게 정말 너무나 광고스럽다면 사람들은 의심한다. 속임수이거나 사기라고 여기고 재꾼다. 그럼 정말 좋은 광고는 뭘까?
단언컨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광고. 광고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광고의 한 구절을 따라 부른다거나, 패러디를 한다거나 그것을 가지고 노는 현상이 일어날 때, 그 광고는 정말 훌륭한 광고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단 한 번도 그런 광고를 아직 만들지 못했으나 노력 중)
새우깡 광고
https://youtu.be/UEUcG3 w1X5 M
사람들의 언어가 광고의 일부분이 될 때. 예를 들면,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광고가 관용어가 될 때. 좋은 광고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좋은 광고다. 쓱, SSG 닷컴. 좋은 광고다. 광고가 사람을 향해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경우, 성공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다른 인간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서로 공감하니까.
광고의 주재료는 삶의 파편이다. Slices of life.
2014년 핫초코 미떼 광고
https://youtu.be/lUGynQ8 nr3 A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나는 광고 공모전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으며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참사 소식을 들었더랬다. 이게 무슨 일인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담배를 연거푸 피웠던 기억이 난다. 2014년 겨울, 핫초코 미떼의 '잘 다녀왔습니다'가 그저 고마운 요즘이라는 저 말이 어찌나 뼈 아프게 들어오던지. 집에 돌아온 가족을 반기는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 정말 훌륭한 광고다.
나는 사실, 그런 광고를 만들진 못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잘하질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사람스럽게 이야기하는 게 좋은 광고인 것 같다. 그런 광고를 정말 잘 만드는 사람은 정말 좋은 유투버이기도 하고 정말 좋은 개그맨이기도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이야기도 정말 재밌게 그리고 짧게 할 수 있는 능력. 그거 참, 가능할까?
학교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수능 이야기, 대학교 이야기, 연애 이야기, 군대 이야기, 취업/꿈 이야기, 며느리와 시어머니 이야기, 계속 간다... 학교 이야기는 선생님 험담 썰 일 수도 있고, 학원에서 예쁜 여자 본 썰 일 수도 있고, 오래방에서 썸 탄 썰 일 수도 있고, 무궁무진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내 글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할 글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를 더 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