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eldon Aug 16. 2022

돈 vs 꿈

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나는 세계 최고의 공해 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이 있다.



사람들이 돈 주고 피하는 광고를 애쓰고 만드는 나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오늘은 우리가 많이 고민하는 연봉/직급 (돈) VS 기회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반갑네, 자네도 꿈이 세계 최고의 공해 제작자라는 소문이 있던데?




많은 경우, 광고는 사람들에게 공해다.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주의를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생각해 보자. 감미롭고 신선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버스커 vs 도를 아십니까? 둘 다,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관심을 끌려고 애를 쓰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지 않나? 광고도 마찬가지다.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지언정 약을 팔거나, 도를 팔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그래서, 나는 꿈과 목표 설정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어렴풋하게라도, 어디로 갈지를 알고 간다면 걸어가다가 지쳐도 괜찮으니까.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공해 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이 있다면,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마치,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를 강타한 것처럼 강력한 공해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하루 이틀 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혹은 사람들이 돈 주고 보고 싶은 광고를 만든다거나?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계속 걸어갈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그런 바보스러운 집착과 중독을 꿈이라고 부르고 싶다.



내가 존경하는 그런 깐지나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몇 있다.



살아 있는 천제 만화가 윤태호 작가님 '미생' 중 일부 발췌.


11살에 최연소 프로기사로 데뷔하고 살아 있는 바둑의 전설 조치훈 프로기사 한 말이 있다.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


바둑 한 판 이기고 지는 거 그래봤자 세상에 아무런 영향 없는 바둑.

그래도 바둑,

세상과 상관없이 나에겐 전부인 그래도 바둑.

왜 이렇게 처절하게... 치열하게 바둑을 주십니까.

바둑일 뿐인데...


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



여기에, 바둑 대신에 그 어떤 일을 넣어도 성립된다. 철권 게임을 넣어 보자. 전 세계 1등 철권 게이머, 유튜버 무릎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매일 치열하게 목숨을 걸고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렇게 정말 좋아서 하다 보니까, 전 세계 1등까지 하게 되는 것 아닐까? 단순히, 대회 상금을 많이 받는 것보다 더 멋진 것은 그에게 허락된 철권이라는 세상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무릎이라는 사람이지 않을까? 옛날에는 잘생긴 사람이 간지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진정한 깐지나는 사람인 것 같다.



꿈만 좇았더니 돈도 쫓아오더라.




다시 광고 이야기로 돌아와서, 미국 광고 제작자들끼리 하는 썰을 조금 풀려고 한다.



먼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광고/마케팅/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들은 졸업 후 취직을 한다.



여기서, 일반 대기업의 경영 지원/마케팅/전략 팀으로 취직을 하게 되는 경우, 우리 광고인들이 말하는 "클라이언트"가 된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Kraft에 마케팅 팀에 Assistant Marketing Coordinator로 취직한 경우, 신입(주니어) 클라이언트가 된 것이다. 아니면, 광고 대행사에 "Account Executive"로 지원하는 것이다.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를 제외한 직군은 포트폴리오가 필요없기 때문에, 곧바로 취직이 가능하다.



자, 그러면, 카피라이터 및 아트디렉더들을 보자. 이들은 주로,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광고 대행사에 취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2년 정도의 추가시간을 학교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시간을 가지고, 광고 대행사에 포트폴리오를 내밀고 취직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광고인이 되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Creatives"라고 부른다. 웃기게도, 직함이 크리에이티브이니까... ㅋ 처음에는 뭐지? 뭐 엄청난 창의성의 군주라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를 창의성을 지닌 특별한 존재처럼 만들지만, 실상은 남들보다 조금 더 웃기거나 특이한 사람들인 것 같다. 대체로, 남들보다 집착도 강하고, 고집도 있으며, 자존심이 세다.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맞는 말처럼 들리게 하기 때문에, 반박하기 어렵다.



사실, 광고 대행사의 제작팀(카피라이터/아트디렉터)들을 "Creatives"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은 과거 1800년대 엄청난 산업혁명으로 생산량이 사람들의 수요량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옥수수를 파는 회사가 너무 많아서, 소비자 입장에서 어디 옥수수가 더 나은지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빠졌던 것이다. 그래서, 광고를 많이 내보낼수록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광고도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까, 다 똑같은 광고 메시지와 소구법이 사람들에게 공해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따라서, 광고를 더 창의적이고, 재밌고, 신선하게 만들자, 수많은 광고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고, 그런 광고가 매출 증대에 크게 이바지함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런 창의적인 생각(Idea)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큰돈을 벌었다. 그중에 Leo Burnett, Bill Bernbach, Ogilvy 등의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및 아트 디렉터들의 이름이 거론 되었고, 그들의 legacy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이어지는 그 모든 배경에는 Creativtiy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대행사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리소스는 Creative Department 사람들이며, 그런 그들을 Creatives라고 부르게 되었다.



즉, Creativity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내려놓는 순간이 광고인으로서 자존심을 놓는 일이라고나 할까?



오글거리지만, 광고인들끼리 술 마시면서 하는 말 중에, "이 세상에 순수 광고 크리에이티브가 몇 명이나 될까?"



친구는 웃으며, "여기 맥주집 티비에서 나오는 광고 만드는 애들 말이야. 캠페인 하는 애들."



결국에는, 사람이 나와서 15초 동안 이야기하고 끝나는 영상이 광고인데... 왜 그렇게 치열하게 하십니까?


그랬더니,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던가요? 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아래는 내가 최근에 만든 10점 만점에 7점 줄 수 있을 것 같은 광고 캠페인 중 일부다.


브런치는 동영상 지원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꼭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Bite This Network라는 햄버거 뉴스 컨셉으로, 새로 나오는 햄버거나 샌드위치 혹은 2개에 $5 같은 프로모션 딜을 소개하는 15초 광고들이다. 제품 및 프로모션 딜에 알맞은 코미디/개그 요소를 넣어서 완성하는 포맷으로, 비교적 정중하지만 Silly 하고 음식에 Obsessed 한 앵커의 모습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소구법을 이용했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진중하고 차분하면서 Absurd 하게 다가가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뉴스 포맷 자체가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내에서 작동하고, 아이디어의 확산성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이러한 소구법이 잘 먹힐지 아닐지를 우선 지켜보는 게 먼저일 것 같다. Niche Taste 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음에는 피지컬 코미디 혹은 블랙 코미디 등 다양한 코미디 광고를 더 제작하고 그런 광고가 사람들에게 작동을 하는지 아닌지 연구하고 개발하고 싶다.



그리고 아래는 돈보다 꿈을 쫓는 많은 광고 크리이에티브들에게 도움이 될 영상이다.



W+K Portland에서 15년간 올드 스파이시, KFC, Nike, 등 뛰어난 브랜드를 빌드한 ECD, Jason Bagley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다. 자신과 같이 10년간 와이든에서 광고를 만든 동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ndy가 어떻게 Script를 쓰는지에 대해서 강의(?)해 준다. 미국 내에서 탑 오브 탑 클라스인 크리에이티브들의 담화라서, 나는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Creativity와 작업을 바라보는 Attitude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다행히, 많은 부분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과 일치하는 것들도 많아서 신기하게 봤었다. 캐쥬얼하게 토크하기 때문에, 가볍게 듣기에 좋은 영상이다.



https://youtu.be/VU5G7Tf2dx8






작가의 이전글 뉴욕 광고 대행사는 어떻게 광고를 제작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