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내 광고 수업인 Book 88을 빌미로, 우리 횽 이동익 아트 디렉터님을 초청했다.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두 분 (내 수업에서는 학생)을 위해서, 유럽 광고 시장의 이해를 돕고 원활한 취직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 목적이었다. 내가 유럽 광고 시장을 상대적으로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익이 횽은 2017년부터 독일에서 광고 커리어를 이어 가고 있다. (이미 10년 이상 광고 짬밥...) 더군다나, 누구보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은 조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 그래서, 그 주옥같은 조언들이 뭐냐고?
남의 말을 듣지 말고, 너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이동익 아트 디렉터의 첫 번째 지혜-
2012년 한국에서 곧장 홍콩에 있는 BBDO에 취직할 때도, 이메일 한 통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시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다니고 있던 그의 눈에 띄었던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자기보다 2살 위인 형이었다고 한다. 그 형이 "야 광고라고 겁나 쿨하고 재밌는 거 있어."라고 귀띔을 해주고 하루 종일 그 형이랑 얘기했다고 한다. 딱히, 뭔가 특별히 그렇게 오래 이야기할 만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게 광고를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고 한다. 자기는 원래도 수업이나 시험 같은 거는 whatever 하는 학생이었는데, 그냥 늘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였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자기만의 방식대로 클리오 광고제 같은 국제 광고제에서 상을 많이 받았고, 그 포트폴리오와 함께 전 세계에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2012년에 BBDO 홍콩에 아트 디렉터로 취직했다고 한다.
즉,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자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실행에 옮기지 않은 아이디어는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이동익 아트 디렉터의 두 번째 지혜-
수많은 학생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훔쳐질까 봐 걱정한다.
이동익 아트 디렉터는 말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클라이언트나 대행사는 밥만 먹고 자신들의 제품 혹은 브랜드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생각 못 했을 거라고? 물론, 못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집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만 한 아이디어와 실제로 집행을 한 아이디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그가 만약에 학생 포트폴리오를 평가해야 한다면, 아이디어의 우수성이 아닌, 실제로 그 아이디어를 집행했다는 행동력에 더 큰 박수를 보낼 거라고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니까.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2017년에 내가 학생 때 동익이 횽과 같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건 천운이었다. 물론, 동익이 횽이 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트 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우리는 부산 서면에 있는 탐앤탐스에서 실제 채용 공고 집행문을 내기 위해서 밤을 새웠었다. 동익이 횽은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우리가 채용 공고문을 여러 잡 사이트에 내고 나서, 하이 파이브를 했던 시간은 정말 잊히지 않는다. 정말 짜릿했다. "횽, 우리 김정은한테 잡혀가는 거 아니에요? 어떡해요?" 하하하하... 독일 함부르크에서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준비한 수많은 나날들. 어떻게... 집행은 결국 한국 부산 서면에서 하게 됐을까?
내 학생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The Greatest Recruit"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제로 집행했던 것은 이동익 횽이 없었으면 절대로 이루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취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깐느 광고제에서 쇼트 리스트를 받고 O1 비자를 받은 것뿐만 아니라, 많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실행력 및 행동력을 높이 평가했었다. 즉, 실행에 옮기지 않은 아이디어 100개보다 단 한 1개의 실행에 옮긴 아이디어가 훨씬 우수하다. 그 모든 가르침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동익이 횽에게 항상 감사하고 이 은혜는 영원히 잊지 못할것이다.
돈을 좇지 말고, 꿈을 좇으면 돈이 쫓아온다.
-이동익 아트 디렉터의 세 번째 지혜-
돈보다는 꿈. 그리고 돈.
취직 및 성공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도와 정신 상태는 이것이다.
이동익 아트 디렉터는 말한다. 자기는 단 한 번도 돈을 좇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좋아하는 일을 여전히 즐기면서 말이다. 좋은 작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보다 돈을 좇는다면, 당장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다시는 당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만들 수 있는 그 때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지금 당장 좋은 작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만을 쫓는다면, 처음 3-5년 동안은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배울 것이다. 3-5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좋은 기회를 쫓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3,6,9의 법칙이라고... 3년 차, 6년 차, 9년 차 때 오는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어쩌면 다시는 가슴이 설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평생 동안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돈과 직급을 쫓지 마라. 당신의 꿈과 Ambition을 쫓아라. 그렇지 않으면, 광고는 더 이상 당신이 사랑하는 일이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지키는 것 또한 당신의 일이다. 그 꿈을 좇는 일을 게을리하거나, 협상을 하려 든다면, 당신의 삶은 정말로 일 그 자체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지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지금 이제 5년 차인데 내 광고 학교 동료들은 누구는 ACD도 된 친구들도 많다. 솔직히, 나만 유일하게 Mid-Level Art Director다. 근데, 나는 단 한 번도 내 타이틀 때문에 주눅이 든 적이 없다. 나는 내 친구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ACD? CD? 이런 짱짱한 타이틀을 5년도 안 돼서 달고서, 그만한 실력도 없는 친구들이 내게 묻는다. "좋은 광고 덱 좀 공유해 줄 수 있어?" ㅋㅋㅋㅋㅋㅋㅋ웃기고 웃긴다. 나보다 타이틀도 높은 녀석들이 대체 왜? 그리고, 대체 왜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없다고 한탄하는지...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당돌하게 말한다. "네가 선택한 건 돈이지, 꿈이 아니잖아?" 내 친구들은 나의 말에 할 말을 잃는다. 그러고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그런 내 친구들이 나는 안쓰럽다. 나는 돈을 좇는 광고인들과는 친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기회를 쫓고 꿈을 좇는 훌륭한 광고인들이 내가 다니는 72andSunny에는 많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대행사가 자랑스럽다. 훌륭한 광고를 만들려고 애쓰는 그들과 같이 호흡하니까 말이다. 나도 덩달아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Senior? Mid-level? CD? Junior? 다 필요 없다. 결국에는 누가 아직까지 '꿈'이라는 끈을 잡고 있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타이틀이 아니라, 누가 더 강력한 꿈에 대한 동기가 있는지, 누가 더 처음 광고를 시작했을 때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것에 따라서,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꿈을 좇자.
동익이 횽의 마지막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Being safe guarantees boring advertising."
안전하고 올바른 광고는 지루한 광고를 만들어내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80% 차를 보여주자는 광고주의 요청을 이해한다는 그는 아예 차만 보여주는 광고 vs Creativity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광고. 그 둘을 분리한 광고 모델을 제안/설득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그렇게 광고주와 광고인이 서로 이해하는 의사결정을 하려고 애쓰는 그가 정말 자랑스럽다. 여전히, 정말 정말 훌륭한 광고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이동익 아트 디렉터는 조만간, 세상을 놀라게 할 광고를 만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