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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Jun 29. 2023

광고일이 재밌는 4가지 이유

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내가 어쩌다가 광고를 하고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광고일이 재밌는 4가지 이유를 찾았다.


그래서 오늘은 광고일이 재밌는 이유 4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72 동료들과 야구 보면서 맥주 10캔 넘게 마신 날.


1.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일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다.

2. 근무 시간 및 근무 복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높은 자유도)

3. 시간 대비 보수가 좋은편. (시성비)

4. 몸을 적게 사용하고, 머리를 많이 이용한다.


1. 전문성


나는 화학공학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화학공학도 충분히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했었다. 근데, 화학공학은 2번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공돌이들 대부분이 울산, 거제도 및 외지에서 지냈고 내 선배 공돌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유일하게 우리 공돌이 친구들이 좋았던 점은 의리다. 


내 대학 동기, 박재준 씨는 주로 체크 셔츠에 큰 백팩을 메고 다니며, 공대 안경을 쓰고 다니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흔한 공대생이었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었는데... OCU라고 온라인으로 강의 듣고 A+ 받기에 아주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했다. 그는 . 나는 그의 전문성을 높게 여겨, 그 재능을 나의 대학교 졸업을 위해서 기꺼이 써주지 않겠냐고 물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박재준 씨 아니세요? OCU 인강 들었다 하면 A+ 받는다는 온라인의 전설 맞으시죠?"


내 친구 박재준 씨는 안경을 고쳐 잡는다.


"아이고, 소문이 거기까지 갔나 보네요. 네~ 이번에 12학점 간신히 태웠습니다."

"총 15학점이면 졸업이신데, 12학점을 온라인 강의로 채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뭘요, 프로 아닙니까 프로.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제가 잘 몰라 뵜네요 박 프로. 다름이 아니라, 제가 졸업까지 3학점 남았는데, 이번에 혹시 가능하시면 저도 같이 OCU라는 배에 같이 올라탈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나는 박재준 씨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며, 부탁을 한다.


"박 프로와 제가 대학 동기로 지낸 세월도 꽤 됐군요. 참 세월이... 무색하군요."

"???"

"다름이 아니라, 혹시... OCU 신청 좀 대신해주실 수 있을까요?"

"???"

"제가 수강 신청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혹시 제 학생 아이디랑 비번 알려드릴 테니까, OCU 신청 좀 대신해주시고... 수업도 박 프로 들으실 때, 제 것도 같이 켜주실 수 있나요?"

"무슨 말씀이시죠? 선생님?"

"아~ 박 프로 수업 어차피 들으시잖아요. 수업 들으실 때, 제 것도 같이 들어주시고.. 박 프로가 그쪽은 꽉 잡고 있잖아요? 제가 신세 한 번 질 수 있을까요?"

"이렇게 들어오시는군요~ 제가 한 수 배웠네요. 그러니까, 천 카피님 하시는 말씀은 저보고 수업 대신 신청하고, 대신 수업 듣고 시험도 대신 쳐달라? 아주 그냥 나보고 다 해라? 그런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나는 박재준 씨의 어깨를 토닥이며 긍정한다.


"맞습니다 박프로! 역시, 전문가라 그런지 말이 잘 통하네요!"

"와~ 이런 식으로 짬을 친다고 내한테?"

"박프로! 당신 프로잖아. 전문가잖아. 나 당신 믿고 맡기는 거예요."

"???"

"박프로, 이번 일 잘 끝나면, 제가 치즈 돈가스 쏩니다! 치즈 돈까쓰예요!"


이렇게, 박프로는 본인의 전문성으로 내 대학교 졸업을 위한 3학점 OCU를 대신 듣고 A+을 받아줬다.


다시 광고 이야기로 돌아와서, 여전히 광고에서의 전문성은 크리에이티브들에게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광고는 협업으로 모두가 함께 만드는 일이지만, 컨셉을 짜고 그 컨셉을 파는 일은 더 특별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왜냐면, '저런 생각'을 하셨네?'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렇게 말씀을 하시네?' 등, 내가 생각하지 못한 표현 혹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실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바둑이나 체스를 두면, 상대가 미리 내 수를 읽고서 두는 고수를 만나면 꼬리를 내리게 되는 것과 같다. 그냥, 머리싸움에서 진 거니까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리스펙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전문성에서 아트 디렉터가 시각적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더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했었던 것 같다.


2. 높은 자유도


21세기에 유연근무제는 정말 필수라고 생각한다. 8시 땡 하면 도착해야 하는 그런 학교 시스템 최악이다. 정말 정말 싫다. 8시 5분은 8시가 아니라는 위대한 명언이 있긴 하지만, 미팅 시간에 늦지 않고, 본인이 해야 하는 일만 잘할 수 있다면 유연근무제는 정말 필수라고 여겨진다. 역시나, 공돌이는 유연 근무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런 근무 환경도 아니고, 딱딱한 남초 사회를 생각하면 차라리 군대로 돌아가리라...


광고는 다행스럽게도, 창조근무제다. 평생 재택근무. 이런 느낌은 디지털 노매드의 최전선에 살게 해 준다. 오피스에 안 가도 된다니! 대체, 어디까지 꿀을 빨게 할 거야? 치과 구독권이라도 끊어야 할 판이야... 근래에는 정말 야근도 자주 안 하기 때문에, 유연근무제의 최전선에 서서, 창조근무제를 이끌고 있다. 'Modern Company'라는 명목으로 오피스도 필요 없다면, 광고 회사의 미래는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아닐까? 사람의 브레인에만 의지하고 기대는 비즈니스는 여전히 광고이지 않을까? 나는 참, 이런 근무환경(?)은 정말 달갑다.


3. 시성비


가성비를 넘어서, 시성비의 시대다. 시간 대비 성능이 중요하다.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얼마 버는지. 그거 계산하는 거는 불판 닦는 아르바이트생 시절부터 배운 DNA에 각인되어 있다. 


나는 공대인 시절 20,21살 때 학원에서 중, 고등학교 과학을 가르치면서 매달 70만 원 받았다. 다른 학원에 비해서 주말에도 일해야 했고, 애들 내신 향상에 정말 진심인 공대인이 되기 위해 원장한테 매일마다 세뇌교육 당했다. 원장은 ROTC 장교 출신 국어 선생이었는데,  생긴 것도 말처럼 생겨서, "마상정"이 이름이었다. 어쨌든, 나는 마상정 원장선생님한테 세뇌교육을 당하면서 70만 원도 많이 받는 거라는 정신교육받았다. 


'마어'를 구사하는 마상정과 나 (조수석)


밤 12시에 입시 학원이 끝나면, 마상정 원장선생님은 항상 나를 조수석에 태우고 우리 집까지 데려다줬다. 나는 항상 조수석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주기 바빴다. 


"명석쌤, 요즘 최저 시급이 얼마죠? 지금 월급 생각해 보면, 결국 최저 시급보다는 높죠? 그쵸? 20살에 생각해 보면, 많이 받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젊은데, 뭐 돈 쓸떼 없잖아요 어차피? 어쩌고저쩌고...."


약간 말의 언어? 말이 말을 할 줄 알면, 약간 막 그냥 저렇게 말할 것 같다. 뭐랄까? 그냥 '마어.' 말소리지. 개소리보다는 조금 더 의미 있고, 약간 더 세뇌시키는 듯한 어투와 내용들. 어른이 어린 젊은이를 그럴싸하게 속이고 잘 이용해 먹을 때 하는 말들이랄까? 근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라서 약간 기억에 안 남는 그런 말들. 마어. 이제 마어라고 하자. 


그때랑 지금 광고인으로 사는 삶을 비교하니까 현타 온다. 아니, 대체 왜 사회는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고 여기는 걸까? 나는 젊을 때 고생은 돈 제대로 받고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리고 아직 모른다는 명분으로 뒤통수 제대로 후리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루 8시간 재택 근무 하면 끝이라서, 진짜 시성비로 따지면 정말 감사하다. 솔직히,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대체 왜 이렇게 일을 안 해도 괜찮을까? 이번에 대행사 피가 60억이었으니까 나는 안전한 건가?' 온갖 생각을 하면서, 일이 없이 붕 뜰 때가 참 많다. 이럴 때는 일 안 하고 돈 버는 거니까 진짜 시성비 세계최고, 감사합니다 떙큐 베리 마치. 어프리시에이티드. 


4. 머리 쓰는 일


우리 아버지는 택시기사다. 전화하면, 어디냐면, '양화대교, 양화대교.' 농담이고, '우리 아빠는 자주 내게 그러셨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가급적이면 머리 쓰는 일을 해야 한다. 알겠쩨? 아빠 말 알겠쩨?"


택시 조수석에 앉은 어린 나는 아빠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순수하게 묻는다.


"근데 아빠는 왜 택시 하는 거야?"


아빠는 순간 자기 자식이 아빠를 맥이는 건가?라고 1초 생각하고 순수한 질문이라고 여기고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이거 사람 할 짓이 못되는데 한 다이가. 이거 운전은 있쩨? 이거는 기술이 아니다. 이거는 개나 소나 다 하는 거라. 니는 꼭, 머리 쓰는 일을 해야 한다. 아빠가 머리는 좋았다이가. 니 알제?"


"어! 아빠 부산대 미생물학과 붙었는데 안 갔다고 했잖아!"


"맞다 맞다. 그때 갔으면, 아빠 지금 황우석 박사랑 뉴스에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맞지? 하구사... 지나간 거 생각하면 뭐하겠노? 니는 나중에 후회 안 하게 항상 머리 쓰면서 생각하면서 살아라. 우리 아들, 말 잘 듣는디 맞제? 맞나 아이가?"


"맞다 맞다. 근데 나는 내가 머리 좋은지 모르겠다. 시험 치면, 내보다 공부 잘하는 놈들 양끄 많드라."


"괘안타. 공부는 꼭 1등 안해도 된다. 머리를 잘 쓰는 거는 공부 잘하는 이랑 다른기라."


나는 당시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아마도 아빠가 머리 쓰는 일을 해라고 하셨던 건 지금 내가 하는 광고일이랑 비슷한 거 아닐까? 내가 막 서울대 나온 엄~청 공부를 잘하는 유형은 아니지 않나? 그렇지만, 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재밌게 말하고, 즐거운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어쨌든, 머리 쓰는 일을 해라는 아빠의 조언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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