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록
금요일 아침, 6411번 버스는 고된 삶의 무게를 운반한다. 찬바람을 많이 맞으신 60대 어머니는 얼굴이 홍조다. 검은 봉지에 가득 들어 있는 물건들은 그녀의 삶의 무게를 대변한다.
고된 하루를 시작하는 어머니는 세상모르고 졸고 있다. 잠든 그녀에게 이 조그맣고 답답한 버스의자가 마치 포근한 침대 같다.
이윽고, 버스가 멈춘다. 엄마는 삶이 너무 고된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곧, 파마머리를 한 30대 초 정도의 남성이 함박웃음을 머금고 버스에 올라타며 버스기사님에게 부탁을 한다.
“기사님, 잠시만 올라탔다가 내려도 될까요?”
6411번 기사님은 말씀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 저렇게 밝은 웃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밝고 반가운 얼굴을 하고, 황급히 고이 잠든 여성에게 달려간다. 그녀 옆에 잔뜩 놓인 물건들을 스스럼없이 들고 그녀를 깨운다.
“엄마, 내리자!”
두 손 가득 엄마의 짐을 들고, 엄마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버스 계단을 내려가는 엄마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조심해야 돼, 엄마. “
버스에서 내린 모자는 밝은 웃음을 가득 쥐고 있다.
힘든 하루에도 세상 곳곳엔 사랑이 숨어 있다. 우린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랑의 향기들을
외면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6411번 버스와 모자의 사랑을 훔쳐보며, 삶의 향기를 맡는다. 세상엔 아직 사랑이 가득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