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록
대한민국은 눈치를 많이 본다. 나는 사실, 무척이나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항상 “whatever"를 외치고 사는 사람이다. 미국에선, 정말 말 그대로, 남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살았다. 미국 사람들은 다분히 남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정말 눈치를 많이 보고 산다. 한국패치가 되었다고 인정해야 할 수준이다. 회사에서는 셔츠를 입고 다니거나, 정돈된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목례 정도는 기본 예의라고 생각하게 됐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줄 알아야 어른이라 생각하게 됐다. 공감할 줄 알아야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래라저래라” 말하지 않을 수준은 돼야 상사가 됐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 정도로, ‘남’ 눈치를 많이 본다.
버스에서는 다른 것 같다. 핸드폰 시청을 하는 사람들. 덜컹거리는 버스에 머리를 기댄 채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침을 흘리며 자는 사람들.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 사치다. 낭만 따윈 없다. 출근길에 낭만이 있겠는가?라는 심정으로 남 눈치 따위는 안 본다.
신기하다. 눈치 없는 사람은 사회에서 살아 남지 못한다고 하는데, 눈치 없는 버스는 사회를 운반한다.
어쩌면 우리는 눈치 따윈 보고 싶지 않은 거 아닐까? 회사에서, 학교에서, 그 어디에서도, 눈치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게 ‘우리’ 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눈치 없는 버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눈치 없이 살아도 괜찮으니까. 우리, 다같이 눈치 없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