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옐로우스톤을 거쳐브라이스 캐년까지
시애틀에서 출발한 우리는 8박 9일의 여행을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어느새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캐년을 4시간 거리에 둔 곳까지 달려왔다. 이제 긴 여정을 서부 3대 캐년 (그랜드캐년,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캐년) 중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캐년을 1박 2일 일정으로 간단히 들러는 것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다. 그랜드캐년은 나중에 언제라도 올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이번 여행에서는 일정상 제외했다. 제대로 보려면 각 공원별로 1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내일 뉴욕으로 출발해야 했다.
후두(Hoodoo), 20억 년 빗물의 조각
미국 3대 캐니언으로 불리는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자이언 캐니언(Zion Canyon),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을 여행한다는 것은 지구의 나이테를 세는 일과 같다. 호수, 내해, 사막, 늪지, 삼림에 다양한 퇴적암층이 쌓아 올려 생성된 거대한 지층대, 그랜드 스테어 케이스(Grand Staircase)에 차례대로 있는 이들은 지구의 20억 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층대의 최상층부인 분홍색 절벽(pink cliff)에 자리한 브라이스 캐니언은 3대 캐니언 중 가장 최근에 형성된 막내 지층이다. 다른 캐니언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어느 곳보다 섬세하고 우아한 풍경과 색채를 자랑한다. 억겁의 시간 동안 빗물이 조각해 만들어낸 천연 첨탑 ‘후두(Hoodoo)’가 보여주는 세상은 마치 숨겨져 있던 신의 도시를 찾은 듯 신비롭다. (출처, 한국경제, 2017.9.17 기사)
이 곳을 여행하는 내내 우리는 기괴한 모습의 "후두"를 만날 수 있었고,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경관에 니산 퀘스트를 운전하는 기분도 상쾌했다. 자이언캐년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Visitor Center에서 주차를 하고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9번 국도 브리지산을 끼고 돌아왔다.
우리는 자이언캐년 하이킹을 가볍게 마치고 브라이스 캐년으로 향했다. 협곡을 끼고 운전하는 스릴을 맛보면서.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가는 멋쟁이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두 국립공원 여행을 마친 우리는 이제 8박 9일의 가족여행을 정리하기 위해 솔트레이크시티로 향했다. 한식당 장수촌에서 오랜만에 한식을 맛나게 먹고 미리 예약한 레지던스로 향했다. 5월 30일의 솔트레이크시티는 햇살이 따가웠다. 두 아들과 나는 수영장에 풍덩 빠졌다. 다음날 아침 솔트레이크 과학박물관을 잠시 들렀다. 솔트레이크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델타항공 비행기는 무지 많이 흔들렸다. 두 아들이 창가 좌석을 선호하는데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창문이 없었다. 작은아들의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Flight attendant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앞 줄의 세명의 탑승객과 자리를 통째로 바꿨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륙하자 두 아들은 어느새 골아떨어졌고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