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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s Connector Mar 13. 2021

강한 자여 그대이름은 20대 여성

캄보디아 채용 및 조직관리

나에게는 아직도 파란 피가 흐른다. 


     첫 직장을 삼성에서 시작해서 10년을 근무했다. 공채 실무면접과 임원면접, 보광휘닉스파크에서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등 극기훈련에 임했던 입사 전 교육, 중앙일보 빌딩에 집합한 그룹입사 첫날, 경기도 연수원에서 2월의 눈보라속에서 매일새벽 구보와 함께 시작했던 4주간의 신입사원 합숙교육, 무주에서의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 등 각종 교육제도는 아직도 내 기억속에 생생하다.

     1997년 3월 임원면접은 프리젠테이션과 질의 응답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그룹 로고변경 등 "삼성의 성공적인 브랜드전략"에 대해 발표했고, "시류에 영합하는 주제발표가 아닌가?" 하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삼성의 브랜드 로고변경 작업은 L&M이란 글로벌 디자인회사에서 진행했는데, Oval Design은 삼성그룹 Corporate Identity의 핵심이다. 삼성로고의 SAMSUNG의 A형태의 문자가 영어 알파벳 대문자 A가 아닌 단순한 이미지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삼성 내부에서 브랜딩을 해본 사람들만 안다). 그리고 삼성 로고는 삼성전자에서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고 계열사는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과거 삼성의 로고들을 보니 새롭기까지 하다.   

     


호암 이병철회장은 80%의 시간을 인재를 찾는데 썼다고 한다


     "믿으면 맡기고, 맡겼으면 믿는다" 라는 그의 철학은 아직도 내맘속에 깊이 남아있다. 선대회장의 유훈을 기반으로 삼성의 경영진은 지금도 세계인류 인재를 찾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건희회장의 철학 역시 선대회장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삼성은 매년 이국만리 이국땅에 찾아가서 우수 인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많은 해외유학파들이 "핵심인재"로 매년 삼성에 입사한다.  아래사진은 버클리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진행된 해외 핵심인재 채용설명회 및 인터뷰 모습이다. 당시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삼성 지역전문가로 체류 중이어서 행사에 약간의 힘을 보탰었다.

스탠포드와 UC Berkeley 졸업예정자 대상으로 버클리의 Fairmont Hotel에서 개최된 삼성 취업설명회 (2004년)


이직율 20%


     캄보디아 금융사의 평균 이직율은 15~20%, 현지 금융인들에게는 지금이 기회의 시간이다.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15백만여 인구(2019년 인구센서스 기준)에 40개가 넘는 상업은행, 80개 이상의 소액금융사(Micro Finance Institution)가 영업 중이며, 지속적으로 중국계 은행들이 현지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계 은행들은 대국답게 임직원 급여에 통 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17년초 18명의 임직원으로 시작해서 현재 260여명의 임직원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 까지 내가 직접 면접을 본 임직원들의 숫자는 몇명이나 될지 가늠이 어렵다. 당사의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둔 직원들도 부지기수다.  막내사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임직원의 면접을 내가 직접 진행했다.   

영업사원 교육
촉체이컵 지점별 축구대회


5년 후 목표는 개인사업


     수많은 지원자를 면접하다 보면 80% 이상이 마치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답변을 한다.  실제 외국계회사 면접에 대한 과외선생이라도 있는 지 모르겠다.  Facebook, Linkedin, Telegram을 통해서는 로열티 있는 핵심인재를 찾기는 힘들다. 우리가 찾는 인재들은 이미 Good 회사에서 Great 대우를 받으면서 Lock-in 되어 있다.  SNS는 소위 "Journey Men"들의 광장이다.  'Journey Men'들은 Off-line과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채용정보를 교환한다.  우리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한 친구들이 일본계 회사에 취직한 것을 자주 본다.  외국계회사를 중심으로 Journey Men들이 양산되는 모양새다.  이는 외국계회사(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 핵심인재로 구성된 인사조직을 구축하기 힘들기 때문에 "평판조회"에 대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로 밀고 당겨주는,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인지상정이지 않나...외국인이 핵심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회사 임직원 추천 등 지인을 활용한 삼고초려가 필요하다.


<인터뷰 답변 매뉴얼>

장래희망: 개인사업, 금융사 커리어와 무관한 주유소, 옷가게, 건설업 등 다양

퇴사이유: "New Challenge"

지원사유: 승진 및 급여인상,  집이 가까워서, 우리회사 재직 지인추천

지원회사에 대한 정보: 거의 알지 못함(금융회사라 지원)

채용정보 획득: 페이스북 및 텔레그램 그룹방 공지

한국인에 대한 인식: 열심히 일한다, 젋어 보인다, Handsome and Pretty

한 회사 평균 근무기간: 1-2년

채용공고 (페이스북 및 텔레그램용)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


     처음 회사를 인수했을 때는 제대로된 조직이 갖춰지지 않았었다.  영업, 인사, 재무, IT, 감사, 심사, 준법감시 등 금융사를 운영하기 위한 거의 모든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야 했다. 몇 안되는 지인들의 추천으로 한 두 명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주로 저녁식사 시간을 통해 면접자들과 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성품과 예의범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영업, 인사 및 재무 부서장을 한 회사 출신으로 채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회사성장을 위해 열심히 임하는 것은 틀림 없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과 다른 회사출신들이 한 두명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스로 "Loser"라고 했다. 파벌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다 인지상정이긴하나 조그만 우리회사에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파벌이 형성되고, 그 파벌내에서도 수장이 되기위한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있었다.  결국 세 부서장을 각각 다른 회사출신으로 교체하고 나서야 붕당은 멈췄다.  사람을 시험하려거든 권력을 쥐어주면 된다.  합리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위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남용하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나 문제가 된다.  현지인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그에 대한 복종의 수준은 우리나라 보다는 정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이 더 절실하다.

연간 우수임직원 시상식


강한자여 그대이름은 20대 여자 


     그 누가 여자를 약하다고 했나? 책임감, 추진력, 끈기, 열정은 상대적으로 남성들보다 훨씬 강하다.  나는 여성이 담당할 수 있는 포지션이면 가능한 여성을 채용한다.  재무, 인사 등 관리부서에는 남직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 비판해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캄보디아가 모계사회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남성에게 결혼의 의미는 장가가는 것(결혼 후 주로 처가에서 거주)이고, 여성의 그것은 우리처럼 시집을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는 달리 유산도 대체로 딸에게 물려준다.  

     나는 우리회사에 입사지원한 모든 이력서를 읽어본다. 그리고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잠재력이 있어보이는 20대 여성이 있으면 다른 매니저들이 면접하기 전에 직접 면접을 진행한다.  매니저들은 경력이 없다면서 면접도 보지않고 탈락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들은 캄보디아 전후세대로 충분한 교육을 받았으며,

한류(드라마, 화장품, 음악 등)에 대해 얘기하면 대화가 된다.  그만큼 우리 한국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한국회사에서 근무할 준비가 되어있다.  

프랑스, 미국, 한중일, 싱가포르 등의 문화가 혼재된 국제도시 프놈펜에서 자란 글로벌인력이다.

통역으로 입사해서 영업조직 Unit Manager로 초고속 승진한 여직원(가운데 왼쪽)
인사팀 직원들과 함께한 조직문화 구축 세미나

그들은 30대 중후반의 우리회사 매니저들과는 지식수준이나 사고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가르치고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놈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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