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날. 드디어 느껴지는 순례의 분위기
8월 1일 오후.
이제 바욘에서 생장으로 향할 시간이다.
세 량짜리 기차 안은 자전거, 사람, 그리고 그들이 지닌 커다란 가방으로 인해 매우 혼잡하였다.
짧지만 길게 느껴진 한 시간 여정 끝에, 6:20 PM, 생장에 도착했다. 기차는 뱃속에 가득 찬 사람들을 여기 전부 토해내었다. 나는 맨 마지막으로 기차에서 내렸지만 뛰다시피 사람들을 앞질러 순례자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묵기로 한 숙소는 마을에서 좀 더 걸어 올라가야 했고, 되도록 체크인 시간에 늦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왜 저러나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헐레벌떡 사무실에 도착하니 프랑스어 액센트를 가진 봉사자 할머니가 크레덴셜(credential 순례자 여권)과 지도, 숙소 목록 등 여러 가지 종이를 주며 길에 대한 당부를 하셨다.
가리비 하나를 챙겨 넣고 사무소를 빠져나왔다. 한여름 생장의 거리는 순례자들로 활기가 가득하였다. 내일 저들을 길에서 만나게 되려나 생각했다.
오늘 예약한 숙소는 La Coquille Napoléon이다.
스페인 방향으로 꽤 산 위쪽에 있다. 오늘 더 걸은 만큼 내일 약간 덜 걷게 될 것이다.
샤워를 하고 나서 아까 사둔 음식을 꺼내어 저녁 요기를 하였다. 타운에 다시 내려가볼까 생각도 하였으나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기에 조금 더 쉬기로 했다. 오늘 같은 숙소를 쓸 사람들이 여길 왜 왔냐고 자꾸 묻는다. 어떻게 멀고 먼 한국에서 여길 왔느냐고.
대답하기 난해한 질문이다. 물론 그들이 자세한 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건 단지 말문을 트기 위한 스몰톡일 뿐이다. 하지만 너무 심각한 사람들에겐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질문이다.
이제부턴 한 달여간 밤새 모기와 사투를 벌이며 누군가의 발냄새에, 그리고 코골이에 고생하리라. 과연 이게 그렇게 가치 있을 일일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모른다.. 앞으로도 모를지도 모른다. 무엇인들 확실하겠는가. 완주할 수 있을까? 모른다. 그냥 내일 일찍 일어나 걸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무 복잡한 생각은 의구심과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앞으로 한 달간은 단순히 살리라 다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